‘블랙리스트 의혹’ 핵심 윗선 김기춘·조윤선 소환 초읽기
특검 “소환 준비 마무리”
중대범죄 구속영장 검토
합병개입 문형표 ‘1호 기소’
2017-01-16 서정익기자
‘좌파 성향’의 문화·예술계 인사들을 정부 지원에서 배제할 의도로 작성됐다는 블랙리스트의 실체와 청와대 개입 여부를 규명하는 특검 수사가 정점으로 치닫는 양상이다.
15일 사정당국에 따르면 특검은 이번 주 중 김 전 실장과 조 장관을 차례로 소환 조사하기로 하고 일정을 조율하고 있다.
김 전 실장은 2013년 8월부터 2015년 2월까지 청와대 2인이자 ‘대통령 그림자’로 불리는 비서실장을 지냈다. 재임 당시 블랙리스트 작성·관리, 지원 배제 실행 업무의 ‘총지휘자’로 의심받는 인물이다.
블랙리스트는 청와대 정무수석실 산하 국민소통비서관실에서 최초 작성된 뒤 교육문화수석실을 거쳐 문체부로 내려가 실행됐는데 그 배후에 김 전 실장이 있다는 게 특검의 판단이다.
특검은 수사 과정에서 블랙리스트가 청와대 주도로 작성·관리됐고 그 중심에 김 전 실장이 있다는 점을 뒷받침하는 단서와 관련자 진술을 상당 부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조 장관에 대해선 2014년 6월부터 이듬해 5월까지 정무수석으로 재직하며 리스트 작성에 관여한 게 아닌지 의심하고 있다.
조 장관이 지난해 9월 문체부 장관으로 취임한 뒤 리스트의 존재를 인지했음에도 그해 12월 국회 청문회에서 “블랙리스트를 전혀 본 적 없다”며 거짓말한 혐의도 중대 사안으로 특검은 보고 있다.
그는 지난 9일 두 번째 청문회 자리에선 야당 의원의 거듭된 질문에 블랙리스트의 존재를 인지했다고 시인했으나 직접 본 적은 없고 작성·전달 경위도 알지 못한다는 취지로 증언했다.
특검팀은 두 사람의 조사를 마무리한 뒤 구속영장을 청구하는 방안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블랙리스트 작성·관리는 국가 기본이념인 자유민주주의에 정면으로 위배되는 중대 범죄라는 특검의 기본 인식이다.
지난 12일 구속된 김종덕(60) 전 문체부 장관과 정관주(53) 전 문체부 1차관, 신동철(56) 전 청와대 정무비서관의 영장에는 ‘언론자유를 규정한 헌법 정신을 침해했다’는 표현이 적시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특검팀은 2015년 7월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에 국민연금관리공단이 찬성하도록 압력을 넣은 혐의로 구속한 문형표(60) 전 보건복지부 장관을 16일 직권남용과 위증 등의 혐의로 기소할 것으로 알려졌다.
특검팀의 ‘구속 1호’인 문 전 장관에게는 ‘기소 1호’라는 꼬리표도 붙게 됐다.
특검팀은 박 대통령이 복지부 산하기관인 국민연금에 압력을 넣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그룹 경영권 승계에 필수적이었던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에 찬성하도록 하고 그 대가로 삼성이 최순실씨 일가를 지원하도록 했을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장관 재직 시절 국민연금에 압력을 행사한 적이 없다며 의혹을 부인하던 문 전 장관은 긴급체포된 이후 이를 시인했고 청와대의 개입이 있었다는 진술도 내놨다.
특검팀은 문 전 장관 조사 결과를 토대로 ‘윗선’인 박 대통령이 국민연금의 삼성합병 찬성을 지시했음을 보여주는 증거를 다수 확보한 상태다.
박 대통령이 문 전 장관을 통해 국민연금에 압력을 넣고 이 부회장에게는 최씨 일가 지원을 요구한 것으로 밝혀지면 박 대통령에게 뇌물수수 혐의를 적용할 수 있다.
특검팀이 공식 수사에 착수한 지 채 한 달도 안 돼 문 전 장관을 기소함에 따라 일찌감치 수사와 공소유지(재판)를 동시에 진행하는 상황을 맞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