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광역시의회, 수준이하 질의·민원성 질문 ‘빈축’

기본현황·용어조차 이해 못한채 즉흥 질의…정가·관가 “걱정스럽다”

2018-07-23     호남취재본부/ 서길원기자

 ‘감투 싸움’으로 9일 동안의 파행과 공전 끝에 가까스로 원구성을 마치고 정상화된 광주광역시의회가 이번엔 수준 이하의 질의에 심지어 민원성 질문으로 초선 중심 의회의 부끄러운 민낯을 드러냈다.

 일부 의원들의 함량 미달의 질의가 연일 터지면서 민의의 전당으로 공익을 최우선 가치로 삼아야 할 의회가 닻을 올리자 마자 난파선이 되는 건 아닌지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23일 광주시와 시의회에 따르면 4명의 상임위원장 가운데 한 명인 K의원은 지난 19일 자치행정국 업무보고 자리에서 시장 관사 문제에 대한 추가 질문을 통해 “이용섭 시장이 3억 2000만 원에 관사 전세계약을 체결했는데 부동산 수수료는 몇 퍼센트로 계산해서 얼마였냐”고 물었다.
 “제가 공인중개사입니다만 얼른 계산이 안돼서”라고 친절하게 본업도 밝혔다.


 자치행정국장이 “중개수수료는 0.4%에 부가세 포함, 148만 원이 지출됐다”고 답하자 K의원은 메모지에 자필로 기록한 뒤 “이것을 놓친 게 한스럽다”고 말했다.
 이에 동료 의원과 일부 참석자는 웃음을 터트렸으나, 주무 부서 국장과 과장, 사무관 이상 간부 공무원들의 표정은 일순 굳어졌다.


 한 술 더떠 K의원은 “3억 2000만 원이면 부담스런 금액도 아닌데 이렇게 까지 철회·포기해야 하는 상황이 굉장히 안타깝고 마음이 아프다”며, 이 시장을 ‘선의의 피해자’로 규정하고, 관사의 필요성을 장황하게 설명해 “문제의식이 부족했다”는 이 시장의 고백과 동료 의원의 문제제기를 한꺼번에 뒤집기도 했다.


 앞서 지난 18일에는 의회 지도부에 속한 L의원이 ‘민원성 질의’로 도마에 올랐다.
 시 소유 공유재산 건물 1층에 위탁 카페와 개인회사 사무실을 운영중인 L의원은 감사위원회 업무보고 도중 “임대료가 너무 비싸 공실이 늘고 있다. 우리 사무실도 예외가 아니다”고 하소연했다.


 “숨겨진 공유재산을 찾거나 낮게 부과된 임대료 등을 정상으로 부과토록 하는 것이 감사위원회의 역할”이라는 윤영렬 위원장의 발언에 “당황스럽다”며 임대료 문제를 거듭 제기한 뒤 “좀 더 부드러운 행정”을 주문했다.
 다른 자치단체나 광주시 소유 다른 공유재산의 임대료 현황이나 폭리 여부, 특혜성 임대 여부, 무리한 감사 여부 등에 대한 촘촘한 준비나 질의, 집행부를 쩔쩔매게 하는 예리한 지적은 어디에도 없었다.


 시의원이 시민의 부여한 자리에서 ‘개인 하소연’을 한 셈이다.
 집행부로선 부담스러운 상황이 아닐 수 없었다.
 ‘묘한 상황’임을 직감한 윤 위원장은 “(의원님 회사와 관련된) 자료를 저에게 주시면 별도로 검토해 보겠다”고 순발력(?)을 발휘했고, 이에 L의원은 밝은 표정으로 “감사합니다”며 질의를 마쳤다.


 20일 환경복지위원회의 상수도사업본부 업무보고에서는 수돗물 ‘빛여울수’를 담은 페트병의 반환경적 문제, 과다생산 등에 대한 지적과 페트병 경량화에 대한 논의가 한창이던 와중에 모 의원이 난데없이 과다 협찬에 따른 수돗물 낭비 문제를 지적해 본질에서 어긋난 질의 아니냐는 곱잖은 시선을 받기도 했다.


 이밖에 일부 의원은 12년 전 기초의원 시절 겪은 자치구 행정의 문제점을 언급했다가 모두 개선된 사실을 알고 뻘쭘해 하는가 하면 기본 현황이나 용어조차 이해하지 못한 채 즉흥적으로 질의하는 경우도 곳곳에서 노출돼 정가와 관가 안팎에서 “걱정이다”는 반응이 이어지고 있다.


 광주시의회 김동찬 의장은 “전체 의원 23명 중 무려 20명이 초선이고 그 중 상당수는 기초의회 경험도 없어 이제 차근차근 배워 가는 과정”이라며 “하반기 행정사무감사 등을 앞두고 연찬회나 자체 역량강화 프로그램 등을 통해 8대 의회 수준을 서둘러 끌어올리는데 올인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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