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 활성화 대책마련 시급하다

2018-08-01     .

6월 산업생산이 석 달 만에 또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설비투자 감소세는 2000년 이후 가장 길게 이어졌다. 통계청이 31일 발표한 '6월 산업활동동향'을 보면 지난달 전산업생산지수는 전월보다 0.7% 감소했다. 전산업 생산지수는 3월 0.9% 감소에서 4월(1.4%), 5월(0.2%)엔 증가했다가 다시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광공업 생산은 전기·가스업에서 증가했으나 제조업과 광업이 줄어 전월보다 0.6% 감소했다.  3월 -2.1% 이후 가장 저조했다. 제조업 생산은 반도체, 전자부품 등에서 증가했으나 자동차, 화학제품 등이 줄어 전월보다 0.8% 감소했다. 제조업 재고는 1.1% 증가했다.


어운선 통계청 산업동향과장은 "생산과 출하가 조정을 받으면서 재고가 늘었다"며 "자동차는 수출이 잘 안되다보니 재고가 쌓이지만 반도체는 우려할 만한 상황은 아닌 것 같다"고 평가했다. 제조업 평균가동률은 73.5%로 전월보다 0.5%포인트 하락했다. 반면 서비스업 생산은 보건·사회복지, 금융·보험 등이 늘어 0.2% 증가했다. 소비 수준을 보여주는 소매판매도 전월보다 0.6% 증가했다. 승용차 등 내구재(-2.8%)는 감소했지만, 음식료품 등 비내구재(2.0%), 의복 등 준내구재(1.4%) 판매가 늘었다. 서비스업과 소비 증가는 월드컵 특수와 중국인 관광객 증가에 힘입은 것으로 통계청은 분석했다.


설비투자는 특수산업용기계 등 기계류 투자가 줄어 전월보다 5.9% 감소, 4개월 연속 내리막을 걸었다. 설비투자 감소 폭은 3월 -7.6% 이래 가장 컸다. 설비투자 4개월 연속 감소는 2000년 9∼12월 이래 처음이다. 건설업체가 실제로 시공한 실적을 금액으로 보여주는 건설기성은 건축과 토목 공사 실적이 모두 줄어 전월보다 4.8% 감소했다. 통계청은 사회간접자본(SOC) 예산이 감소하면서 토목 수주가 악화해 작년 말부터 조정을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 경기상황을 보여주는 지표인 동행지수 순환변동치는 0.2포인트 하락하며 3개월 연속 저조했다.


통계청은 투자부진 원인에 대해 반도체를 중심으로 대규모 투자가 이뤄졌다가 최근에 조정을 받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반도체 업체 설비증설이 완전히 종료된 것이 아니므로 설비투자가 급격하게 나빠지지는 않으리라고 전망했다. 그러나 투자부진의 원인은 좀 더 복합적인 것으로 보인다. 경기가 순환 사이클상 수축국면에 접어들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상반기보다는 하반기, 올해보다는 내년 경기가 더 나빠진다는 것이다. 게다가 미국-중국 무역 분쟁, 신흥국 위기, 미국 금리 인상 등 대외 불안요인도 많다. 최저임금 인상, 주 52시간 제 근무 등 국내정책에 따른 노동비용 상승도 투자를 누르는 요인이 될 수 있다. 한마디로 기업들이 투자에 나서기 어려운 상황이다. 뾰족한 해결책을 찾기가 쉽지는 않다. 그러나 기업들의 긍정적인 측면에 좀 더 시야를 둔다면 돌파구를 마련할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국내 대기업들에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하청 중소기업으로부터 납품받으면서 일방적으로 가격을 깎고, 대기업끼리 서로 담합해서 공정경쟁을 해치고, 부당한 일감 몰아주기를 하고, 경영권 승계과정에서 탈법과 편법을 동원한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긍정적인 역할도 하고 있다. 일자리를 만들고, 수출하고, 세금을 낸다. 그동안 한국경제가 성장하는 데 기여한 측면이 분명히 있다. 정부가 대기업의 이런 긍정적인 측면을 고려한다면 재정, 세제, 금융, 산업정책 등에서 기업들의 투자를 촉진하는 방법을 추가로 생각해낼 수 있을 것이다.  

jeonma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