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혹한 국제사회에서 살아남으려면

2019-07-25     .
<전국매일신문 .>

중국 H-6 폭격기 2대 러시아TU-95 폭격기·정찰기 등 총 5대의 군용기가 23일 오전 동해상의 한국방공식별구역(KADIZ)에 수차례 무단 진입한 데 이어 러시아 정찰기 1대는 독도 인근 우리나라 영공까지 두 차례 침입하는 일이 벌어졌다. 우리 군은 전투기들을 출격 시켜 총 360여발의 경고사격을 한끝에 이 군용기를 몰아냈다. 타국의 군용기가 우리 영공을 무단 침입한 것은 1953년 정전협정 체결 이후 처음이라는 점에서 심각한 안보상 위협이 아닐 수 없다.


합동참모본부 발표를 보면 중국 군용기 2대와 러시아 군용기 3대는 이날 아침 수 시간 동안 동해상의 KADIZ와 영공을 제집 드나들 듯 날아다녔다. 우선 중국 군용기 두 대가 오전 6시 44분과 7시 49분 동해 KADIZ로 두차례 진입했고, 오전 8시 40분에는 러시아 군용기 2대와 함께 KADIZ로 재진입했다. 또 이들과는 별개로 동쪽에서 러시아 군용기 1대가 KADIZ에 진입해 우리 공군 전투기가 차단 기동에 나섰다. 이 러시아기가 오전 9시 9분 독도 영공을 침범하자 우리 공군은 미사일 회피용 플레어를 투하하고, 경고사격을 가했다. 이 러시아기는 9시 12분 독도 영공을 벗어났지만 9시 28분에 KADIZ에 재진입했고, 9시 33분에 독도 영공을 2차 침범했다. 공군 전투기는 재차 경고사격을 했고, 러시아기는 9시 37분에 독도 영공을 이탈해 북상했다.


KADIZ는 국제법상 인정된 영공은 아니지만 각 나라가 외국 항공기의 무단침입을 예방할 목적으로 영공 외곽에 설정하는 공간이다. 다른 나라가 이곳에 진입하려면 해당 국가에 24시간 전에 통보하고 허가를 얻어야 한다. 하지만 중국은 수년 전부터 연간 수십차례씩 KADIZ 무단침입을 자행하고 있다. KADIZ 무단침입도 문제지만 영공 침범은 이와는 차원이 다른 위협행위다. 영공은 국제법상 개별국가의 영토와 영해의 상공으로, 영토가 그 나라 땅이라면 영공은 그 나라 하늘인 셈이다. 러시아 군용기가 우리 영공을 침범한 것은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중대한 주권침해행위다.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은 니콜라이 파트루셰프 러시아 연방안보회의(FSC) 서기에게 "이 사태를 매우 엄중하게 보고 있으며, 이런 행위가 되풀이될 경우 훨씬 더 강력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항의했으며 외교부도 추궈훙(邱國洪) 주한 중국대사를 초치해 항의했다.


이번 중·러 군용기의 영공 등 침범은 한·일 관계가 극도로 악화한 시점에서 일어났다는 점에서 국제사회의 냉혹함을 일깨운다. 이날부터 이틀간 열리는 세계무역기구(WTO) 일반이사회에서는 일본 수출규제조치의 부당함을 놓고 우리와 일본 정부 간에 치열한 외교전이 펼쳐진다. 24일은 일본이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수출심사 우대 대상국)에서 배제하기 위해 의견 수렴을 마무리하는 날이기도 하다. 최근 호르무즈해협 봉쇄를 둘러싸고 미국과 중국 간의 패권 경쟁과 견제는 한층 심해지고 있다. 이때 미국 동맹 세력의 주요 축이라 할 수 있는 한·미·일 3각 협력이 잠시 틈을 보이자 중국은 재빨리 러시아와 손잡고 한반도 인근에서 합동군사훈련을 벌이면서 상대편의 약한 고리를 건드린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자국의 이익을 위해 무슨 일이든 서슴지 않는 국제사회는 마치 야생동물의 세계와 유사하다. 힘이 빠지거나 무리에서 벗어난 듯한 모습을 보이면 주변에서 가만 놔두지 않는다. 우리는 경제보복을 하는 일본과도 싸워야 하고, 끊임없이 패권을 추구하는 주변 강국들에도 대응해야 한다. 이를 위해 국력을 키우고, 외교·안보에도 빈틈이 없어야 엄정 대응해야 한다.

jeonma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