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정부는 독일의 반성에서 배워야

2019-09-03     .
<전국매일신문 .>

프랑크 발터 슈타인마이어 독일 대통령은 지난 1일(현지시간) 독일 나치가 제2차 세계대전 당시 폴란드에서 저지른 만행에 대해 거듭 용서를 구했다. 슈타인마이어 대통령은 이날 폴란드 중부 비엘룬에서 열린 제2차 세계대전 80주년 행사에서 독일어와 폴란드어로 "비엘룬 침공의 희생자들에게 고개를 숙인다. 독일의 압제에 희생된 폴란드인들을 기리며 용서를 구한다"고 말했다고 dpa, AFP통신이 보도했다. 폴란드는 2차 세계대전 때 가장 먼저 독일의 침공을 받았을 뿐만 아니라 가장 많은 피해를 당한 국가다. 독일은 1939년 9월 1일 비엘룬을 공습한 것을 시작으로 2차 세계대전을 일으켰다.


당시 독일 공군은 채 동이 트기도 전에 군사적 중요성도 없고 방비도 돼 있지 않던 비엘룬을 폭격했다. 이 폭격으로 약 1200명이 숨졌고 비엘룬 도심의 약 75%가 파괴됐다. 처음 포탄이 떨어진 곳은 지붕에 붉은 십자가 표시가 뚜렷했던 병원이었다. 이후 5년 넘게 이어진 2차 세계대전에서 유대계 300만명을 포함한 폴란드인 600만명이 숨졌고, 수도 바르샤바는 폐허가 됐다. 독일은 그동안 정부와 민간 차원에서 폴란드, 프랑스, 영국 등을 비롯한 전쟁 피해국들에 많은 배상을 해 왔고, 전쟁범죄에 대한 사과도 계속하고 있다. 올해만 해도 독일 하이코 마스 외교장관은 지난달 1일 폴란드 수도 바르샤바에서 열린 '바르샤바 봉기' 75주년 기념식에 참석해 폴란드인 사망자를 기리고 용서를 구했다.


독일은 계기가 있을 때마다 나치가 저지른 만행을 반성하고 성실히 배상에 임했다. 특히 가장 큰 피해를 본 폴란드를 향해 반성하고 또 반성했다. 가장 절절한 장면은 1970년 12월 7일 바르샤바의 유대인 위령탑 앞에서 펼쳐졌다. 당시 빌리 브란트 서독 총리는 한참 고개를 숙였다가 털썩 무릎을 꿇고 손을 모았다. 폴란드인은 물론 전 세계에 깊은 인상을 줬고 사죄와 화해를 상징하는 역사적인 장면이 됐다. 독일의 배상 노력도 끝없다. 지난달에는 독일 정부가 홀로코스트(나치의 유대인 대학살) 생존자 수천 명에게 매달 수백유로를 추가로 지원한다는 소식이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에 의해 알려졌다. 외신에 따르면 독일은 1952년 이후 홀로코스트 피해자들에게 총 800억달러를 지급했다고 한다. 1965년 한일 청구권협정으로 모든 배상이 해결됐다는 일방적인 해석과 주장을 되풀이하며 한국 대법원의 판결에 시비를 거는 아베 정권과는 달라도 너무 다르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주 독일이 과거사를 반성하고 이웃 유럽국들과 화해하며 국제사회에서 신뢰받는 나라가 됐다는 것을 일본은 깊이 새겨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 번 반성을 말했으니 반성을 끝냈다거나 한 번 합의했으니 과거가 지나갔다고 끝날 수 있는 게 아니라는 말도 했다. 일본은 이를 경청하기는커녕 관방장관 입을 통해 한국은 대법원 판결로 만들어진 국제법 위반 상태를 해결하라는 요구를 되뇌었다. 아베 정부는 일방적인 해석과 주장을 근거로 경제보복을 가한 것도 모자라 한국 정부가 촉구하는 제대로 된 대화에도 일절 응하지 않는다. 2015년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일본 방문 때 "독일은 과거와 정면으로 마주했다"는 완곡한 표현으로 일본에 조언을 준 바 있다. 일본이 깊이 새겨들어야 할 말이지만, 우경화 세력에는 딴 나라 일일 뿐이다. 

jeonma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