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당, 보수통합·인적쇄신 ‘지지부진’…총선 채비 ‘흔들’
황교안 리더십 또다시 시험대…일각선 비대위·선대위 거론도
내년 총선 ‘승리의 교두보'를 마련하기 위해서는 자유한국당이 보수통합과 인적쇄신에서 의미있는 성과를 일궈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17일 현재 보수통합과 인적쇄신에 속도를 내지 못하며 총선 준비에 차질을 빚는 모양새다.
보수통합은 첫 대상으로 꼽힌 바른미래 비당권파 ‘변화와 혁신을 위한 비상행동'(변혁)과의 대화가 사실상 중단된 상태다.
변혁의 구심점인 유승민 의원이 ▲ 탄핵의 강을 건너자 ▲ 개혁보수로 나아가자 ▲ 낡은 집을 허물고 새집을 짓자 등 보수재건 3대 원칙을 제시했지만, 한국당이 속시원한 대답을 내놓지 못한 데 따른 것이다.
또한 한국당 내 ‘유승민'으로 상징되는 탄핵 찬성 세력과 손을 잡는 데 대해 마뜩잖아하는 기류가 적지 않고, 탄핵을 부정하는 우리공화당도 외면할 수 없어 한국당의 고심은 깊어지고 있다.
보수통합 논의의 첫 화두인 ‘탄핵의 강 건너기'부터 쉽지 않은 모양새다. 한국당 황교안 대표는 ‘탄핵을 묻고 가자'는 입장이지만, 이를 통합으로 연결시키지 못하고 있다.
한국당의 한 재선의원은 “선거가 다가올수록 보수통합 문제는 절실한 생존의 문제로 다가올 것”이라며 “보수통합을 성공시키지 못하면 황 대표나 유승민 의원 모두 ‘탄핵의 강'에 빠져 죽게 된다”고 말했다.
인적쇄신 역시 지지부진하기는 마찬가지다.
박근혜 정부 실패에 책임이 있는 인사들을 과감히 잘라내는 인적쇄신이 없다면 ‘도로 새누리당'으로 전락하며 내년 총선 결과도 불 보듯 뻔하다는 데는 당 안팎의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
문제는 이를 단행할 수 있는 강력한 리더십이다.
당내에선 2000년 16대 총선 당시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의 공천 사례와 2016년 20대 총선의 더불어민주당 ‘김종인 모델'을 황 대표가 벤치마킹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꾸준히 나왔다.
‘고인 물'이 되어 버린 중진 의원들은 물론 일부 초·재선 의원들까지도 물갈이 대상에서 예외는 아니기 때문에 인적쇄신이 성공하려면 황 대표가 당내 모든 의원에게 칼을 휘둘러야 한다는 뜻이다.
정치권에선 황 대표가 여의도 정치 경험 없는 정치 초년생인 데다, 과거 민주당 문재인 당 대표 시절 ‘친문'(친문재인) 그룹과 같은 든든한 지지 기반도 없어 쉽지 않은 일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여기에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법안 처리를 앞두고 여야 간 전운이 감도는 상황에서 전열을 흐트러뜨릴 수 있는 ‘물갈이' 이슈를 당 지도부가 공개 언급할 수 없는 복잡한 상황도 얽혀 있다.
이달 들어 초·재선 의원들과 원외 당협위원장들을 중심으로 ‘중진 용퇴론 및 험지 출마', ‘당협위원장 반납' 등 쇄신요구가 분출하고 있지만, 정작 황 대표를 비롯한 당 지도부는 쇄신의 명확한 방향조차 제시하지 못한 채 의원 개개인의 자발적인 불출마 선택만 막연히 기다린다는 지적이 나온다.
황 대표의 보수통합·인적쇄신 결과는 ‘황교안호(號)'가 내년 총선까지 순항할지를 좌우하는 나침반이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당 일각에선 황 대표의 리더십이 계속 표류할 경우 비상대책위원회나 조기 선거대책위원회를 띄워서라도 국면 전환을 시도해야 한다는 말도 나온다.
김윤미기자 kym@jeonm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