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안전불감증이 부른 人災 다시는 없어야

2020-01-30     전국매일신문

안전불감증이 불러온 사고가 또 발생했다. 지난 2018년 12월 가스누출로 10명의 사상자를 낸 강릉펜션 사고가 일어난지 13개월만에 이번에는 동해시에서 인재(人災)가 발생했다. 설 당일인 지난 25일 동해시 묵호진동 '토바펜션'에서 가스폭발사고로 숙박하던 자매와 부부 등 6명이 사망하고 3명이 중경상을 당하는 정말 어처구니 없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날 참변을 당한 6명은 1남5녀 '육남매'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둘째 이모씨가 얼마전 해외에 체류중 이었던 아들을 잃은 슬픔을 위로해 주기 위해 한 자리에 모였다고 한다. 우애가 깊은 이들의 비명에 안타까움이 더 하고 있다.

사고가 난 이 펜션은 영업신고가 이뤄지지 않는 불법 숙박업소인 것으로 드러나 공분을 사고 있다. 이 펜션은 1968년 냉동공장으로 준공된 뒤 1999년 건물 2층 일부를 다가구 주택으로 용도변경, 2011년 부터 펜션 영업을 했다. 간판만 펜션이지 실제로는 다가구 주택인 것이다.

당시 업주는 숙박업소로 전환하기 위해 동해시에 관련 서류를 제출했지만 보완명령을 받자 무허가로 불법펜션업을 해 온것으로 드러났다. 더욱 아쉬움이 남는 대목은 소방당국이 지난해 11월 4일 '화재 안전 특별조사'에서 이 건물 2층이 다가구 주택이 아닌 펜션 용도로 불법 사용되고 있는 점을 확인 내부 점검을 시도 했으나 건축주에 이를 거부해 점검이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이다.

이에 소방당국이 지난해 12월 9일 이같은 사실을 동해시에 통보했지만 별다른 조치는 없었다. 현행법상 다가구 주택의 경우 건축주나 세입자가 내부확인을 거부하면 강제로 소방점검을 할 수 없다. 이번 참사를 막을수 있는 두번의 기회가 사라진 것이다.

이번 사고를 수사중인 경찰은 지난 28일 "객실 내 가스배관의 중간밸브 부분에 막음장치가 없는 것을 확인하고 수사 중"이라며 "토바펜션 건물주가 객실 내 인덕션을 설치하고 가스배관도 직접 철거했다는 진술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사고가 발생한 토바펜션은 객실 8곳 중 6곳은 최근 인덕션으로 교체됐고, 나머지 2곳은 가스레인지를 사용하고 있었다.

이날 참변을 당한 투숙객들이 머무른 객실은 기존에 사용하던 가스레인지를 교체하면서 LPG 가스배관 관리를 제대로 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된다. 가스레인지를 사용하는 객실이 있었던 이 펜션은 외부의 가스밸브는 계속 열어놓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객실 내 가스 중간밸브가 일부 개방된 것을 확인했다"고 밝혀 내·외부로 열린 가스밸브를 타고 'LP 가스가 객실 내부로 누출됐을 가능성'이 짙어지고 있다.

또한 경찰은 막음장치가 폭발로 인해 소실됐을 가능성도 염두에 두고 있다. 또 중간밸브가 처음부터 열려 있었는지, 화재진압 과정에서 손상됐는지 등도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이와 함께 경찰은 발화점으로 추정되는 객실 발코니에서 휴대용 버너와 부탄가스를 발견한 만큼 휴대용 버너 문제 등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 두고 폭발 원인을 집중 수사하고 있다.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과 KTX 개통으로 강원도 동해안을 찾는 관광객들이 급증하고 있다. 그러나 지금도 숙박업소 공유사이트에는 이번 참사가 난 불법펜션처럼 이름만 숙박업소이지 다가구주택, 아파트 등이 버젓이 올라와 있다. 동해안 일대에만 최소 1000여곳 이상 추정된다. 그러나 신고가 들어와도 내부 확인을 거부하면 강제 점검이 어려워 정확한 규모조차 파악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이들 불법숙박 업소는 건축·위생·소방 등 각종 점검에서 비켜나 있는 만큼 이번 참사와 같은 일이 언제 또 다시 일어날 수 있는 시한폭탄이다. 이번 토바펜션 폭발 사고를 계기로 불량·무허가 건물을 확인시 즉시조치 제도화가 시급한 실정이다.

jeonma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