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열의 窓] 고려인삼, 1500년 인기의 비결

문제열 국립한경대학교 연구교수

2020-06-18     전국매일신문

고려인삼의 유래는 1500여년 전부터 시작된다. 도홍경(陶弘景:456~536년)이 쓴 본초경집주(本草經集註)에는 백제의 인삼은 모양은 가늘지만 단단하고 희며 기운과 맛이 중국 산서성 상당삼(上黨蔘)보다 부드럽다고 기록되어 있다.

1592년 이시진(李時珍)이 집필한 본초강목(本草綱目)에는 개성부근에서 인삼을 재배했다고 기록됐다. 이 기록으로 봐 1592년 이전에 우리나라에서 인삼재배를 했음을 알 수 있다. 이런 고려인삼은 고려와 조선을 이어 지금까지도 우리 민족을 대표하는 최고의 수출품이자 자랑이 되고 있다.

이렇게 오랜 세월 고려인삼이 사랑을 받은 이유를 살펴보면 먼저 우리 땅이 인삼재배에 최적지이기 때문이다. 인삼은 비교적 서늘하고 건조한 기후를 좋아한다. 사계절이 뚜렷한 기후와 배수가 잘돼는 토양이 좋다. 우리나라가 바로 그렇다. 인삼은 식물분포학적으로 북위 30~48도 지역에서만 자생하는 식물로 우리나라(34~43도)가 최적지다.

인삼이 하늘이 내려준 불로장생(不老長生)의 영약인 것도 이유다. 인삼은 맛이 달며, 오장(五臟)의 양기를 돋운다. 혈액을 보충하고 혈액순환을 원활하게 해 빈혈, 저혈압 등에 유용하다. 나쁜 기운을 빼며, 정신을 안정시키고 인체가 필요로 하는 체액을 충당하여 줌으로 당뇨병 치료에 유효하다. 천식을 멈추게 하고, 위장을 튼튼하게 하고 설사를 멈추게 한다. 효능이 무궁무진한 인삼을 세계가 마다할리 없다.

홍삼(紅蔘)을 만들어 낸 것도 이유다. 수삼(水蔘)을 98∼100℃의 온도에서 증기로 쪄서 말린 것을 '홍삼'이라고 한다. 홍삼 속에는 사포닌, 홍삼 다당체를 비롯한 열안전성 단백질, 아미노당, 당 생성 억제물질, 페놀화합물, 비타민류와 무기질 등 다양한 성분이 다른 생약에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많다.

이 성분들은 고혈압이나 동맥경화의 예방효과가 있고, 조혈작용과 혈당치를 저하시켜 준다. 특히 홍삼의 사포닌(Saponin) 속에는 진세노사이드(Ginsenoside)는 Rb1, Rg1, Rg3라는 성분이 있는데 이는 면역력증진, 피로개선, 혈소판 응집억제, 기억력 개선, 항산화, 갱년기 여성 건강에 도움을 준다.

이런 인삼이 울릉도와 독도를 지켰다는 일화도 있다. 조선시대 후기 영의정 홍봉한(洪鳳漢:1713~1778년)은 “상인들이 울릉도에 들어가 인삼을 몰래 채취하니 왜인들과 외교 분쟁이 일어날까 걱정”된다고 영조(英祖:재위 1724~1776년)에게 보고했다.

당시 일본에서는 고려인삼의 인기가 엄청 높았다. 조선과 단교가 되더라도 인삼 확보가 더 중요한 시기였다. 이에 조선은 일본과 울릉도를 놓고 영토 분쟁이 발생할 것에 대비해 미리 특산물과 지형을 문서로 정리해 대비했다. 독도를 우리 땅이라고 명시한 최초의 문헌 ‘동국문헌비고(東國文獻備考)’도 이런 사연이 내재돼 나온 책이다.

인삼커피도 있었다. 우리나라에 커피가 들어 온 것은 19세기 말 서양인들이 들어오면서였다. 이때 커피이름은 ‘양탕국(洋湯麴)’이었다. 당시 인삼재배와 홍삼제조업 등을 경영해 온 개성상인들이 이 ‘양탕국’에 인삼을 넣어 ‘인삼커피’를 만들어 팔았다고 한다. 인삼커피의 성공여부는 알려지지 않고 있지만 인삼을 팔려는 개성상인들의 발상과 의지만큼은 정말 대단하다고 할 만하다. 

이처럼 고려인삼은 하늘이 우리나라에 내려준 신비의 선물이다. 2015년 메르스에 이어 현재 코로나19까지 대규모 바이러스감염증이 발생할 때마다 강조되는 것이 우리 몸의 면역력 증강이다. 면역력 강화를 위해서는 규칙적인 생활과 운동도 중요하지만, 기력(氣力)을 높이고 면역력을 향상시키는 홍삼을 먹는 것이 좋다.

최근 코로나19 영향으로 홍삼 소비가 국내외에서 크게 증가하는 이유다. 한국 사람들이 커피를 좋아하듯 전 세계에서 인삼을 커피처럼 매일 마셔 건강한 삶을 살아나갔으면 한다. 유구한 역사 속에 함께해온 인삼산업이 세계시장을 제패(制霸)하는 보배산업으로 도약하기를 기대한다.

 

[전국매일신문 전문가 칼럼] 문제열 국립한경대학교 연구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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