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
박병로 전 포항장량초등학교장
2021-03-14 전국매일신문
마음이 허전할 때 가끔씩 찾는 절집 하나가 있다.
고즈넉해서 좋다.
승용차가 절까지 가지 못하기에 입구에 차를 두고
한참을 걸어야 한다.
초입에서 부터 곱게 핀 참꽃들이 연분홍 자태를
가슴 깊숙히 상큼한 냄새를 들이마신다
등줄기에 땀방울이 촉촉할 때 쯤 도착한
들이키고 먼 하늘을 한 번 올려다 본다.
물 맛은 갈때마다 다르고 하늘은 볼때마다
다르다.
절집 마당에 들어서면 늘 그렇듯이 공양주
보살님이 버선발로 반겨준다.
법당 앞에는 어느 부잣집 안주인이 시주한
앙증스런 범종 하나가 걸려있다.
오늘따라 범종에 새겨진 비천상에 내리는 봄볕이
더 포근하다.
흐드러지게 핀 홍매화 한 가지가 비천상에
클로즈업 된다.
사진가의 직관으로 구도를 잡고 내가
간직하고 싶은 세상의 시공간을 사각형으로
잘라서 카메라에 담는다.
사진이란 세상을 엔제, 어디서, 어떻게 자르느냐
에 따라서 전혀 다른 이야기가 된다.
내가 10년 간 사진에 빠진 것도 바로 그
매력 때문이었다.
춘래불사춘
봄은 이렇게 무르익어 가지만 내 마음속에는
아직 봄이 찾아오지 않고 있다.
[전국매일신문 詩] 박병로 전 포항장량초등학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