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상헌의 하제별곡] 해제(解題)-제목을 풀다

강상헌 문명비평가·우리글진흥원 고문

2021-04-20     전국매일신문
강상헌 고문

우리에게 ‘내일’은 없다? 있다! 

내일이 없는 겨레는 초라하다. 말(언어)은 비유적이다. 내일(來日)이라는 뜻의 우리말이 없다면, 우리에게 내일은 중요하지 않았다는 얘기다. ‘설마’ 하겠지만 어제도, 오늘도 우리말인데 왜 來日만 한자말일까? 그리고 내일 말고는 ‘그 뜻’ 가리키는 우리말을 쉬 찾을 수 없다. 

‘가까운 미래’ 내일(투모로우)을 부르는 우리말은 없는가. 모레 글피는 있는데, 하필 미래의 대명사라 할 ‘내일’이 없는 것이다.

있다. 아니, 있었다. 
기억의 저편에서 웅크리고 있었다. 

문자학(한자의 역사와 활용에 관한 학문)의 연구가 ‘하제’라는 말을 찾아 주었다. ‘어제 오늘 하제’의 제 짝이 맞춰진 것이다. 

문자학자 고(故) 진태하 교수의 ‘작품’이다. 그는 고려 때 책 ‘계림유사’에서 명일(明日 내일)의 당시 우리말이 ‘하제’임을 찾아냈다. 

‘내일’의 우리말, 하제 말고도 또 있었다. 이번에는 ‘아제’다. ‘아 다르고 어 다르다.’라는 말과 관련된 국어학의 한 ‘이론’이다. 어제 이제(오늘) 아제(내일)는 연결된 시간의 선상에 있다. 과거 현재 미래의 우리말 판(板) 선형(線型)을 제대로 찾은 것이다.

이 연재 글 제목을 풀어본다. ‘하제별곡’의 하제는 한자말 내일의 우리말이다. 별곡(別曲)은 특별한 곡조나 글, 때로 이별(離別)의 노래다. 

하제(내일)는 우리에게, 또 당신에게 매우 기쁘고 중요한 시간이다. 때로 어제와 이제를 모아 아제 즉 하제를 위한 통찰(洞察)을 불러보고자 한다. 

세상 다시 열리는, 개벽(開闢)의 시대라고들 한다. 하제 즉 미래의 경영은 우리의 긍지와 함께 겨레의, 후손의 새로운 행복을 마련하는 일이다. 기왕의 부덕(不德)과 적폐(積弊)는 씻어야 하리라. 우리 청춘들 다 기쁘게 힘 모아주면 얼마나 좋을까.

[전국매일신문 칼럼] 강상헌 문명비평가·우리글진흥원 고문

jeonma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