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교사 채용 대가로 사학재단 수십억 '꿀꺽'

수학 문제 푼 흔적도 없는데 '만점' 기간제 교사·부모 26명에 18억 받아

2021-07-20     이재후기자
기간제 교사들로부터 정교사 채용을 대가로 거액을 받아 챙긴 사학재단이 걸렸다. 사진은 경기남부경찰청사 전경.

기간제 교사들로부터 정교사 채용을 대가로 거액을 받아 챙긴 사학재단이 걸렸다.

20일 경기남부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는 배임수재 및 업무방해 혐의로 경기도의 한 사학재단 관계자 10명을 입건해 이 중에 범행을 주도한 이사장 아들이자 재단 소속 학교 행정실장 A씨 등 3명을 구속 송치했다고 밝혔다.

또 이들에게 돈을 건네고 정교사 시험에 부정합격 한 기간제 교사 21명과 교사 부모 5명 등 26명은 배임증재 혐의로 불구속 입건된 뒤 검찰에 넘겨졌다.

이들은 지난해 2월 치러진 이 재단 소속 학교 정규직 교사 채용시험 과정에서 돈을 받고 문제와 시험지를 특정 응시자들에게 사전 유출해 B씨 등 13명을 부정하게 합격시킨 혐의를 받고 있다.

합격한 B씨 등 기간제 교사와 부모 중 일부는 지난 2015년에 이미 재단 측에 돈을 건넸다. 하지만 도교육청이 채용시험을 재단이 자체적으로 하지 말고 위탁채용 방식으로 진행할 것을 권고했고 재단 측은 교육청 권고대로 할 경우 이미 돈을 받은 기간제 교사들에 대한 채용이 어렵다고 판단, 지난 2016년∼2019년까지 아예 채용시험을 진행하지 않았다.

이 와중에도 꾸준히 기간제 교사들로부터 채용을 대가로 한 돈을 받았고 이들로부터 채용 독촉을 받게 되자 A씨 등 재단 측은 교육청 권고를 무시하고 지난해 자체적으로 채용시험을 진행했다. 이에 교육청은 곧바로 이 재단에 대한 감사에 착수했다.

당시 교육청은 감사에서 최종 합격자 13명의 시험 평균 점수가 나머지 응시자의 평균 점수보다 월등히 높은 점, 수학 과목에서 만점을 받은 합격자 1명의 경우 전체 25문제 중 17문제에 대한 풀이 과정이 시험지에 전혀 없는 점, 국어과목 합격자 2명이 오답까지 똑같이 기재한 점 등을 확인하고 지난해 5월 경찰에 수사 의뢰했다.

[전국매일신문] 이재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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