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재혁의 데스크席] 지방자치제 부활 30주년

최재혁 지방부국장

2021-07-22     최재혁 지방부국장

정선군의회가 올해 서른 살이 됐다. 공자는 사람의 나이 30세를 삼십이립(三十而立, 서른 살이 되면 뜻이 확고하게 서고 성숙해진다)이라 했다. 그러나 보통사람의 서른은 아직 뜻이 바로 서는 단단한 삶이 아니다. 방황하고 실패하며 책임이 커지는 만큼 미래에 대한 걱정도 많아 서른이란 숫자가 갖는 의미는 매우 다양하고, 복잡하다.정선군의회의 서른은 지방의회 부활 30년과 결을 같이 한다.

최근 전국의 광역 시·도의회도 개원 30주년을 맞아 자축의 행사와 함께 새 출발의 각오를 다졌다. 앞서 기초의회도 출범 30주년 기념일을 보냈다. 이들 지방의회 의원들은 저마다 자신을 뽑아준 지역민의 뜻을 받들어 지역의 발전을 꾀하고 성실한 심부름꾼으로 맡은 역할을 충실히 이행할 것을 약속했을 것이다. 1961년 지방자치제 폐지 이후 30년 만인 1991년 부활되고 다시 보낸 30년 세월이지만 여전한 비리 등으로 지방의회에 대한 비판은 숙지지 않으니 지방의원 스스로 되돌아볼 때이다.지방자치제 부활 30주년을 맞이했다.

풀뿌리 민주주의 실현을 기치로 1991년 시·군의회가 출범을 했고, 1995년 본격적인 지방자치제가 개막하면서 민선시대가 열려 오늘에 이르고 있다. 우리나라의 지방자치제는 1952년 4월 25일 전국적으로 실시된 제1차 시·읍·면의회 선거를 통해 개원했다. 하지만 1961년 5·16 쿠데타로 집권한 군사정부에 의해 강제 해산되면서 긴 세월 동면에 들어갔다. 그리고 지난1991년 4월15일 시·군 기초의회가, 그해 6월 20일에는 광역의원을 뽑는 선거가 실시되면서 30년의 암흑기를 깨고 새 역사가 시작됐다.

돌이켜보면 당시 제도적 미비 속에 준비가 안 된 채 출범한 지방자치는 권한과 사무, 재정 등을 중앙에 두고서 시행돼 ‘무늬만 지방자치제’란 비판을 받았다. 이런 가운데 의회 출범 초기 일부 의원들의 전문성 부족과 자질 논란으로 걸핏하면 ‘지방의회 무용론’이 나올 정도로 지방의회를 향한 주민들의 신뢰가 높지 않은 것도 사실이었다. 물론 해를 거듭하면서 의회와 의원 스스로 연구 단체를 만들어 전문성 제고에 나서고 있음은 다행스런 일이다.

그런데 아직도 주민들의 의정에 대한 평가는 비교적 긍정적인 반면 소통 부재에 따른 체감만족도는 현저히 떨어져 불만이 높다. 더군다나 내년 32년 만에 전부 개정된 ‘지방자치법’ 시행으로 ‘지방의회 인사권 독립’, ‘의정지원과 확충’ 등 지방의회 위상이 대폭 강화되면서 ‘자치분권 2.0시대’ 개막을 예고하고 있다. 이에 명실상부한 민의 대변기구로서의 위상 강화는 물론 성인의회로서의 군민 신뢰를 확보, 고유권한에 충실하자면 넘어야 할 산도 많다.

지역적으로는 현안으로 대두된 ‘도암댐 관련’ 대처방안 등이 필요하다. 그 1단계 과제로 내년 6월 지방선거에서 자질과 능력, 합리적 사고를 겸비한 깜냥인물을 의회에 많이 진출하게 해야 한다. 민의 대변기구를 전문화하고 특히 주민들의 불만이 가중되고 있는 현장과의 소통을 강화해 체감 의정을 높이는 일이다. 그래서 과거로부터 달라진 위상을 업고 의회가 진정한 민의 대변기구로 우뚝 서게 해야 한다.

이처럼 위상이 굳건해야 대등한 구도하에서 행정을 제대로 견제·시 할 수 있다. 이미 정선은 중 위험군 지역으로 분류된 이상 스스로 군민 화합을 통한 지역 발전을 끌어 내기 위해 지도자와 주민이 합심해야 한다. 이런 의무감이 필요한 시점이 바로 지금이다. 또 인근 시·군과의 교류 및 협약을 통해 벨트화를 끌어내는 등 공동발전을 위한 노력을 기울여야 시너지 효과를 창출할 수 있다. 지방자치제 부활 30주년, 앞으로 30년을 향해 정선군과 의회가 다시 뛰어야 한다.

지금처럼 지역구 국회의원이 사실상 공천권을 행사하는 제도를 뜯어 고치지 않으면 지방의원 혁신과 변화는 헛된 꿈에 불과할 것이다.공천을 둘러싼 금품 수수 등 온갖 잡음 또한 없앨 수 없다.국민의힘 이준석 대표가 제시한 ‘후보자 자격시험’ 같은 조치가 지방의원에게도 이뤄지길 바랄 따름이다.

재출범 30주년을 맞은 지방의회가 이제 어떤 길을 갈지 알 수 없다. 아직까지 통렬한 자성(自省)과 자정(自淨)의 목소리는 들리지 않는다. 남은 날도 크게 기대하지 않는 게 좋을지 모르겠다. 늘 그랬듯이 의정비 인상과 해외연수비 확보 등 자신들 이익과 밥그릇 챙기기에 바쁜 모습이 벌써 아른거리는 답답한 30주년 즈음이다.

지방자치와 국토균형발전은 역대 정부 대대로 화두였다. 노무현 정부의 지방분권특별법, 이명박 정부의 지방분권촉진특별법, 박근혜 정부의 지방행정개편특별법 등이 맥을 이어갔다. 문재인 정부가 애초 연방국가 수준의 분권을 약속했으나 기대치엔 못 미친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반쪽에 그친 자치경찰제, 공약에 미달한 재정분권 수준 등이 그렇다. 하지만 첫술에 배부를 수는 없다. 지방자치는 이제 뒤로 물러서거나 포기할 수 없는 시대의 가치다.

내년부터 지방자치 2.0의 시대가 열린다. 작년 말 전면 개정된 지방자치법에 따라 지방정부와 지방의회의 역할과 권한이 한층 늘어난다. 지자체든 의회든 30살이면 이제 완전한 성인이다. 진정한 자치분권을 위해 중앙정부에 요구할 건 요구하면서 스스로 충분한 역량과 자질을 갖추었는지 한번쯤 되돌아봐야 할 시기다. 특히 지방분권이 지상과제인 상황에서 지방의회 무용론이 제기되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다.국회법이 있는 것처럼 지방의회법 제정은 보다 근본적인 과제다. 자치분권의 새 지향점은 주체적인 행정과 의정이다.

[전국매일신문] 최재혁 지방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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