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직칼럼] 군포시의 도시다움을 강화한다

한대희 경기 군포시장

2021-09-10     전국매일신문

도시가 도시다워지려면 몇 가지 조건이 있어야 한다. 주민들의 삶의 터전인 주택과 수입의 원천인 일자리가 충분히, 균형을 맞춰 공급돼야 한다. 그렇지 못할 경우 상당수 시민들은 1년 내내 집 구하러 허덕여야 하거나, 도시는 자족기능이 떨어지면서 베드타운으로 전락할 수 있다. 또한 주민들의 이동을 위한 교통인프라가 구축돼야 한다. 부실한 교통망은 도시의 동맥경화를 초래한다. 여기에 녹지화 등 친환경적 요소를 보완하고 문화적 인프라와 여가시설 등이 들어서면 도시다워질 것이다. 이는 지자체장으로서의 판단이므로, 도시계획전문가의 진단과 다를 수 있다.

물론 이런 조건들을 충분히 갖추고 있는 도시는 찾기 어려울 것이다. 오히려 도시가 팽창하면서 여건은 더 나빠질 수 있다. 양적인 팽창과 질적인 성장,  한국을 비롯한 세계 각지 도시들의 과제다.

군포시는 어떤가. 주택현황을 보자. 임대주택이 유난히 많다. 1기 산본신도시 영구임대주택 비율은 8.17%로 인근 신도시보다 월등히 높다. 영구임대주택 부담을 시 재정으로 충당해왔다. 또한 주택공급에 집중한 나머지 군포시의 자족기능이 떨어졌다. 산본신도시는 베드타운이 됐다. 특히 과밀억제권역과 개발제한구역 등 중첩된 규제로 우수 기업들이 군포시를 빠져나가는 것을 바라만 보고 있어야 했다.

군포는 수도권 서남부지역 교통 요지이지만, 만성적인 교통체증에 시달리고 있다. 특히 문제의 국도 47호선은 인근 지역에서 군포를 거쳐 가는 통과교통량이 폭증하고 있는데, 전체 교통량의 70%에 이르고 있다. 10대 중 7대 꼴이다. 군포복합물류터미널도 문제다. 1997년에 건설된 복합물류터미널은 하루 진출입 차량이 4만대 이상. 대형 화물차들이 드나들면서 소음과 매연의 증가로 시민들의 쾌적한 주거환경을 해치고 있으며, 군포시 발전에 큰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군포시가 복합물류터미널 유지를 위해 지출하고 있는 교통혼잡비용과 환경비용 등  직·간접 비용만 연간 841억원. 인근 지역 주민들이 거쳐가는 도로의 유지를 위해 군포시민들의 혈세를 쏟아붓고 있는 셈이다. 수도권 복합물류를 군포가 왜 떠 안고 있어야 하는지, 군포시는 억울할 뿐이다.

군포시는 이들 문제의 해결을 위해 부단히 고민해왔다. 그런데 최근 정부가 신규 공공택지 추진계획을 내놨다. 군포, 의왕, 안산 등 3개시 177만평 부지에 4만천호를 공급하는 내용이다. 용지 부족난을 겪고 있는 군포로서는 한 숨 돌릴 만한 일이겠지만, 걱정도 크다. 앞서 언급한 교통과 주택공급문제 보완, 자족기능 강화 등이 이뤄지지 않는 한, 그 효과를 담보할 수 없기 때문이다. 특히 공공택지 예정지역이 국도 47호선 주변으로 계획되고 있고 복합물류터미널 역시 공공택지 예정지와 인접해 있다. 이대로 가면 국도 47호선과 복합물류터미널로 인해 군포시가 입게 될 피해는 더욱 심해질 것이다.

그래서 정부에 몇 가지 요구를 했다. 국도 47호선을 보완할 수 있도록 철도를 포함한 광역교통 개선대책 마련을 공공택지개발에 앞서 추진하는 것이다. 복합물류터미널 이전도 필요하다. 수도권 복합물류사업은 국가차원에서 교통정리해 대체부지를 새롭게 선정해야 한다. 특히 이전 효과를 거둘 수 있도록 최소한 공공택지개발에 앞서 이전계획을 수립해야 한다. 또한 산본신도시의 과도한 임대주택 비율을 감안하면, 이번에는 임대주택 비율 최소화가 바람직하다. 여기에 충분한 신규 분양주택 공급이 이뤄져야 한다. 이와 함께 자족기능을 강화화기 위한 방안이 필요하다. 업무기능과 4차 산업을 선도할 수 있는 충분한 자족기능이 반드시 확보돼야 한다.

공자(孔子)는 논어(論語)에서 “정치란 바로 잡는 것이니, 당신이 앞장서서 바르게 행한다면 누가 바르게 행하지 않겠는가.” 지자체장이 앞장서서 바로 잡아야 할 일은 무엇인가. 주민들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것이다. 삶의 수준이 떨어지면 당연히 발벗고 나서서 바로 잡아야 한다. 지자체장의 기본 임무다. 그래서 이번에 정부에 교통망 개선 등의 대책 마련을 요구한 것이다. 결코 무리한 수준은 아니라고 본다. 군포시민들의 인간다운 삶을 위한 최소한의 요구 조건이라고 생각한다. 효율적인 추진을 위해 TF팀을 구성할 것이다. 시민들과 함께 이들 숙원 과제들이 해결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정부와 성실하게 협의해나갈 것이다. 정부의 합리적인 판단을 기대해본다.

[전국매일신문 칼럼] 한대희 경기 군포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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