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오장의 향기로운 詩] 입 막고 코 막고
시인 이오장(현대시인협회 부이사장)
입 막고 코 막고 -코로나 블루 1
눈을 뜨고 귀를 열며 길을 나섭니다
사람을 만날 때마다
입을 막고 코를 막아야 합니다
코를 막고 입도 막고 있습니다
귀를 열어 눈을 떠도
사람들 사이가 가까워지지 않습니다
일정한 거리를 두고
경계하며 불신하고 있습니다
그 누가 입을 열고 코를 열면서
헤칠지도 모르기 때문입니다
사람과 사람은 이제
서로 못 믿어 멀어지는 사이입니다
[시인 이오장 시평]
갑작스레 오한이 나며 40도를 넘나드는 고열이 동반된다.
환자는 곧 의식을 잃고 헛소리를 늘어놓는다.
길면 2, 3일에서 짧게는 발병 24시간 만에 숨을 거둔다.
시체에는 검은 반점이 생겨난다. 14세기 중세 유럽을 죽음의 공포로 몰고 간 페스트의 증상이다.
당시 의술로는 발병 원인도, 치료법도 알 수 없었기에 그저 ‘신이 내린 형벌’로만 인식되었던 이 병으로 1340년대 유럽에서 2,000만~3,000만 명의 사람들이 한꺼번에 목숨을 잃었다.
당시 유럽 인구의 5분의 1 내지 3분의 1이 희생된 것이다.
페스트가 휩쓸고 간 유럽은 처참하게 변했다.
인구가 급격하게 줄면서 중세 유럽을 지탱하던 봉건 제도가 무너졌고, 경제 체제도 일대 변혁을 맞게 되었다.
1347년 이탈리아 시칠리아섬에서 처음 발생한 패스트는 3년 만에 전 유럽을 휩쓸어 많은 희생자를 낸 것이다.
조선시대 세종대왕 때도 전국을 휩쓴 두창이나 광해군 때 황해도 지방을 휩쓴 열병은 조선의 국력을 쇠퇴하게 하였다.
전염병은 그만큼 무섭다.
한 나라의 멸망도 가져온다.
지금은 어떤가.
유럽의 페스트보다 훨씬 무서운 바이러스가 전 인류를 공포로 몰아넣었다.
다른 점이라면 지금은 영양상태가 좋고 의학의 발달로 바이러스를 규명하여 희생자가 적다는 것이지만 아직도 치료약과 원인을 찾아내지 못했다.
그래서 더 두렵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 장벽을 쳐야 할 만큼 무섭고 이제는 물리치지 못할 바에 함께 살며 적응하자는 목소리도 들린다.
이태수 시인은 인류의 멸망을 점친 게 아니다.
그렇다고 코로나바이러스를 친구라 하지도 않는다.
전염병 때문에 이웃과 가족, 동료와 친구까지 멀리해야 하는 현실이 안타깝다. 병균 때문에 오직 나만을 챙겨야 하는 작금의 현실이 언제 끝날 줄 몰라 두렵다.
그러나 절망하지는 않는다.
사람이기 때문에 곧 물리칠 거라는 희망을 갖는다.
무서운 바이러스지만 언제나 이겨왔지 않았는가.
서로 조심하고 조심하며.
[전국매일신문 詩] 시인 이오장(현대시인협회 부이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