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랏말싸미] '벼르다'와 '벼루다'

2023-07-03     이현정기자

벼르고 있던 기회가 찾아왔다

벼루고 있던 기회가 찾아왔다

혼내주려고 벼르고 별렀다
혼내주려고 벼루고 별렀다

어떤 일을 이루려고 마음을 단단히 먹고 기회를 엿보는 것을 의미하는 이 단어는 '벼르다'가 맞는 표현이다.

'벼루다'는 없는 표현이며, 함께 혼동해 사용하는 '벼리다'는 무디어진 연장의 날을 불에 달궈 두드려서 날카롭게 만드는 것으로 전혀 다른 뜻의 단어다.

다음은 사전적 의미다.
● 벼르다

► 동사
 : 어떤 일을 이루려고 마음속으로 준비를 단단히 하고 기회를 엿보다.
 ・ 결전을 벼르다.
 ・ 복수를 벼르다.
 ・ 일전을 벼르다.
 ・ 그는 영감 대신에 아직 들어오지도 않은 며느리를 벌써부터 벼르고 있었다.≪이기영, 신개지≫
 ・ 차 그릇 뚜껑에 가득 따른 술잔을 무슨 쓴 약이나 벼르듯 하다가 그 번지레한 얼굴에 통 주름살을 그으며 마시었다.≪최명익, 장삼이사≫
 ・ 혼내 주려고 벼르던 참에 너 잘 만났다.
 ・ 무언가 서두르는 기색으로 보아 진작부터 하려고 벼르던 말을 드디어 쏟아 놓을 작정인 것 같았다.≪이문열, 변경≫
 ・ 마음이 약해지기 전에 동일에게 전화를 하겠다고 벼르고 또 별렀으면서도 석이네는 걸어 다닐 곳도 없는 거리를 몇 번을 오르락내리락했다.≪한수산, 부초≫
 ・ 내년 겨울엔 어떡하든 푹신한 햇솜이불을 꾸며 줘야겠다고 벼르다가 얼굴을 붉혔다.≪박완서, 오만과 몽상≫
 ・ 벼르던 아기 눈이 먼다 [자료참고: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

[전국매일신문] 이현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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