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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 코앞인데” AI 이동제한에 은둔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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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 코앞인데” AI 이동제한에 은둔생활
  • 전국종합/ 김윤미기자
  • 승인 2017.01.21 1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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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 진천군에서 오리를 사육하던 A(60)씨는 민족 최대의 명절을 앞두고 깊은 시름에 잠겨 있다.

A씨는 지난해 11월 16일 음성군 맹동면의 한 오리농장에서 조류인플루엔자(AI)가 발생했다는 소식을 들은 뒤부터 '은둔생활'에 들어갔다.

'겨울의 불청객' AI에 대한 공포가 커지면서 가금류 사육농가가 밀집해 있는 진천군과 음성군의 농촌 마을은 '육지의 섬'이 됐다. 외부인의 왕래는 물론이고, 인근 주민끼리도 발길을 끊었다.

AI 발생으로 내려진 이동제한이 언제 해제될 지 예상조차 할 수 없어 더 답답하다.

A씨는 "작년에는 한 달여 만에 이동제한이 해제됐는데 올해는 두 달이 훌쩍 넘도록 방역을 해도 끝이 안보인다"며 "서울에 있는 아들에게 이번 설에는 집에 오지 말라고 연락했다"고 답답한 마음을 전했다.

그는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즐거운 마음으로 설을 준비할 수 있겠느냐"며 "언제까지 겨울철마다 이런 일을 반복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충북에서는 392만 마리의 가금류를 살처분하며 맹위를 떨치던 AI가 지난달 29일 음성군 메추리농장을 끝으로 23일째 더 나오지 않았다.

지난달 23일 마지막으로 AI가 신고된 닭을 기준으로 보면 29일째 잠잠한 것이다.

그러나 이동제한이 풀린 곳은 전혀 없다.

AI가 터지면 발생농장 반경 10㎞가 이동제한 방역대로 묶인다.

이동제한 해제는 해당 방역대 내 살처분이 끝난 뒤 30일이 지나고, 환경검사에서 바이러스가 추가 검출되지 않으면 가능하다.

도내 15개 방역대 가운데 상당수가 살처분을 마친지 30일이 넘었으나 아직 이동제한이 해제는 기약이 없다. 환경검사가 진행되는 지역도 충주 방역대 1곳이 고작이다.

이같이 이동해제가 더딘 것은 3천203만 마리의 가금류를 살처분 할 정도로 최악의 상황을 보인 전국적 상황과 무관치 않다.

지난 15일이후 닷새째 AI 발생이 잠잠했으나 앞서 의심신고를 한 경기도 양주, 연천, 안성 등의 농가 3곳이 최근 확진 판정을 받으면서 언제든 다시 발생할 수 있다는 공포가 여전하다.

방역 당국은 설 명절이 AI 사태의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고, 고향 방문 때 방역 규칙 준수를 당부하며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20여 일이 넘도록 AI가 발생하지 않았더라도 충북이 제일 먼저 이동제한 해제에 나서는 것을 도와 일선 시·군은 부담스러워한다.

이동제한 해제를 위한 환경검사에서 바이러스가 검출되면 21일 뒤에나 재검사가 가능하기 때문에 자칫 서둘렀다가 오히려 이동제한 기간이 더 길어질 수도 있다.

충북도의 한 관계자는 "AI 발생으로 반출되지 못한 채 쌓여있는 분변을 매일 소독하고 있지만, 바이러스가 모두 죽었다고 장담하기 힘들다"며 "2014년에도 환경검사에서 바이러스가 나온 사례가 있어 이동제한 조치 해제에 신중을 기하고 있다"고 말했다.

도는 AI가 극성을 부린 진천과 음성은 2∼3개 방역대가 중복돼 있어 방역대별로 이동제한을 풀지 않고, 일괄적으로 해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서해안과 남쪽에 머무는 철새들이 대규모 북상을 시작한 것도 걱정거리다.

바이러스에 감염된 철새가 이동해 축산 농가에 AI를 옮긴다면 그동안의 방역이 모두 물거품이 될 수도 있다.

도는 철새 도래지를 청주 대청호·미호천권, 충주호권, 진천 백곡·초평지권, 괴산 문광·소수지권 등 4개 권역으로 나눠 매일 8명씩 투입해 철새의 이동 상황과 폐사 등 이상 징후를 예찰하고 있다.

도 관계자는 "올해 이동제한을 강력하게 하는 것은 역대 최강의 피해가 발생한 데다 국민의 관심도 높기 때문"이라며 "설 연휴 전에 이동제한 해제가 가능한 곳은 현재 환경검사가 진행되는 충주 방역대가 유일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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