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은 귀국 이후 나흘만인 16일 박근혜 대통령에게 전화로 귀국 인사를 했다고 반 전 총장의 이도운 대변인이 밝혔다.
반 전 총장은 이날 오전 10시께 박 대통령과의 전화 통화에서 “직접 찾아뵙고 인사드려야 하는데 상황이 이렇게 돼 안타깝게 생각한다”며 “부디 잘 대처하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안타깝게 된 상황’은 탄핵을 당해 직무정지 상태인 박 대통령의 처지를 의미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현재 진행 중인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에 ‘잘 대처하길 바란다’는 뜻으로 받아들여진다.
반 전 총장은 이어 자신의 대표적 업적으로 꼽히는 기후변화협약 비준과 지속가능개발 목표 이행 등 유엔의 주요 업무와 현안에 대해 박 대통령이 적극적으로 협력한 데 대해 감사하다는 뜻을 보였다.
이에 박 대통령은 “12일 귀국 이후 바쁜 일정을 소화하고 있다고 듣고 있다. 유엔 사무총장으로서 10년간 노고가 많으셨다”며 “그동안 많은 성과를 거두셨다. 수고하셨고 축하드린다. 건강 유의하시고 새해 복 많이 받으시기 바란다”고 말했다고 이 대변인이 전했다.
한편 반 전 총장은 귀국 닷새째인 16일 오전 경남 거제시의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를 찾았다.
이어 부산으로 이동해 남구에 있는 유엔 기념공원을 방문, 기념묘지를 참배한 뒤 유엔 기념관 안에서 대학생들과 간담회를 가졌다.
지난 13일 서울 동작구의 김치찌갯집에서 취업준비 대학생과 청년 창업자 등을 만난 데 이어, 이날 부산에서도 대학생들과의 소통을 이어가며 자신에 대한 지지가 상대적으로 약한 청년층과의 스킨십을 강화하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또 반 전 총장은 17일 부산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김해 봉하마을로 이동해 노무현 전 대통령의 묘소를 참배하고 권양숙 여사를 예방한다.
이어 호남으로 발길을 돌려 전남 진도 팽목항을 방문한 후 인근 명량대첩 해전사 기념 전시관을 방문한다. 이날 숙소는 전남 영암읍 마을회관으로 정했다.
18일에는 광주광역시 국립 5.18 민주묘지를 참배한 후 조선대학교를 방문, 강연 및 대학생과의 토론에 나선다.
이날 오후에는 다시 영남으로 넘어가 화재로 큰 피해를 입은 대구 서문시장을 방문해 상인들을 위로하고 대구 청년회의소에서 간담회를 연다.
19일에는 대전 현충원을 방문해 참배하고 대전 대덕산업단지를 들려 첨단산업 현장을 살펴볼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