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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80] 꽃향기는 어디로 가고 봄날이 미세먼지로 가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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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80] 꽃향기는 어디로 가고 봄날이 미세먼지로 가는가
  • 서길원 호남취재본부장
  • 승인 2018.04.04 13: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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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길원 大記者 세상읽기]

-미세먼지는 한마디로 재앙 그 자체이다. 이대로 가다가는 국민들이 일상생활에서 방독면을 사용하거나 생수를 사먹듯이 공기도 사먹어야 하는 날이 오게 될지도 모르겠다. -
 
 
 
파아란 하늘보기가 그야말로 하늘의 별따기다. 대한민국의 봄 하늘을 미세먼지가 점령하고 있다. 어쩌다 파란 하늘이 보이면 마치 무슨 행운을 얻은 듯한 기분이다. 파란 하늘이 일상이 아니라 행운인 삶은 서글프다.
 
날씨 풀리고 꽃피우는 아름다운 계절이 어쩌다 이 모양이 됐는지 안타깝고 분노가 치솟는다.
 
미세먼지가 물러나는가 싶으면 황사다. 황사와 미세먼지가 번갈아 가며 우리의 건강을 위협하는 ‘최악의 봄’에 무방비로 노출되고 있다.

그런데도 정부는 기껏 차량 2부제니 학교 휴교니 하며 손쉬운 대책만 남발하고 있다. 국민들이 대기환경으로 목숨을 위협받고 있는데도 말이다.

세계보건기구(WHO)가 2014년 세계 179개국의 도시 초미세먼지(PM 2.5) 오염을 조사한 결과를 보면 우리가 얼마나 심각한 현실에 직면하고 있는가를 알 수 있다.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베트남. 필리핀. 스리랑카. 타이 등과 함께 중하위권을 차지했다. 4년 전의 일이다. 오늘 의 시점에서 조사가 이뤄진다면 심각성은 더 증대될 것이 뻔하다.

미세먼지는 단순한 먼지가 아니라 WHO가 정한 1급 발암물질이다. 인체에 들어와 화학적 변화를 일으켜 염증을 유발하며 발병의 원인이 되는 침묵의 살인자다. 대표적으로 기관지염을 악화시키거나 천식을 일으킬 뿐만아니라 급성 폐질환이나 만성 천식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아토피피부염등의 피부질환발도 말할 것도 없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2060년 한국의 대기오염 조기 사망자가 5만 명을 넘을 것으로 내다봤다. 지난해 성균관대 의대 연구팀이 발표한 자료에도 2013년 사망자 26만6,000명 가운데 대기오염으로 인한 사망자가 6.9%인 1만8,200명이나 됐다. 이중 대부분인 1만6,800명이 초미세먼지로 인해 목숨을 잃었다. 미세먼지는 한마디로 재앙 그 자체이다. 이대로 가다가는 국민들이 일상생활에서 방독면을 사용하거나 생수를 사먹듯이 공기도 사먹어야 하는 날이 오게 될지도 모르겠다.

미세먼지는 이미 국민들의 일상생활을 바꿔놓고 있다. 아침 출근 전에 미세먼지 농도를 먼저 살피는가 하면 해외 사이트를 통해 우리나라의 미세먼지 농도를 찾고 있다. 아예 휴대용 미세먼지 측정기를 구입해 직접 사용하는 사람도 늘고 있다.
 
정부에 대한 실망과 관련 정책에 대한 신뢰를 잃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미세먼지 가득한 날에는 봄구경 조차 포기한 채 집안에 스스로를 묶어 두는 ‘셀프감금’도 마다하지 않고 있다.

국민들의 소비 트렌드에도 영향을 주어 공기청정기의 매출이 계절에 상관없이 큰 폭으로 치솟고 있다. 침구와 의류세탁을 위한 제품도 기본 가전제품으로 당당히 등록되고 있다.

그동안 정부는 미세먼지를 말하며 손가락으로 중국을 가리켰다. 중국을 가리키는 손가락이 틀린 것은 아니다. 중국의 영향이 큰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중국은 몇 년 전부터 석탄발전소 신규건설과 석탄난방 금지, 철강생산 규제, 대도시 차량통행 제한 등 강력한 조치로 많은 변화를 가져오고 있다. 300조원에 가까운 돈을 미세먼지 저감정책에 쏟아 부은 결과다. 이만하면 중국을 가리키던 손가락이 무색해 진다.
 
전문가들은 미세먼지가 5월까지도 반복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계절적으로 서풍이 불면서 중국발 미세먼지가 유입되고, 우리나라가 고기압에 위치하면서 대기가 정체되기 때문이다.
 
정부가 범부처 프로젝트로 ‘미세먼지 관리 종합 대책’을 내놓은 지 6개월이 지났다. 7조원을 넘게 투입해 미세먼지 3%를 감축하는 로드맵이다. 하지만 부처별로 손발이 맞지 않아 현장에서는 대책다운 대책을 찾아 볼 수 없다. 그런 정책이 있는지도, 있어도 쓸모 있는 대책인지 도통 가늠할 수 없다. 중국발 미세먼지가 많게는 절반가까이 차지하고 있는데도 이를 따지고 추궁했다는 뉴스를 들어본 적이 없다. 국회는 선거를 앞둔 정쟁에 매달려 상당수 관련 법안이 잠자고 있다.
 
국민들은 미세먼지를 마시며 숨 쉴 권리마저 빼앗기고 있는데 정부와 국회가 원인이 되고 있는 미세먼지를 그대로 두고 있다는 것은 무책임 이상 그 무엇도 아니다.

하지만 미세먼지를 줄이기 위해서는 국민들의 노력도 필요하다. 일회용품 사용을 줄이고, 가급적 대중교통을 이용하는가 하면 전기를 아끼는 것도 공기를 맑게 하는 작은 실천이다. 내 삶을 내가 바꾸는 적극적 행동이 있어야 세상이 바뀐다. 미세먼지로 가는 21세기 한국의 봄날은 우리가 꿈꾸는 내일이 아니다.

 

[전국매일신문] 서길원 호남취재본부장
sgw@jeonm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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