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매일신문
지면보기
 표지이미지
지방시대
지면보기
 표지이미지
‘수신제가치국평천하’
상태바
‘수신제가치국평천하’
  • 최재혁 지방부 부국장 정선담당
  • 승인 2018.05.17 14:4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우리 선조의 명언 중에 ‘수신제가치국평천하(修身齊家治國平天下)’라는 말이 있다.

 

이 명언은 우리 가정의 소중함을 일깨워 주는 대표적인 구절이다. 특히, 그 중 첫째와 둘째 구절에서 ‘사람답게 자기 몸을 수양하고 자기 집(가정과 가족)을 제대로 가꾸고 다스리면 나라도 편안하게 다스려진다’라는 말이 있다. 이 구절은 가정과 가족은 나라의 근본이자 인간의 요람이며 삶의 보금자리로 얼마나 귀중한지 보여주는 대목이다.

 

세종(世宗:1397∼1450·53세, 재위기간:1418∼1450·32년) 통치 기간은 조선과 대한민국 역사를 통틀어 가장 영광을 누린 시대로 평가한다. ‘세종실록(世宗實錄)’은 세종대왕을 ‘해동(海東)의 요순(堯舜)’으로, 조선 중기의 대학자인 율곡(栗谷) 이이(李珥:1537∼1584)의 작품들을 모아 놓은 시문집(詩文集)인 ‘율곡전서(栗谷全書)’는 ‘동방의 성주(聖主)’로 칭한다. 세종이 성군으로 평가받은 비결은 바로 ‘중용(中庸)’에 나오는 통치론의 핵심인〈구경(九經)〉을 앞장서 실천한 데서 찾을 수 있다.
 
여기서 구경이란 ‘중용’〈구경(九經)〉편에서 말하는 무릇 천하와 국가를 다스리는 아홉 가지 떳떳한 법이다. 첫째 몸을 수양하는 것. 둘째 어진 사람을 존경하는 것. 셋째 어버이를 사랑하는 것. 넷째 대신(大臣)을 공경하는 것. 다섯째 여러 신하들을 내 몸처럼 여기는 것. 여섯째 백성들을 자식처럼 여기는 것. 일곱째 모든 공인(工人: 기술자나 장인)들을 오게 하는 것. 여덟째 먼 지방의 사람들을 회유하는 것. 아홉째 제후(諸侯)들을 따뜻하게 품어주는 것이다. 여기서 구경이란 ‘대학(大學)’의 ‘수신제가치국평천하(修身齊家治國平天下)’에 비견한다고 할 수 있다.
 
세종은 32년 재위 기간 동안 사서(四書)를 중심으로 총 1898회 경연(經筵)을 했는데 월 평균 5회 꼴이다. 세종 6년부터는 사서 강독이 이루어졌다. 사서는 각 권마다 보통 한 달씩 강독했다. 또한 세종은 경연에서 직접 ‘중용’을 강독하며 ‘중용의 원리’를 강론했으며 한편으로는 현실 정치에서 그것을 실천했다. ‘중용’은 최고 통치자인 군주를 위한 실천 서적이다. 단지 윤리적인 실천의 책이 아니라 정치적인 실천의 책이었다. 세종은 ‘중용’에 거론되는 순임금과 문왕, 무왕과 같은 성인의 정치를 자신의 임무로 여기며 조선 백성들에게 실현하고자 노력을 기울였다.
 
세종은 ‘양녕은 서울에 발을 들여놓지 말라’는 태종의 유훈(遺訓)을 어기면서까지 자신의 형인 양녕을 만나기도 했다. 뇌물을 받은 관리인 장리(贓吏)의 자손에 대해서는 영원히 과거시험 자격을 박탈하는 등 엄격한 처벌을 가했다. 그러나 세종은 재위 14년 5월 14일 신하들에게 “장리의 자손에 대한 등용 문제를 논의해보라”고 했다. 김종서(金宗瑞), 황희(黃喜), 맹사성(孟思誠) 등은 등용을 주장한 반면 다른 대신들은 반대했다. 이에 세종은 “쓰는 것이 옳겠다”라는 결정을 내리기도 했다.
 
세종은 훌륭한 신하를 공경하는 ‘경대신(敬大臣)’도 앞장서 실천했다. 새 정치를 시작하는 세종은 자신의 뜻에 부합하는 새로운 인물을 등용하기도 하고 선대(先代)의 고위 관료를 배제하지 않고 그들이 퇴임하거나 자연사할 때까지 관직을 유지하게 했다. 세종은 또한 대신을 공경하는 의미로 중죄를 지은 대신에게도 결코 죽음을 부여하지 않았다. 이러한 세종의 일관된 태도에 신하들은 충심으로 보좌했고 그것이 세종 시절의 정치적 안정과 번영의 초석이 되었다.
 
세종은 불교 억압 정책에도 불구하고 사간원 승도들이 “흥천사에서 안거회(스님들이 일정 기간 외출을 금하고 모여서 수행하는 것)을 열어 무익하게 곡식을 허비한다”고 하자 “승도도 역시 나의 백성이다. 만일 그 중에 굶주린 자가 있다면 국가가 어찌 모른 척하고 구원하지 않겠느냐?”고 말하기도 했다.  

 

세종의 이러한 정치이념에는 아마도 공자가 주장한 ‘논어(論語)’〈자한편〉에 나오는 네 가지를 결코 하지 않았다라고 하는 4무(無)의 정치철학도 깊게 무장되어 있었던 것이 아닌가 한다. 첫째 무의(毋意):자기의 의견을 고집하지 않았다. 둘째 무필(毋必): 꼭 그래야 한다고 요구하지 않았다. 셋째 무고(毋固):자기의 선입견을 고집하지 않았다. 넷째 무아(毋我):자기중심적으로 생각하지 않았다. 요임금은 순임금에게 자리를 물려주면서 가르침을 베풀었는데 그 내용이 ‘중(中)’이었다. 중은 한 쪽으로 치우치지 않고 의지하지 않아서 지나치거나 모자람이 없는 것을 말한다.

 

필자도 세월이 흘러 나이를 한 해씩 먹어감에 따라 젊은날에 보이지 않았던 것들이 이따금씩 보이기 시작한다. 천지지중(天地之中)에 온갖 삼라만상(森羅萬象)이 무수히 존재하고 있는 것 중에 사람이 만물(萬物)의 영장(靈長)이라고 자칭하는 것은 사람만이 지니고 있는 유일한 ‘감정’ 때문이다. 기쁠 때는 웃고 슬플 때는 눈물짓는 풍부한 감정, 슬기로운 지혜와 알찬 도덕심을 갖추는 법도(法道)도 사람만이 갖고 있다. 그러므로 사람은 매사에 옳고 그른 것을 스스로 슬기롭게 판단하고 잘못된 일을 과감히 반성해야 한다. 또 좋은 진리를 향해서 매진하는 마음가짐이 있어야 사람다운 미덕을 갖출 수 있다. 결국 이러한 자아성찰을 이룰 수 있도록 가족이 뒤에서 지켜준다면 여호첨익(如虎添翼)이 아닐까 생각이 든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일년 열두 달 중 가장 바쁜 달로 5월을 꼽는다. 5월은 어린이날(5일), 어버이날(8일), 스승의날(15일), 부부의날(21일) 등 많은 기념일이 포함돼 있어 ‘가정의 달’이라 불린다. 평소보다도 더 가정을 위해 무엇인가를 해야만 하는 시기인 것이다. 올해 5월은 역사적인 남북정상회담에 따른 후속조치와 북미정상회담 등 가정뿐만 아니라 국가적으로도 많은 일이 일어날 전망이다. 또 6·13지방선거를 앞두고 있어 정치인들은 집안일과 나랏일에 그 어느때보다 바쁜 일정을 보내게 될 것으로 보인다.
 
유교의 사서삼경(四書三經) 중 하나인 대학(大學)에는 수신제가치국평천하(修身齊家治國平天下)라는 말이 나온다. ‘몸과 마음을 닦아 수양하고 집안을 가지런하게 하며 나라를 다스리고 천하를 평한다’라는 뜻으로 널리 쓰이는 말이다. 다르게 말하면 큰 일을 하려거든 자기 자신과 가정을 먼저 돌봐야 한다는 뜻으로도 해석될 수 있다.

선거에 출마해 큰 일을 하겠다는 사람들이 마음 속에 반드시 새겨야 하는 말이 아닐까 싶다. 얼마전 지역의 한 유망한 정치인이 불미스러운 일로 온국민을 충격에 빠뜨리고 자리에서 낙마한 일이 있었다. 또한 또다른 한 정치인 역시 추문에 휩싸이며 오랜기간 준비해온 꿈을 펼쳐보지도 못하고 접을 수 밖에 없었다. 자기 자신과 집안을 제대로 다스리지 못한 과오가 결정적인 순간 그들의 발목을 잡은 것이다.
 
정계뿐만 아니라 최근 제계에서도 수신제가(修身齊家)의 중요성을 되돌아보게 하는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이른바 ‘물세례 갑질’로 불리는 한진그룹 차녀 조현민 씨 사건은 그 여파가 총수일가의 탈세의혹으로 번지며 일파만파 일이 커지고 있다. 앞서 있었던 장녀 조현아 씨의 ‘땅콩회항’과 장남의 노인폭행 사건까지 다시 회자되더니 급기야 이들의 어머니 이 씨의 갑질 동영상까지 만천하에 공개됐다. 사건의 법적인 다툼은 차치하더라도 어머니 이 씨의 동영상이 공개되면서 총수일가의 ‘가정교육’에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국내 굴지의 대기업이 총수의 자녀와 배우자 등 집안을 제대로 다스리지 못해 해당 기업은 물론 국가이미지에도 큰 타격을 입히고 있다는 시각이다. 한진그룹의 주요 계열사인 대한항공의 사명에서 ‘대한’이라는 이름을 못쓰게 하고 로고에서 태극기를 빼도록 해야 한다는 국민반발까지 나오고 있다. 한진그룹 조양호 회장도 본의 아니게 스스로를 돌아보고 배우자와 자녀를 포함한 가정의 문제를 다시 살피는 시간을 가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
 
최근에는 그 누구보다도 스스로의 수양에 힘쓰고 도덕성을 중요하게 여겨야하는 종교 지도자들까지 지저분한 추문에 휩싸여 곤욕을 치르고 있다. 나라를 위해 큰 일을 하겠다는 이들과 거대기업을 이끌고 있는 총수들을 비롯한 사회지도층 모두 가정의달 5월을 맞아 ‘수신제가치국평천하’라는 말을 다시 한 번 가슴 깊이 되새겨보길 바란다.
 
선거열풍이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어떤 후보들의 공약을 자세히 살펴보면 철학부재를 심감하게 되기도 하고 때를 구별하지 못하는 행동도 하는 멍청한 후보자도 있다. 좀 더 공부가 되어 있는 사람을 골라야 하겠다.
 
요즘 각종 언론매체들을 보면 경악을 금치 못하는 일들이 수없이 발생하고 있다. 특히 남편이 아내를 죽여 옷장 속에 두고 아내가 남편을 살해 암매장하고, 자식이 부모를, 부모가 자식을 치사해 방치하는 일이 연일 보도되고 있다. 이는 가정의 안정이 결여돼 있기 때문에 발생하는 것이다. 가정의 소중함을 다시한번 깨닫는 하루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