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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84] 순천시민의 울분이 동천을 적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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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84] 순천시민의 울분이 동천을 적신다
  • 서길원 호남취재본부장
  • 승인 2018.05.30 15:2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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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길원 大記者 세상읽기]

순천시장 선거가 ‘희망의 축제’라기보다는 ‘볼썽사나운 후보들의 자리다툼’으로 전락하고 있다. 

6·13 전남 순천시장 선거를 둘러싼 비판적 기류가 위험수위를 넘어서면서 지역민들의 지방선거 입후보자에 대한 불신이 극에 달하고 있다.

민주당 허 석 후보에 대한 도덕성이 연일 제기되고 있으나 정작 허 후보는 해명조차 않는 데다 무소속 후보 단일화에 참여했던 한 후보는 이를 파기, 기습적으로 후보등록에 나서 시민들과의 약속을 헌 신짝처럼 버렸다.

지방자치단체장은 개인의 영달을 위한 자리가 아니라 지역사회에 대한 헌신과 봉사의 자리다. 물론 개인에게도 더 없는 영광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단체장의 직분이 영광이고 영예스럽기 위해서는 반드시 과정 또한 영예스러워야 한다. 과정의 정당성이 상실된 결과는 본인뿐만 아니라 지역민들에게도 욕된 일이기 때문이다.

그렇지 않아도 순천지역구는 선거 때마다 이변을 일으키며 전국적 관심을 모은 지역이다. 공천이 당선인양 기고만장했던 민주당 후보들이 단체장과 국회의원 재·보궐선거 등에서 6번이나 낙선의 고배를 마신 지역이다. 반면 지난 대선 때는 전국 최다 득표율로 문재인 대통령을 당선시킨 지역이기도 하다. 

순천지역 유권자들의 확고한 정치의식이 전국 여느 지역보다 높을 수밖에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 같은 유권자의 의식을 후보들이 따라오지 못하면서 순천지역의 선거 열기는 냉담하기 짝이 없을 만큼 부정적 기류가 형성되고 있다. 순천시장 선거가 ‘희망의 축제’라기보다는 ‘볼썽사나운 후보들의 자리다툼’으로 전락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14일 순천지역에서는 시민들의 자발적 모임인 ‘지방분권화시대 순천시민모임 추진위원회’의 주도로 민주당의 허 석 후보에 맞서기 위한 무소속 후보 단일화가 이뤄졌다. 여기에는 민주평화당 이창용 예비후보가 가세한 가운데 무소속 손훈모, 윤병철, 양효석 등 4명의 예비후보들이 참여했다. 이들은 순천시청 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단일화 합의문까지 발표했다.

하지만 민평당의 이창용 후보는 기자회견을 마친 다음날 이를 번복했으나 시민모임 등의 설득으로 이번에는 민평당을 탈당, 무소속 단일화에 다시 합류했다.
후보등록 마감일인 지난 25일 이들 4명의 후보들은 순천시선거관리위원회에서 언론인과 시민들이 지켜본 가운데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한길리서치에 의뢰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라 손훈모 후보가 무소속 단일후보로 확정됐다.

여론조사 결과는 손 후보 23.6%였고 윤병철 후보 13.9%, 이창용 후보 11.8%, 양효석 후보 6.7% 순이었다. 여론조사에는 민주당의 허 석 후보도 포함됐는데 허 후보는 민주당의 높은 지지율에도 불구 34.3%에 그쳤다. 후보 단일화가 이뤄질 경우 그만큼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는 의미이기도 했다. 이 자리에서 이 후보 등은 무소속 단일후보가 된 손 후보의 공동선대본부장을 맡기로까지 했다.  

하지만 이 후보는 무소속후보 단일화 약속을 손바닥 뒤집듯 뒤엎었다. 후보단일화 공동합의문의 잉크가 채 마르기 전에 무소속 후보로 기습 등록, 선거에 나서기로 약속을 파기 했다. 10여 일 사이에 그는 후보단일화 참여에서 번복, 다시 단일화 참여, 후보 단일화 불복, 무소속 후보 출마라는 소신도 원칙도 룰도 없는 작태를 보였다. 후보 단일화 약속은 헌신짝 버려지듯 했고 시민들의 자존심은 한 개인의 영달을 위한 작태로 인해 처참히 짓밟히고 우롱 당했다.

이로써 6·13 지방선거 순천시장 후보는 민주당의 허 석 후보, 무소속의 손훈모, 이창용후보가 경합을 벌이게 됐지만 이 후보에 대한 시민반응은 싸늘하다.

허 석 후보 역시 최근 “2년 뒤 노관규 형님이 국회의원이 되리라 확신 한다”는 내용이 담긴 동영상이 순천지역 전역에 퍼지면서 곤혹을 치르고 있다. 시민들은 물론 민주당 서갑원 지역위원장을 지지하는 당원들로서는 괘씸하기 짝이 없는 발언이기 때문이다.

또 순천경찰은 최근 순천대 등 5곳에 민주당 시장후보 경선 상대였던 조충훈 시장을 비방하는 대자보를 붙인 허 모씨 등 4명을 공직선거법위반 혐의로 검찰에 송치했다. 주모자인 허 씨가 허 후보의 6촌 동생으로 밝혀져 또 한번 충격을 주었다.

이 밖에도 순천시민의 신문 시민주로 모금한 5천만 원에 대한 의혹, 시민주로 매입한 신문사 건물 개인 등기 의혹 등도 허 후보의 도덕성에 대한 물음이 되고 있으나 허 후보는 아직까지 이렇다 할 해명조차 하지 않고 있다.

시민과의 약속을 손바닥 뒤집듯 하고, 잇따른 의혹에도 입 다물고 있는 후보를 지켜보아야 하는 순천시민들은 절망스러워하고 있다.

지역의 단체장은 그 지역을 대표하는 척도가 될 수밖에 없다. 도덕성에서 그렇고 일관된 신념에서 또한 그렇다. 한 지역의 단체장에 따라 그 지역의 정체성이 결정된다는 것을 감안하면 단체장의 역할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순천시민들이 절망스러워하고 있는 것도 어찌 보면 당연하다. 순천시를 가로지르는 동천에 시민들의 울분과 절망이 너울져 흐르고 있다. 하지만 그럴수록 눈 부릅뜨고 누가 내 지역에, 내 얼굴에 먹칠을 할 것인가, 누가 나의 지역, 나의 이미지를 빛나게 할 것인가 찾아봐야 한다. 최선이 없으면 차선이라도 찾아야 한다.

선거에 냉담하거나 외면해서는 안 되는 이유다. 좋던 싫던 순천에 대한 4년의 세월을 그들에게 맡겨야 하기 때문이다. 다시 한 번 순천 시민들의 선택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전국매일신문] 서길원 호남취재본부장
sgw@jeonm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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