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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인간지사 새옹지마(人間之事 塞翁之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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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인간지사 새옹지마(人間之事 塞翁之馬)
  • 최재혁 지방부 부국장 정선담당
  • 승인 2018.06.21 14:3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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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3 지방선거도 끝났다. 이번 선거는 후보자의 능력 검증보다도 남북의 문제가 더 비중을 갖는 시기라서 그런지 유권자가 느끼는 체감은 그리 크지 않았다. 이처럼 우리의 곁을 지날 때는 비록 조용했다고 하나, 그것이 남긴 흔적은 태풍 이상이었다.
 
광역단체장은 진보 여당인 민주당이 14석, 보수 야당인 한국당이 2석, 무소속 1석으로 판가름 났다. 기초단체장 역시 진보의 약진이고, 보수의 몰락이다. 뿐만 아니라 광역의원과 기초의원까지도 같은 양태다.

혹자는 이를 좋게 지역 구도가 무너졌다고 하나 그보다는 보수의 절대적 몰락으로 보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더 정확히 말하면 구태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한국당에 국민적 메스가 가해진 것이다. 야합하고 수시로 옷을 갈아입는 군소 정당의 몰락이나, 한국당의 적을 버리고 무소속으로 남은 제주지사의 생존은 이번 선거의 특징을 한마디로 웅변하고 있다.
 
우주만물은 어느 것 하나 변하지 않는 것이 없다. 그래서 제행무상(諸行無常)이라 했다. 우주만물은 항상 돌고 변하여 잠시도 한 모양으로 머무르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변함에는 나름대로의 질서와 규칙을 가지고 변하는 것이다.

하루는 낮과 밤이 규칙적으로 변하고 일 년 사계절은 봄, 여름, 가을, 겨울 규칙적으로 변한다. 세상사에 있어서도 흥(興)하고 망(亡)함 그리고 성(盛)하고 쇠(衰)함이 한곳으로 머무르지 않고 끊임없이 변한다. 인간사 역시 길(吉)함과 흉(凶)함 그리고 화(禍)와 복(福)이 일정함이 없이 수시로 변한다. 그래서‘인간지사 새옹지마’(人間之事 塞翁之馬)라 했다.

제7회 전국동시지방선거 및 국회의원 재보궐선거는 더불어민주당의 완승, 자유한국당의 완패로 끝났다. 선거는 운동경기와 달리 공동 우승이 없다. ‘정치의 꽃’ 이라는 선거는 승자와 패자 딱 두 가지로 나뉜다. 승자는 웃음이요 기쁨이지만 패자는 쓰라린 슬픔이요 아픔이다. 승자는 상대가 내건 정책 중 지역발전을 위한 것이라면 받아들이고, 서운했던 부분이 있다면 손을 맞잡고 녹여야겠다.

제7대 전국동시지방선거가 막을 내렸다. 패자는 승자에게 꽃다발을, 승자는 패자에게 따뜻한 위로를 할 차례다.

당선자들은 선거 때 들었던 국민의 한결같은 ‘경제를 살려야 한다’는 외침을 소중히 받아들여 국민이 현재보다 나은 삶을 살 수 있도록 각고의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지도자를 직접 뽑는 위대한 선거는 승자와 패자가 갈렸다. 승자는 당선이 확정된 순간 느끼는 기쁨으로 삼년 묵은 체증이 싹 내려갈 정도로 기세등등해진다. 그 어떤 희귀병도 한순간에 싹 나아 버릴 정도로 에너지가 넘친다.
 
이번 선거는 문재인 정부 2년 차에 들어서며 진행된 선거로 향후 정국에 큰 의미를 갖는 만큼 여당의 압승이 예견됐다. 운동장이 기울어져도 한참 기울어졌다는 평가가 우세했다. 평창 올림픽부터 판문점 정상회담 등 남북관계 해빙이 결정적이었다.

최순실 국정농단 외에는 야당이 일방적으로 당해야 할 만한 딱히 큰 잘못도 없었다. 오히려 야당 측에 유리한 호재가 잇달아 터졌다. 차기 여권의 대권후보 1순위였던 안희정 전 충남지사의 미투 사건, 김기식 전 금감원장 낙마도 현 정권에겐 불리하게 작용했다.

그리고 드루킹, 실업률 급증, 재활용 쓰레기 파동, 입시정책 혼란 등 잇따른 정부의 정책 실패가 쏟아졌다. 무엇보다 드루킹 사건은 민주당 추미애 대표가 제 발등을 찍는 걸 모르고 네이버 댓글 수사를 요청하면서 불거졌다.

그러나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이번 지방선거는 한국당을 심판하는 선거가 됐다. 지금 우파 보수층은 결집이 불가한 모래알 같다. 이 지경이 된 것은 두말할 것도 없이 이들에게 아무런 희망을 주지 못하고 있는 보수 야당, 제1야당인 한국당 탓이 가장 크다.

특히 홍준표 대표의 거친 입은 장년층 보수 우파의 원성이 자자할 정도다. 아무리 남북회담이 모든 이슈를 빨아들였다고 해도 홍 대표의 막말에 거부감을 갖는 사람들이 더욱 많다. 이러니 지방선거 후보들이 의도적으로 홍 대표와 거리를 두려 했던 것이다. 보수세력의 재건이 시급하다.

지인이라도 패자에게는 절망과 좌절에서 벗어나 일상으로 돌아오라고 말할 엄두가 안 난다. 그만큼 아픔이 너무 크기 때문이다. 우선 낙선자들과 아픔을 함께하며 고통을 나눠 가져야 한다. 실의에 빠진 낙선자들에게 다가가 그들과 고통을 나누려는 이웃이 있다는 걸 알려주고, 트라우마에 시달리고 있는 그들을 위로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당선자들도 하루빨리 승리의 도취에서 벗어나야 한다. 이제 너 나 할 것 없이 선거전이 시작되기 이전인 제자리로 돌아가야 한다. 패자를 감쌀 줄 알고 선거기간 내 고소ㆍ고발로 얼룩진 민심을 하나로 묶을 수 있는 화합과 통합의 길이 절실히 요구된다.

대부분의 선거에서 그랬듯이 선거가 끝나고 난 후 ‘대승적 차원의 취하’ 수순을 밟아야 한다. 앞으로 풀어 나가야 할 숙제들만 남았을 뿐이다. 낙선했다고 이불 뒤집어쓰고 두문불출할 일이 아니다.

살다보면 기쁠 때도 있고 슬플 때도 있는 법이다. 인간세상에서 복(福)이 화(禍)가 되고 화가 복이 되는 그 변화는 알 수 없다. 중국고사에도 인간지사 새옹지마(人間之事 塞翁之馬)가 있다. 승자는 겸양과 아량을 최대한 발휘, 패자는 기꺼이 승복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민심은 돌고 도는 만큼 자유한국당은 선거결과를 겸허히 받아들이고 새롭게 출발하면 된다. 무엇이 잘못됐는지 과거의 실책을 거울삼아 새로운 미래를 설계해야 한다. 분열된 보수를 재건하고, 보수의 새로운 가치 창출을 위해서는 많은 것을 바꿔야 한다. 안보 프레임에만 갇혀있지 말고 노선과 정책으로 승부해야 한다. 진인사대천명이라고 하지 않았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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