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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떳떳한 민선7기가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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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떳떳한 민선7기가 되길 바란다
  • 최재혁 지방부 부국장 정선담당
  • 승인 2018.06.28 1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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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년 독일경제는 '통일후유증'을 심하게 앓았다. 경제성장률은 떨어지고 실업률은 올라갔다. 그런데 슈뢰더 총리는 실업수당 수령 기간을 32개월에서 12~18개월로 줄인 반면 연금을 받는 시기는 65세에서 67세로 늘렸다. 당연히 반발이 심했고, 슈뢰더 총리는 2005년 총선에서 패배했다. 하지만 메르켈 총리는 "실패했다"는 평가를 받은 슈뢰더 정책을 그대로 이어받아 뚝심 있게 밀어붙였다. 결국 '메르켈 정책'효과가 나타나기 시작했고 독일은 유럽에서 가장 잘 사는 나라가 됐다.

우리나라는 정반대다. 정권이 바뀌면 전임자의 좋은 정책도 책상 서랍속으로 들어간다. 특히 국가 경제발전 전략은 180도 바뀐다. 김대중 정부의 '벤처 창업 지원 정책'은 노무현 정부 때 '동북아 금융 허브 전략'으로 변경됐고 이명박 정권은'녹색성장 국가전략'을 들고 나왔지만 박근혜 정권은 '창조경제'로 말아먹었다. 문재인 정부 들어서는 '창조'라는 말이 경제에서 사라졌다. 경제정책 로드맵의 수명이 대통령 임기와 같은 5년에 불과하다 보니 겨우 자리잡을만 하면 없어지고 다른 정책이 나왔다가 또 사라지기를 반복한다. 그저 전임 정권의 흔적 지우기로, 합당한 이유나 타당한 설명도 없다. 일관성과 연속성 없는 경제정책으로 경제인들은 투자를 망설이고, 결국 새로운 성장동력은 나오지 않고 사장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정치권 선거에서 승패는 병가지상사(兵家之常事)다. 매번 이길 수도 없고, 번번이 지지도 않는다. 선거에서 패배한 정당이 정책정당으로서 미더운 비전을 거듭 내놓아 민심을 얻음으로써 다시 이기는 것이 정상적인 프로세스다. 그러나 냉정히 돌아보면 우리 정치사는 야당이 잘 해서 권력을 차지하는 경우를 본 기억이 별로 없다. 민주주의 꽃은 선거다. 풀뿌리 민주주의로 일컫는 지방선거가 종료됐다. 예상대로 현 집권당인 더불어민주당의 압승이다. 자치단체장의 경우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그야말로 싹쓸이다. 현실은 전망을 훌쩍 넘어섰다. 한국당의 1차적 패착은 철저한 자기 부정이다. 전직 두 대통령이 크나큰 실망감을 주었음에도 이를 등한시했기 때문이다. 도도한 민심의 물꼬를 결코 틀어막을 수 없었다. 민주당도 이번 승리를 제대로 진단할 필요가 있다. 잘해서 표를 얻었다기보다는 상대의 패착이 더 큰 원인임을 유념해야 한다. 권불 10년이란 말이 있다. 결코, 영원한 권력이 없다는 것은 역사가 증명한다.
 
다음 주에 민선7기가 출범한다. 6·13 지방선거에서 유권자의 선택을 받은 도지사를 비롯해 교육감, 시장·군수, 도의원 및 시·군의원들은 취임하기에 앞서 큰 그림 그리기에 바쁜 일정을 보내고 있다. 새로운 변화가 예고되고 있다. 그럼에도 지역주민들은 알 수 없는 깊은 곳에서의 불안감이 가시지 않는다. 불투명한 미래 때문이다. 희망 보다 절망이, 기쁨 보다는 힘들다는 소리가 더 많이 나오고 있다.지방자치 23년째다. 그동안 6번이나 변혁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다. 변혁기 마다 “지금 보다는 조금 더 삶이 나아질 것”이라는 희망과 기대감이 컸었다. 그러나 지금까지 달라진 것이 거의 없다. 오히려 지방자치 시행 전 보다 더 힘들어졌다고 말하는 주민도 있다. 민선6기를 거치는 동안 지역일꾼들에게 실망했던 탓이 크다. 민선7기에 대한 기대치가 높지 않은 이유이기도 하다. 새로 선출된 지역일꾼들이 “우리의 삶을 나아지게 할 수 있을 것”이라는 확신을 갖는 주민들이 많지 않다.
 
지난 95년부터 지금까지 지방자치 23년을 거치는 동안 지방선출직에 대한 불신 또한 여전하다. 현직 상태에서 비리로 인해 쫓겨나고, 감옥 가고, 자살한 선출직들이 손가락으로 다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았다. 심지어 퇴직 후에 현직 때 저지른 비리가 나중에 적발돼 구속되거나 사법 처리되는 사례도 많았다.

그래서 선거 때 마다 유권자들 사이에서는 “XX이나 OO이나 똑 같다”, “(비리를)많이 하고, 적게 하는 차이일 뿐 똑 같은 X들이지”라는 둥 싸잡아 후보들을 비하하는 말이 공공연하게 나도는 게 현실이다. 그리고 대다수 유권자들이 여기에 공감했던 것이 현실이었고, 지금도 공감되고 있다. 이는 출마 후보는 물론 당선되는 선출직들에 대해서도 그리 기대하고 있지 않다는 것을 단적으로 알려주고 있다. 이같은 상황이 민선7기에서도 계속될까 우려스럽다.

민선7기에 취임하는 도지사를 비롯한 교육감, 시장·군수, 도 및 시·군의원들은 마음가짐부터 달리 해야 할 것이다. 최소한 2가지 마음만이라도 갖고, 공직을 수행해 줬으면 한다. 먼저 ‘부모 같은 마음’을 가질 것으로 주문하고 싶다. 부모들이 가족들을 위해 사욕없이 헌신, 봉사하듯이 이들도 지역주민들과 지역발전을 위해 희생하겠다는 마음가짐을 임기가 끝날 때까지 유지해 달라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반대편과 쓴소리를 수용할 수 있는 ‘포용의 마음’으로 공직을 수행하길 당부한다. 선거 때 반대편 후보를 지지했다는 이유로 불이익을 주거나 차별하지 말라는 것이다. 또 자신만이 옳고, 자신의 뜻에 무조건 따라올 것으로 강요하는 독재자, 독선자도 되지 말라는 소리다. ‘포용의 마음’을 갖지 못하면 주변에는 아부하는 무리만 들끓고, 참된 인재는 그 곁을 떠난다. 아부의 무리에 싸여 지역주민들에게 손가락질을 받을지, 아니면 존경받는 부모같은 ‘선출직’이 될지는 민선7기들만의 선택이다.민선7기 지역일꾼들 모두가 헌신하고, 희생하는 일꾼이 될 것이라고 믿는다. 유권자들이 믿고 따를 수 있는 민선7기가 되어 그동안 쌓여 있던 불신의 벽을 허물기 바란다. 그리고 임기를 마쳤을 때 모든 지역주민에게 “내리신 명령을 열심히 잘 수행했습니다”라고 떳떳하게 말할 수 있는 민선7기가 되길 바란다.

1863년 11월 미 대통령 에이브러햄 링컨은 게티즈버그에서 이런 말을 남겼다. ‘government of the people, by the people, for the people(국민의, 국민에 의한, 국민을 위한 정부). 민주정치 의미를 함축한 짤막하지만 간결한 문구다. ‘시민의, 시민에 의한, 시민을 위한 지방행정(정치)’을 실현해야 한다. 그들의 정치적 소신과 의욕, 그리고 역량을 보아 가능성이 충분해 보인다. 과거 아테네에는 페리클레스가 있었다. 한국의 지방자치사에 이들의 이름 석 자가 자랑스럽게 남겨지길 기대해 본다.

이번 민선 지방정부는 지방분권 시대와 4차 산업혁명시대를 대비해야 하는 중대한 업무를 안고 있다. 지방정부의 역할은 앞으로 더욱 커진다. 지방정부의 잘못된 결정은 지역경제를 후퇴시키고 지민의 삶을 팍팍하게 한다. 4년 마다 바뀌고 소신도 없는 정책을 믿고 어느 기업인이 투자를 하고 중장기 발전 전략을 세우겠는가. 지방정부 경제정책도 일관성과 함께 소신이 있어야 한다. 한번 결정된 정책은 과감히 밀어붙일 필요도 있다. 과거 지방정부가 추진한 사업이지만 성공적으로 마무리하면 누구의 공일까? 민선 7기 지방정부가 과거 지방정부의 우(愚)를 다시 범하지 않길 기대해 본다.
 
조선건국의 초석을 놓은 정도전은 한 사람의 왕이 절대 권력을 갖고 다스리던 왕조시대에도 백성의 마음을 얻지 못하면 백성은 그 임금을 버리고 떠난다고 경고했다. 하지만 그 떠난 백성들의 마음을 누군가 얻게 되면 백성들이 그를 따라간다고 했다. 이 말은 고려가 망한 원인을 지적했고, 조선이 그렇게 해서 새로 섰으며 조선은 토지개혁을 통해 백성의 삶을 안정시켜서 백성의 마음을 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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