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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87]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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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87]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
  • 서길원 호남취재본부장
  • 승인 2018.07.04 14: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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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길원 大記者 세상읽기]

“국고 보조금 횡령혐의 등 허 시장에 대한 각종 의혹과 불신이 새로운 시장에 대한 관심을 멀리 밀어내며 시민들의 최대 관심사로 집중 조명을 받고 있다.”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It ain’t over till it’s over)’라는 말은 미국의 유명한 야구선수 출신 요기 베라 감독의 말이다. 1973년 시즌 막바지였다. 베라가 감독을 맡은 메츠팀은 최하위로 처져 있었고, 그가 곧 감독직에서 경질 될 것이라는 예측이 정설로 굳어가고 있었다. ‘이번 시즌은 이미 끝난 것 아니냐’라는 한 기자의 질문에 나온 베라의 답변이 유명한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라는 말이다. 결국 그의 말처럼 메츠는 시즌이 끝나고 기적처럼 포스트시즌에 진출했다.

비슷한 한자 성어로 개관사정(蓋棺事定)이라는 말도 있다. 사람의 정확한 평가는 관을 덮어야 비로소 결정된다는 말이다. 시성 두보(杜甫)가 실의의 나날을 보내던 친구의 아들 소혜를 격려하기 위해 편지 형식으로 쓴 시중에 나오는 말이다. 소혜는 훗날 유세객으로 이름을 떨쳤다.

끝까지 포기하지 말라는 말이자 모든 일이 끝나기 전에는 알 수 없다는 의미다.

며칠 전 끝난 한독 월드컵 경기가 그랬다. 비록 16강에는 들지 못했지만 한국은 세계 최강이라는 독일을 맞아 극적인 승리를 거뒀다. 한국이 승리 하리라고는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던 일이다.

민선 7기 지방자치단체장의 임기가 지난 1일 시작됐다. 당선자 신분이 자치단체장으로 바뀌면서 저마다 새로운 희망의 글씨를 써가고 있다.

전남 순천이라고 예외가 아니다. 허 석 시장도 지난 2일 청렴한 공직자의 상징인 팔마비 앞에서 취임선서를 한 뒤 시장으로써 공직 업무를 시작했다.

그는 자신의 승리를 ‘변화와 발전을 바라는 28만 순천시민의 위대한 승리였다’며 규정한 뒤 ‘정의가 강물처럼 흐르는 순천을 만드는 꿈을 꾸고 있다’고 했다. ‘청렴한 순천, 하나 된 순천을 만들겠다’고도 했다.

그런데 이런 새로운 꿈과 포부를 가진 허 시장이 임기를 시작한 순천에서 박수소리가 들리지 않는다. 대신 시민들 사이에서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라는 말이 박수소리를 대신하고 있다. 그 것도 격려나 노력의 의미가 아니라  ‘순천시장 선거가 아직 끝난 것이 아니다’라는 아주 불편한 심기의 표현이다. 

그가 여러 건에 걸친 공직선거법 위반 등 혐의로 검찰의 조사를 받고 있기 때문이다. ‘검찰의 조사가 끝날 때까지 선거가 끝난 것이 아니다’라는 의미이다.

선거 전 그에게 쏠렸던 여러 의혹과 불신들이 선거가 끝나고 해소되기 보다는 더 증폭된 탓이다. 

일각에서는 벌써부터 ‘재선거’를 제기하는 등 의혹과 불신이 가라앉을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불신은 허 시장이 스스로 초래했다. 선거과정에서 상대방에 대한 비방 대자보를 도심 여러 곳에 붙여 입건돼 검찰에 불구속 송치된 관계자 네 명 중 허 시장의 6촌 동생이 포함된 것도 모자라 공범 한 명을 그의 인수위원회에 포함시킨 것이다. 시민들의 분노에 대해 누굴 탓할 일이 못된다.

더구나 한 밤중 시내 곳곳에 붙인 대자보 사건은 상대후보에 대해 ‘뇌물을 받아 징역을 살았다. 후보로 나오지 말았어야 했다’는 등 대학생을 가장한 비방 내용들로 가득 찼다.

4년 전 선거에서 당시 허 석 후보 측이 상대방에 대해 ‘마약을 했다’는 허위사실을 조작하고 퍼트려 캠프 관계자 3명이 구속된 전력을 기억하고 있는 시민들로서는 기가 찰 일이다.

그런가 하면 이종철 전 순천시의원은 선거 직후 광주지검 순천지청에 ‘허 석 순천시장 당선자의 국비횡령’ 등에 대한 소장을 제출, 불신의 불에 기름을 쏟아 부었다. 이 전의원은 검찰에 제출한 소장에서 “허 시장이 ‘순천시민의 신문’ 발행인 재직 당시, 자신을 전문위원으로 채용하면서 지역신문발전기금과 관련, 요구한 통장과 도장을 이용, 수당은 물론 기자직을 퇴직한 후 2년여 동안  월급 등 명목으로 국비 수천만 원을 횡령했다”며 통장 입출금 내역 등 증거 자료를 제출, 엄정한 수사를 촉구했다. 이 전의원은 대검찰청과 청와대에 탄원서까지 제출 했다.

이밖에 개인택시노조 등 2개 단체에서는 ‘허 시장측이 자신들의 명의를 도용하여 지지성명을 냈다’며 선거법위반 혐의로 고소를 제기하는 등 마약복용 조작설, 지역신문발전기금 횡령, 유용 등 수사에 시민들의 관심이 증폭되고 있다.

마약복용조작사건, 국고보조금 횡령혐의 등 수사가 본격 시작된 가운데 허 시장에 대한 각종 의혹과 불신이 새로운 시장에 대한 관심을 멀리 밀어내며 시민들의 최대 관심사로 집중 조명을 받고 있다. 전국공무원노조 순천시지부 게시판에도 새로운 시장에 대한 기대보다 이러한 의혹과 궁금증들로 가득 채워지고 있다.

이러다 보니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라는 말이 시민들 사이에 마치 시정 구호처럼 회자되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향후 추이에 촉각이 모아질 수밖에 없다.

그렇지 않아도 역대 민선 순천시장 중 3명의 시장이 각종 비리 등의 혐의로 중도 하차한 불명예를 안고 있다. 희망으로 새롭게 출범해야 할 순천시가 또다시 불명예의 굴레로 떨어질까 하는 시민들의 우려가 깊어가고 있다. 시장도 잠 못 들고 시민들도 잠 못 드는 밤이 순천에서 지속되고 있다.   

 

[전국매일신문] 서길원 호남취재본부장
sgw@jeonm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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