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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예멘 난민, 냉대와 환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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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예멘 난민, 냉대와 환대
  • 최재혁 지방부 부국장 정선담당
  • 승인 2018.07.05 1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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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라덴만으로 유명한 예멘이라는 나라의 사람들이 비행기를 타고 집단으로 제주도에 와 난민신청을 해와 그 처리가 초미의 관심사가 되고 있다. 무비자 입국이 가능한데다 90일간 체류가 가능한 점을 이용한 것 같다. 

이들이 난민 지위를 받을 확률은 높지 않지만 난민 허용 심사 절차가 길어서 최대 3년까지 한국에 체류할 가능성이 있다. 이로 인해 난민 문제가 갑자기 우리 사회의 심각한 논쟁 거리로 등장했다. 한편에서는 난민들로 인한 사회 문제, 범죄, 일자리 감소 등을 우려하며 이들의 난민 수용을 반대하고 있다. 청와대의 국민청원은 벌써 30만명이 넘었다. 다른 한편에서는 다문화 사회를 표방하는 우리로서 이들의 인권 보호 차원에서 가능하면 난민 신청을 수용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는 정부로서도 상당히 곤혹스러운 상황이다. 문제가 불거지자 정부는 재빠르게 예멘을 제주도 무비자 입국 대상국에서 제외했고 이들 난민들에 대해 제주도를 벗어나지 못하도록 하고 있으나 근본적인 문제 해결은 쉽지 않다. 한국은 2013년 아시아 최초로 난민법을 제정하여 난민 신청이 있을 경우 이를 심사하도록 되어 있다. 선진 개방된 인권 국가로 나가기 위하여 제정된 법이지만 현실은 이를 받아들일 여건이 전혀 되어 있지 않다.

수백년 동안 내려온 단일민족의 혈주의가 국민 뇌리 속에 깊이 뿌리박혀 있어 타문화, 외지인에 대한 경계심이 적지 않다. 게다가 자국의 내전을 피해온 이들 예멘인들이 무슬림이기 때문에 더욱 거부감이 크다. 이들의 난민 수용을 반대하는 측에서는 이들이 일자리를 찾아온 가짜 난민이라고 주장하고 있고 심지어는 테러리스트가 될 수 있다고 경고한다.결국은 이상과 현실이 충돌하는 양상이다. 결혼 이주자 및 이주 노동자를 포함해 국내 다문화가정 인구수가 100만명을 상회하는 상황에서 한국 정부는 국제사회에서 인정받는 선진 개방국가가 되기를 희망한다.  

난민법 제정은 그런 이유에서였고 우리는 국제난민협약에도 가입한 상태다. 소위 말하는 3D 업종에서는 사람 구하기가 어렵고 농촌에서는 신부감 구하기가 힘든 상황에서 개방은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고 개방한 마당에는 이들의 인권을 보호하고 우리사회의 일원으로 받아주어야 하는 것이다. 정부뿐 아니라 시민단체, 종교단체들도 이들의 권익을 위해 노력하고 난민 지위 향상을 위해서도 앞장서고 있다.그러나 그것은 어디까지나 이상을 앞세운 구호이고 정책이지 일반 국민들이 느끼는 정서와는 큰 거리가 있어 보인다.

갈수록 침체되는 국내 경기와 일자리 부족의 상황에서 이민자나 난민에 대한 일반인의 피해의식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범죄 등 여러 사회 문제에 대한 우려도 끊이지 않는다. 특히 난민의 경우 정치나 종교적 박해를 피해 온 경우에 난민 지위를 받는 것이 일반적인데 현재 난민 신청을 한 예멘인들은 그보다는 일자리 등 경제적 이유로 입국했다는 것이 반대론자들의 견해이다. 실제로 일부 난민 신청자들이 브로커를 통해 일자리를 구한다는 보도까지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난민 수용을 반대하는 더 큰 이유는 한국민 특유의 순혈주의이다. 오랫동안 단일민족으로 살아오며 수없이 외침을 받아온 과거 때문에 외부인에 대해 유독 경계심이 높은 우리에게 피부색 다르고 말이 다른 사람들과 같이 사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아무리 세계화가 확산되고 지구촌이 좁아져도 쉽게 변하지 않은 국민 정서다. 특히 우리보다 못 사는 나라에서 온 사람들에 대해서는 이런 적대감이 더욱 확연하다. 이런 마당에 지금 당장 구미 선진국 수준으로 우리의 문호를 개방한다는 것 다소 성급하다고 할 수 있다. 그것이 종국에 우리가 지향해야 할 바이기는 하지만 문제는 속도이다. 어느 정도 국민 의식의 변화 속도에 맞추어 정책을 추진해야 부작용을 줄이고 사회적 비용을 아낄 수 있다.이를 위해서는 외국의 이민 및 난민 수용 정책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일부 학자들은 이민자 수용 모델을 네 단계로 나누어 각국의 이민 정책을 분류하고 있는데 첫 단계가 차별 및 배제, 두 번째가 동화, 세 번째가 통합, 그리고 네 번째가 다문화주의이다. 차별 및 배제는 임시적으로 노동 시장에 이주민을 허용하나 시민권 등은 허용하지 않고 철저하게 구분시키는 경우로 일본이 여기에 해당한다. 동화의 경우는 주류사회에는 편입시키지만 이민자들이 그들 고유의 언어적, 문화적 특성을 포기하게 하는 경우로 한국이 여기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  

통합은 어느 정도 문화적 특성을 허용하지만 최종적으로는 지배문화로 흡수시키는 경우로 미국이 여기에 속한다고 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다문화주의는 이민자들이 그들의 고유 문화를 유지하면서 주류사회에 동등하게 참여하는 경우로 캐나다가 대표적이다.이러한 단계별 분류에서 알 수 있듯이 한국의 경우는 이제 막 이민 및 난민을 수용하기 시작하여 우리 사회로 동화시키려는 단계이고 구미 선진국처럼 통합이나 다문화주의로 가려면 아직도 많은 단계를 거쳐야 한다.

그런 단계로 가기 위해서는 많은 법적, 제도적 조치가 따라야 하고 이러한 법 제도가 악용되지 않도록 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그러나 더욱 중요한 것은 국민 계도일 것이다. 21세기 지구촌 시대에 한 나라가 문을 걸어 잠그고 자기들끼리만 산다는 것이 더 이상은 불가능하다는 점을 국민들에게 주지시켜야 하는 것이다. 현재 750만명에 달하는 우리 민족이 미국, 일본, 중앙아시아 등 전 세계에 퍼져 살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도 남들과 같이 살아야 한다는 점을 아는 것이 중요하다. 

베트남이 공산화 된 1974년을 기점으로 수많은 사람들이 새로운 삶을 찾아 해외로 거처를 옮겼다. 소위 말하는 보트피플들이었다. 베트남을 떠난 이들은 보트를 타고 인근 동남아국가나 세계 곳곳으로 상륙해 난민신청을 해 난민문제가 국제문제로 등장하는 계기가 됐다.우리나라도 난민과 결코 무관한 나라가 아니다. 흔히 칭하는 고려인과 조선인의 상당수가 난민이라고 할 수 있다. 구 소련의연방국이었던 우크라이나, 벨라루스, 카자흐스탄, 우즈베기스탄, 키르키스스탄, 아르메니아등에는 고려인이 50만이 넘게 살고 있다.

중국의 만주지역에는 조선인이라는 별도의 소수민족으로 분류되는 사람들이 붙박아 살고 있다. 이들은 오랜 세월을 두고 새로운 삶을 찾아 한반도를 떠난 우리민족이다.예멘은 내전으로 난민을 양산하고 있는 세계의 화약고이다. 이슬람의 양대 교파인 수니파와 시아파의 균형이 팽팽해 쉽게 내전이 끝나지 않을 전망이다. 난민문제는 당연히 인도적 기준으로 처리돼야 한다. 그러나 이들이 쉽게 조국으로 돌아갈 수 없다는 사실도 감안한 장기대책도 필요하다.  

문제의 해결을 위한 종합적인 정책 개발과 더불어 전문인력 양성이 당장에 시급하다. 이번 예멘 난민이 무슬림이기에 ‘테러리스트’나 ‘잠재적인 성범죄자’와 곧장 연결시키는, 타자에 대한 우리 사회의 상상력 수준을 염두에 둘 때 더욱이나 그렇다. “낯선 사람들이 제일 먼저 우리에게 고향이 있다는 사실을 가르쳐 준다”는 독일작가 테오도어 폰타네(1818~1898)의 역설적인 증언처럼 고향을 잃은 난민들은 우리의 반면교사다. 우리도 과거 참혹한 전쟁을 경험한 피란민들이 아니었던가.
 
'세계 평화'는 중요하다. 인류애도 물론 중요하다. 하지만 자국민도 봐야 한다. 주민의 두려움 해소가 먼저다. 지나친 온정주의도, 배타주의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균형이 필요하다. 국민도, 난민도 행복해야 한다. 오해도, 부작용도 없길 바란다. 한국은 아시아 유일 난민법 제정 국가다. 인권국가의 좋은 본보기가 돼야 한다. 현명한 대처가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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