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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의를 읽지 못하고 소통이 막히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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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의를 읽지 못하고 소통이 막히면…
  • 박희경 지방부국장 포항담당
  • 승인 2018.08.22 13: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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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희경 지방부국장 포항담당사회

왕정시대에는 한 나라의 왕은 자신이 법이고, 자신의 뜻이 모든 것을 결정하는 수단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공화정 시대다. 대통령이 법이고, 대통령의 뜻으로 모든 것을 결정하는 시대는 아니다. 여기서 문제는 있다. 왕정시대는 소통이 필요 없었으나 민주주의 시대는 반드시 소통이 필요한 것이 다르다.

옛날 얘기기는 하지만 한 나라에 현명한 왕이 통치하던 나라가 있었다. 이 나라 사람들은 왕의 근엄함과 지혜를 공경했다. 이 나라는 비록 소국(小國)이기는 하나, 나라 안에 맑고 시원한 우물이 있었는데, 그 나라 사람들은 모두 이 우물물을 식수로 사용했다. 나라의 유일한 우물이었기에 왕과 대신들도 이 우물의 물을 마셨다.

어느 날 밤, 만물이 고요 속에 잠든 시간에 한 마녀가 이 우물에 마법의 액체를 떨어뜨린 후 이렇게 말했다. “지금부터 이 물을 마시는 사람은 모두 미쳐버릴 것이다.” 이튿날 이른 아침 왕과 대신을 제외한 모든 주민들은 이 물을 마셨고 마녀의 말대로 미쳐버렸다. 사람들은 하루 종일 저잣거리 곳곳에서 귓속말로 숙덕거렸다.

“임금이 미쳐버렸어! 우리 임금과 대신들이 모두 이성을 잃어버렸으니 미친 임금이 통치하는 나라를 그냥 둘 수는 없어! 우리가 임금을 폐위시켜야 해!” 우물물을 마시고 미쳐버린 주민들은 오히려 물을 마시지 않은 왕과 대신들이 미쳤다고 생각했다. 이 얘기를 들은 임금은 시종에게 물 한통을 길어 오도록 명령했다.

물이 도착하자, 임금이 먼저 물을 마신 뒤, 남아 있는 물을 대신들에게 나누어 마시라고 명령을 했다. 결국 왕과 대신들마저 미쳐버렸다. 그러한 왕의 지혜덕분에 그 나라는 평온을 되찾았다. 우리는 시류에 역행할 용기가 없다면 커다란 흐름을 거슬러서는 안 된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이 얘기는 민심이 천심이란 것을 여실히 증명해 주고 있는 얘기다.

민의(民意)의 대세(大勢)를 따르라는 얘기다. 민의를 읽지 못하고 소통이 막히면 그때부터 통치는 짐이 되고 비판의 대상이 되는 것이다. 정치인들이 국민의 눈높이로 정치를 하겠다는 얘기를 믿는 국민은 거의 없다. 우리나라 정치 지형상 그런 말을 믿을 수 있는 사람은 아마도 없을 것이다. 그런 시대는 어쩌면 영원히 오지 않을지도 모른다.

양치기 소년의 우화(寓話)를 우리는 잘 알고 있다. 한두 번이지 자꾸 거짓말을 하면 사람들은 진짜 늑대가 나타났더라도 믿지 않는다. 우리는 지난 40여 년간 급속한 산업화 과정에서 정치적으로 특정한 집단이 일당 독주를 해왔기 때문에 많 사람들이 능력이 있어도 기회가 주어지지 않았다.

능력이 있어도 연고주의에 밀려, 학연에 밀려, 아니 지도자의 눈에 들지 않아 능력을 발휘할 기회를 얻지 못한 것인지도 모른다. 이런 악순환이 지금까지 반복된 것이다. 소통은 없다. 어느 집단의 무리들이 결정하고 그 결정에 의한 운영을 했기에 숨이 막히고, 소수 몇몇 사람들의 정책만 반영되다보니 배가 산으로 가고 있었던 것이다.

‘인사가 만사’라는 원칙과 관행을 무시하고 권력자 입맛대로 능력과 관계없이 자리를 배정하다보니 제대로 바른 길을 찾지 못하고 방황하다 임기를 마치는 전례를 우리는 많이 보았다. 인사시스템의 정비, 그리고 능력위주의 전문성 있는 인사를 기용하겠다는 확고한 신념이 있어야 공정한 인사가 가능하다.

그렇지 않으면 권력은 충성하는 사람만 챙길 것이고, ‘예스맨’만 양산하는 시스템으로 국민과의 소통의 길은 막히고 말 것이다. 독선과 카리스마가 강한 리더 주위에는 대개 ‘예스맨’들이 많이 존재한다. 그래서 말하지 않으면 중간이라도 간다는 말을 하는 사람도 있다. 권력자의 눈치나 보며 자리보전을 위해 대충 ‘예스’만 하다면 우리의 미래는 불투명할 수밖에 없다.

어느 누구도 우리의 지도자가 실패한 지도자가 되기를 바라지는 않을 것이다. 그것은 곧 그 단체와 국가와 국민의 불행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민심은 천심’이라했다. 지금 중요한 것은 나의 의지와 신념으로 선거 출마당시의 초심으로 돌아가 신뢰를 회복하는 길이다. 민심을 잘 파악해 정책을 반영하고 그 누구와도 격없는 대화와 협상을 통해 과제를 풀어가야 할 엄중한 시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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