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훌륭한 인재등용(人才登用)의 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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훌륭한 인재등용(人才登用)의 가치
  • 최승필 지방부국장
  • 승인 2018.09.02 1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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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승필 지방부국장

조선의 개혁군주 정조(正祖)의 언행을 기록한 ‘일득록(日得錄)’에서 “임금은 백성을 섬기고 백성은 먹을 것을 섬긴다”고 단언하며, 경제를 안정시켜 백성의 고충을 어루만지는 것의 중요성을 주장했다.

또, 발을 문지르는 것과 침을 삼켜 입 안이 마르지 않게 하는 것이 어떤 효용이 있는지. 매일 빗질하면 머리가 세지 않는다거나 갈증 해소에는 토사자가 좋다는 민간요법에서 나온 지혜를 알려주기도 한다.
 
정조는 모든 백성들이 잘 사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노력했을 뿐 아니라 나라를 다스리기 위한 인사 정책도 개혁적이었다.‘일득록’에서 정조는 “나라를 다스리는 것은 집을 짓는 것과 비슷하다. 집을 짓는 사람은 먼저 터를 정하고 다음으로 재목을 살피고 그다음에 짓는다. 법을 세우는 것은 터이고, 인재를 선택하는 것은 재목이고 정령(政令)은 짓는 것이다”라고 했다.

또, ‘인재는 남북(南北)을 겸하고 의논(議論)은 피차(彼此)를 잊어야 하리. 태평의 기초 쌓으려면 풍속을 후하게 하는 것부터 시작하소서’라는 내용의 육방옹(陸放翁) 남송(南宋)의 육유(陸游)가 남긴 시를 인용하며 “인재를 등용하는 법은 넓고 공평하게 하는 것을 귀히 여기니, 남북으로 한계를 짓고 피차에 구애되어 스스로 아주 좁은 곳으로 나아가서야 되겠는가”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인재등용에 대한 정조의 고민은 이밖에도 많은 사례에서 나타나고 있다.

그는 “훌륭한 인재를 어렵게 찾아냈으나 정작 관직을 주려고 하면 기존의 학벌이나 가문에 구애받고, 특별한 분야에서 능력이 탁월해 특별채용 하려고 하면 시험을 보고 들어온 사람이 아니라고 반발한다”고 말했다.
 
이어 “실제로 내가 사람을 알아보는 눈이 깊지 못하고, 인재들에게 업무를 위임하는 것이 합당함을 얻지 못해 재능 있는 사람을 모두 조정의 관직에 등용하지 못했고, 조정의 관직에 있는 사람도 자신의 재능을 다하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또, “인재를 선발하는 사회 분위기가 점차 고질병이 되고 있다. 일반 백성 가운데 준수한 사람은 논의의 대상이 되지도 않고, 서얼(庶孼)이라고 하면 아무리 기특한 기예나 특이한 재능이 있다 해도 이름 있고 드러난 반열(班列)에는 기웃거릴 수 없으며, 향곡(鄕曲)에 살면 평소에 인재의 부고(府庫)라고 하는 영남이나 호남의 어느 곳이라도 삼사(三司)의 영광스러운 길에 저해되는 것이 많다”고 했다.
 
정조는 “우리나라는 의외로 아주 협소(狹小)하다. 온 나라를 통틀어 현명한 인재를 선발하려고 해도 인재가 많지 않을까 걱정이다. 이 좋은 땅에서 서얼을 제거한다면 온 나라의 절반을 이미 상실한 것이나 마찬가지고, 그 나머지 가운데 향곡을 제거한다면 인재 중 4분의 1만 남는다. 여기에 또 권문세가나 문벌이 이편저편으로 나눈다면 국가를 위해 등용할 수 있는 인재가 몇이나 되겠는가?”라며 고민했다고 한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장관 5명과 차관급 인사 4명에 대한 인사를 단행했다. 지난해 5월 문재인 정부 출범 후 연말 1기 내각 구성이 완료된 뒤 장관을 교체하는 개각은 이번이 처음이다.

문 대통령은 교육부장관에 유은혜 현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국방부 장관에 정경두 현 합동참모본부 의장,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에 성윤모 현 특허청장, 고용노동부 장관에 이재갑 전 근로복지공단 이사장, 여성가족부 장관에 진선미 현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을 각각 지명했다.

문 대통령은 또, 이석수(55·사시 28회) 전 특별감찰관을 차관급인 국가정보원 기획조정실장으로 전격 기용했고, 방위사업청장에는 왕정홍(60·행정고시 29회) 감사원 사무총장이 임명됐다.

문화재청장에는 정재숙(57) 중앙일보 기자가, 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장에는 양향자(51) 민주당 전국여성위원장이 각각 발탁됐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이번 인사에 대해 ‘심기일전’과 ‘(국민)체감’ 두 가지라고 설명한 뒤 “문재인 정부 2기를 맞아 새 마음으로 출발을 하자는 의미와 문재인 정부 1기 때 뿌린 개혁의 씨앗을 국민이 체감하는 성과로 연결하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전반적으로 이번 개각은 관료출신 기용으로 안정감을 확보한 동시에 혁신을 추구했다는 평가다. 유은혜 내정자의 경우 사회부총리를 겸하는 교육부 장관에 임명될 경우 사상 첫 여성 부총리가 된다.

그러나 야권에선 ‘친(親)정부·코드인사’라는 비판이다.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문재인 정부가 연정 수준의 협치를 한다고 하더니 협치 내각은 고사하고 친문 개각을 했다. 자리만 나눠먹는 개각이 되고 말았다”며 “최악으로 치닫고 있는 경제상황에서 장관자리 몇 개 바꾸는 것이 능사가 아니라 청와대 경제팀부터 바꾸는 것이 순서”라고 비판했다.
 
김동철 바른미래당 비상대책위원장도 “첫 단추부터 잘못 끼워진 소득주도성장과 이를 정당화하기 위해 국민의 혈세를 퍼붓는 정책 실패부터 인정하고 새롭게 시작해야 한다”며 “장관 교체가 단순한 인물 교체에 그쳐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유은혜 의원의 경우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후보자로 내정된 것과 관련,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유은혜 의원의 교육부장관 후보 지명 철회해 주세요’라는 제목의 청원이 올라온 가운데 지금까지 수만 명이 이 청원의 게시글에 동의했다.
 
지금 우리 사회에서 나타나고 있는 인재등용 문제는 정조 때와 마찬가지 일게다. 그리고 정조 때 백성들처럼 지금의 우리 국민들도 모든 국민이 잘사는 나라, 안정과 평화가 정착된 나라를 간절히 희망하고 있다. 이번 2기 내각이 그런 나라를 만드는데 새 바람 불러일으킬 수 있는 가치 있는 ‘인재등용’이라는 평가를 받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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