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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발해충의 습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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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발해충의 습격
  • 최승필 지방부국장
  • 승인 2018.09.16 1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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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승필 지방부국장

올 여름 우리 국민들은 111년 만에 찾아 온 최악의 폭염을 경험했다.

지난 5월20일부터 지난달 22일까지 기록된 33℃ 이상의 폭염 일수도 통계조사 이래 46년 만에 최고인 31.1일로 나타났으며, 밤사이 30℃ 이상의 초 열대야 현상도 처음으로 발생하는 등 최악의 폭염과 함께 열대야 현상도 기록적이었다.
 
기상관측 사상 ‘40℃ 이상’을 기록한 7번 중 6번이 올해 작성된 것으로, 전국 61곳의 역대 최고 기온이 새롭게 기록됐다고 한다.
 
또, 이 같은 폭염으로 인해 발생한 온열환자 수는 지난해 1584명에 비해 무려 3배 가까운 4458명으로 나타났으며, 온열 사망자 수도 50여 명에 이른다.
 
올 여름은 이 같은 인명피해 뿐 아니라 기록적인 폭염으로 도심과 농경지, 과수와 산림에 미국선녀벌레와 꽃매미, 푸른곱추재주나방애벌레 등 각종 돌발해충(sporadic insect)으로 인한 피해가 급증했다.
 
기상관측 사상 최악의 폭염과 열대야가 이어지면서 가장 큰 생태변화를 겪고 있는 개체 중 하나가 ‘곤충’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여름철 대표 해충인 모기의 개체수가 급격히 줄어들고, 그 빈자리를 미국선녀벌레와 갈색날개매미충, 꽃매미 등 이른바 돌발해충이 무섭게 번식하면서 동시다발적으로 광범위한 지역에 걸쳐 과수와 삼림에 큰 피해를 끼치면서 한반도를 잠식해나가고 있다.
 
‘돌발해충’ 또는 ‘외래해충’은 서식조건이나 기온이 유리하게 갖춰지면 동시다발적으로 개체수가 급격히 늘어나 광범위한 지역에 피해를 주는 해충으로, 지난 여름의 경우 폭염이 지속되면서 그 어느 해보다 왕성한 번식력을 보였다.
 
이들 돌발해충들은 주로 산림지역에서 번식, 농가와 과수원 등으로 내려와 주요 과수 작물과 나무에 달라붙어 수액을 빨아먹어 말려죽이고, 단맛을 내는 분비물을 배설해 광범위한 지역에 그을음병 등을 유발한다.
 
농촌진흥청에 따르면 올 폭염으로 꽃매미의 알이 평년보다 일찍 부화한데다 발견 지역도 지난해 77곳에서 80곳으로 늘어났으며, 돌발해충으로 인한 피해지역은 지난 5월 이후 전년대비 2배가량 늘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또, 북미대륙이 원산지인 매미목과 해충 미국선녀벌레는 4월부터 약충 형태로 발생해 왁스물질과 단맛을 내는 액체를 분비해 잎과 가지, 열매 등에 달라붙음으로써 생육부진과 과실의 상품성을 떨어뜨려 피해를 발생시키고 있다.
 
미국선녀벌레는 지난 겨울과 봄이 예년보다 따뜻해 유충의 부화율이 높아졌고, 특히 여름철 폭염까지 더해져 생존율이 상승했다. 게다가 올여름에는 강수량까지 줄어 부화기 및 약충기 생육환경이 알맞게 맞춰지면서 개체수가 지난해 보다 크게 급증했다고 한다.
 
경기도에 따르면 미국선녀벌레는 지난달까지 도내 농경지 6198ha에 걸쳐 나타나 피해가 점차 확산되고 있다.
 
시·군별 피해 규모는 안성시 1648ha, 김포시 1000ha, 이천시 7900ha, 여주시 695ha, 파주시 665ha, 용인시 278.5ha, 연천군 200ha로 나타난 가운데 경기도 뿐 아니라 전국적으로 미국선녀벌레로 인한 피해 규모가 더욱 확산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이상 고온현상으로 인해 돌발해충들의 부화속도가 빨라지고 있는 것도 문제라며, 방제시기를 놓칠 경우 큰 피해가 우려된다고 지적하고 있다.
 
미국선녀벌레와 꽃매미 외에도 갈색여치, 갈색날개매미충, 끝동매미충, 애멸구와 같은 병해충도 올여름 폭염으로 기승을 부리며 많은 피해를 일으키기도 했다.
 
뿐만 아니라 지난달 김포시 월곶면 문수산(376m)에서는 올 처음 푸른곱추재주나방 애벌레가 발견, 개체수가 급증하면서 피해 면적도 무려 100ha에 이르는 등 산림이 황폐화되고 있어 방역당국이 긴급 방제에 나섰다.
 
국립환경과학원이 지난 13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달 폭염이 절정일 때 산림을 제외한 도시의 모든 인프라에서 ‘열스트레스 지표(PET)’가 높게 나타났다고 밝혔다.
 
독일에서 지난 99년 개발된 열스트레스 지표는 햇빛의 영향을 받는 야외공간에서 인체에 흡수되는 에너지양과 주변으로 방출되는 에너지양을 계산해서 인간이 실제로 느끼는 더위를 단계별로 나타낸 것으로, 기온만이 아니라 습도와 풍속, 복사에너지를 모두 적용해 측정한다.
 
연구진은 경기 수원시 호매실 택지개발지구의 산림과 논, 수변, 야외주차장, 공원잔디밭, 단독주택, 고층아파트, 상업지구, 나지 등 9곳의 토지 이용 유형에 따라 열스트레스를 분석한 것이다.
 
그 결과 공원이나 수역, 산림 등 생태계 기능 회복을 위해 조성된 ‘그린인프라’에서 도로와 철도, 상업주기 등 콘크리트 구조물 위주의 ‘그레이인프라’에 비해 열스트레스가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한다.
 
그러나 지난달 초에 찾아 온 극한의 폭염에서는 숲을 제외하고는 어떠한 그린인프라도 별 도움이 되지 못했다고 밝혔다. 기후변화로 이상 기후가 잦아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는 가운데 도심의 온도를 낮추기 위한 노력이 어느 때보다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숲의 소중함이 새삼스럽다.
 
폭염과 폭풍, 폭우, 폭설, 지진, 이상 기후 등 다양한 기상 이변은 인간의 삶에 큰 영향을 끼친다. 이 같은 기후변화로 인한 돌발해충의 이상 번식도 푸른 숲 등 자연을 황폐화 시키며 인간의 삶을 크게 위협하고 있다. 돌발해충의 습격을 서둘러 막아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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