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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치원 비리, 가라앉지 않는 국민적 분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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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치원 비리, 가라앉지 않는 국민적 분노
  • 윤택훈 지방부장 속초담당
  • 승인 2018.10.22 13: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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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택훈 지방부장 속초담당

비리 사립유치원으로 알려진 환희유치원이 위치한 동탄에서 참다 못한 학부모 500여 명이 모여 대규모 집회를 열었다. 동탄 유치원 사태 비상대책위원회는 지난 21일 경기 화성 동탄신도시 센트럴파크에서 집회를 열어 사립유치원 비리 근절과 유아교육의 공교육화를 촉구했다.참석자들은 ‘네 백은 네 돈으로 사라! 성인용품이 웬 말이냐! 교육은 교육기관에서 사업은 사업체에서, 도둑질은 그만하라!’고 외쳤다.

이 기회에 잘못된 것들을 뿌리 뽑아야 한다”며 사립유치원 비리 척결을 촉구하고 나섰다. 이처럼 사립유치원 비리가 발표된 지 열흘이 지났지만 국민들의 실망과 분노는 좀처럼 가라앉지 않고 있다.

정부가 뒤늦게 종합대책을 마련하는 등 부산을 떨고 있으나 과연 뿌리가 뽑힐지는 더 지켜봐야 할 것 같다. 이번에 발표된 사립유치원 비리는 복마전을 방불케 한다.

해마다 지원되는 2조원 이상의 국민 혈세를 쌈짓돈 쓰듯 멋대로 유용했다. 모든 유치원이 그런 것은 아니겠으나 겉으로는 아이를 맡아 기르고 가르친다는 명분하에 뒤로 세금을 갉아먹는 파렴치한 행동을 서슴지 않았다. 교육당국도 이러한 비리를 알면서 쉬쉬했고 정치인들 역시 그들의 표가 무서워 모른 채 방관해 왔다.

그 틈에서 비리가 독버섯처럼 자랄 수밖에 없는 환경을 제공했다. 사립유치원 비리와 관련해 추가로 실명을 공개하는 데 대해 지지하는 여론이 압도적으로 많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또 사립유치원의 회계투명성 강화를 위해 국가회계시스템인 '에듀파인' 확대 적용에 동의하는 의견이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한국사회여론조사연구소(KSOI)가 10월 19일~20일 이틀에 걸쳐 성인남녀 1010명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 결과, 비리를 저지른 사립유치원에 대해 유치원과 원장 이름을 모두 공개해야 한다는 의견이 71.4%로 집계됐다.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논란을 켜갈 수 있는 방안으로 거론된 '유치원 이름만 공개'에 대해선 19.7%가 찬성했다. 반면, 한국유치원총연합회(한유총)의 주장처럼 '모두 실명으로 공개해서는 안된다'는 의견은 6.6%에 그쳤다.

'유치원과 원장 모두 실명 공개' 의견은 남성(69.9%)보다 여성(72.8%)에서 다소 높게 나왔다. 연령별로 60세 이상(75.3%)과 30대(73.9%), 50대(73.3%), 권역별로는 부산·울산·경남(79.8%)과 대구·경북(74.4%), 직업별로는 가정주부(77.4%)와 자영업(76.3%) 등에서 비중이 컸다.정치이념 성향별로는 보수층(74.7%), 지지정당별로는 정의당(74.9%)을 비롯해 더불어민주당(71.9%)과 바른미래당(71.7%) 지지층에서 상대적으로 많은 비중을 차지했다. 사립유치원에 국가회계시스템인 '에듀파인'을 확대 적용하는 방안에 대해선 전체 응답자의 77.5%가 동의했다. 국가에서 절반 정도의 운영비를 지원받고 있기 때문에 다른 곳과 동일한 관리·감독을 받아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이와 달리 '사립유치원의 운영비 절반을 학부모가 내는 원비로 운영되므로 100% 세금으로 운영되는 곳과 다른 회계규칙을 적용해야 한다'는 한유총 주장에 동의하는 입장은 16.7%였다. 사립 유치원 비리 재발방지책으로는 '실명 공개 및 처벌 강화' 의견이 30.6%로 가장 많았고, △법인카드 사용 의무화 및 국공립 유치원 수준으로 회계 관리 강화(29.7%) △예·결산 공개 및 운영위원회 등에 학부모 참여 보장(24.0%) 등의 순이었다.사립유치원 비리 사태에 대한 책임 소재에 대해선 관리·감독을 소홀히 한 교육당국을 지목한 의견이 43.1%로 1위를 기록했고, △회계규정을 어긴 사립유치원(36.2%)△관련 법안 마련에 소홀한 국회(17.6%)가 그 뒤를 이었다고 한다.
 
이처럼 일부 사립유치원의 회계 비리가 국민적 공분을 사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사립유치원 모임인 한국유치원총회(한유총)는 오히려 적반하장이다. 한유총은 ‘세금도둑’ 운운하며 공금횡령·유용으로 징계받은 교육부 공무원을 전수조사하고 실명을 공개하라는 내용의 입장문을 냈다.  당국이 사립유치원 감사결과를 실명으로 공개하기로 하자 일종의 반격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물론 공무원들이 비리를 저질렀다면 당연히 엄단해야 한다.

그러나 한유총이 사립유치원 회계 비리와 연관 지어 실명을 공개하라 말라 할 일은 아니다.학부모에게 유치원 선택권이 없는 게 큰 문제라는 지적도 받고 있다. 수적으로 절대 부족한 국공립유치원은 어마어마한 경쟁률 때문에 추첨을 통해 들어가기가 하늘의 별 따기다. 조건이 좋은 사립유치원에 보내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다. 인기 유치원은 추첨 전날부터 부모들이 밤새워 줄을 서는 진풍경이 벌어지기도 한다.

그러니 설사 자녀가 다니는 유치원이 ‘비리 유치원’이라 해도 울며 겨자 먹기로 보낼 수밖에 없다. 혹시라도 집단휴원이라도 한다고 위협하면 맞벌이 부부로서는 눈앞이 캄캄하다. 일부 유치원의 비리는 반두시 발본색원해야 한다. 하지만 원생과 학부모가 피해를 보는 일이 없도록 정부의 세심한 손길도 필요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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