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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98] ‘희망하는가, 고통과 맞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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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98] ‘희망하는가, 고통과 맞서라’
  • 서길원 호남취재본부장
  • 승인 2018.12.26 11: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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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길원 大記者 세상읽기]

-멈춤은 현 상태 유지가 아니라 퇴보이자 결국은 멸(滅)하고 마는 사망의 길이라는 것을 솔개는 말해주고 있다. 새로운 탄생은 솔개가 목숨을 걸고 자신의 부리를 바위에 부딪쳐 깨부수는 아픔 없이는 이뤄질 수 없다.-

 

조류 가운데 가장 오래사는 새는 솔개라고 한다. 70살까지 산다고 하니 인간의 수명과 엇비슷하다. 하지만 다들 그런 것은 아니다. 대부분의 솔개는 40살 정도에 수명을 다한다. 솔개의 나이가 40쯤 되면 신체 노화가 굶어죽기 딱 십상으로 변한다. 부리는 구부러져 가슴에 닿을 만큼 자라 먹이를 쪼지 못하고 공포의 대상이던 발톱은 무디어져 사냥감을 잡아 챌 수 없다. 어디 그 뿐인가. 깃털은 기름에 찌들고 지나치게 무성해져 하늘을 날 수도 없다. 이 정도면 김수영의 시에서 나오는 자유를 위해 비상하는 노고지리의 그 날렵함은 이미 아니다. 서투른 날개 짓으로 뒤뚱대는 씨암탉 신세다.

이 때 솔개에게는 두 가지 선택이 있을 뿐이다. 이대로 죽을 날을 기다릴 것이냐, 아니면 더 살기위한 자기갱생의 노력을 할 것이냐 하는 것이다. 자기갱생의 노력은 모든 생명체가 힘들겠지만 솔개에게는 목숨을 거는 일이다. 더 살기를 원하는 솔개는 선택과 함께 망설임 없이 즉시 행동으로 옮긴다. 절벽 끝 벼랑에 둥지를 틀고 6개월에 걸친 죽음과도 같은 갱생과정에 들어간다.

제일 먼저 하는 일은 자신의 길어진 부리를 절벽 바위에 부딪혀 부리가 깨지거나 부서져 빠지게 하는 것이다. 이러한 고통 끝에 유치가 빠지고 새 이가 나오듯 솔개의 부리도 새롭게 돋아난다.

부리는 새로 돋아났으나 아직 힘차게 날수도, 먹이 감을 낚아 챌 수도 없다. 솔개는 새로 돋은 날선 부리로 무디어진 발톱을 쪼아 뽑아내고 기름 때 끼고 날개 짓을 할 수도 없을 만큼 자란 깃털도 하나하나 뽑아낸다. 낡은 부리가 뽑혀야 새로운 부리가 돋아나듯이 발톱과 깃털이 새롭게 돋아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자신의 생니를 뽑고 손발톱을 뽑는 아픔을 감내하는 것이다. 말 그대로 차라리 죽는 게 나을 것 같은 뼈를 깎고 살을 찢는 고통의 연속이다. 하루에도 수 십 번씩 죽음을 선택하고픈 유혹에 시달릴 수밖에 없다. 하루 이틀도 아닌 무려 6개월에 걸친 고통의 기간이다. 비장한 각오가 없이는 이룰 수 없는 환골탈태다. 70년을 사는 솔개는 이렇게 탄생한다. 보통의 솔개는 이 고통을 이기지 못해 40년 밖에 살지 못하고 죽는다. 자기갱생의 고통을 선택하고 이겨낸 솔개만이 다시 창공을 자유로이 비상하며 30년의 수명을 더 누린다.

멈춤은 현 상태 유지가 아니라 퇴보이자 결국은 멸(滅)하고 마는 사망의 길이라는 것을 솔개는 말해주고 있다. 새로운 탄생은 솔개가 목숨을 걸고 자신의 부리를 바위에 부딪쳐 깨부수는 아픔 없이는 이뤄질 수 없다.

하지만 우리는 수시로 멈추고 싶은, 현 상태를 유지하고 싶은 유혹에 시달린다. 일흔 살을 살 수 있음에도 마흔살에 생을 마감하는 솔개처럼. 여느 해라고 편안키만 했던 해가 있겠는가마는 올 한 해는 참으로 어려웠던 시간의 연속이었다. 그렇다고 내년이라고 해서 올해보다 더 쉬울 것이라는 희망이 그리 있는 것도 아니다.

내년에는 최저임금법, 연동형 비례대표제 선거제도 개정 등 총선을 겨냥한 여·야간 치열한 수 싸움이 시작되는 시간들이어서 나라가 더 힘들어질 수도 있다. 기대했던 북한 김정은 위원장의 연말 답방기대도 '나홀로 짝사랑'이 됐고 비획화 협상을 놓고 북미 간벌이고 있는 팽팽한 줄다리기에도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다.

국내 경제상황 또한 더 악화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소비는 위축되고 생산은 감소되면서 100만명에 달하는 실업자의 고통이 사회문제로 증폭될 전망이다.

언제나 처럼 정치권이 국민을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국민이 정치권을 염려하고 걱정하는 되풀이 되는 한해가 또 될 듯싶어 걱정이 앞선다.

그 속에서 우리는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가 깊이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 아차 하다가는 소용돌이치는 세상살이에 휩쓸려 떠밀려 나가기 십상이다. 이렇듯 어렵지만 정치를, 외부 환경을 탓하고 살 수는 없다. 결국 어떤 조건이나 환경에서도 핑계는 나에게 있는 법이다. 외부에서 핑계를 찾는 다는 것은 부리를 깨부수는 아픔을 회피하면서 70살을 살고자 하는 솔개의 헛된 꿈과 하등 다를 바 없다.

희망의 끈을 다시 조여 매어야 한다. 깃털 몇 개쯤 뽑아 낼 수 있을 테고 그러다 보면 언젠가는 부리와 발톱을 뽑아 낼 날도 오지 않겠는가. 죽기 살기로 그리하다보면 70년을 사는 솔개가 되듯 어느 날 희망이 이뤄지는 날을 보게 될 것이다.

어느 때가 따로 있겠는가마는 그래도 아직은 한 매듭을 마무리 하고 새 매듭을 시작하는, 희망을 품기에 좋은 연말이다. 조직체고 개인이고 간에 모두들 새로운 각오와 함께 희망의 설계도를 그리고 있을 때다. 어떤 이는 풍요로운 재화를 꿈꿀 테고 어떤 이는 맑은 영혼을 갈망 할 것이다. 어떤 이는 공동체를 꿈꿀 테고 어떤 이는 개인의 안위를 기도할 것이다. 저마다 꿈의 모양이 다르고 색깔이 다르겠지만 가치의 소중함은 다르지 않을 것이다.

모두들 가슴속에 정신의 솔개 한 마리씩 키우시길. 그리해 내년에는 당신의 꿈이 이뤄지고 나의 희망이 이뤄져 우리 함께 창공을 비상할 수 있기를...잘가라, 2018년 

 

[전국매일신문] 서길원 호남취재본부장
sgw@jeonm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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