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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정서 역행하지 않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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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정서 역행하지 않길
  • 최승필 지방부국장
  • 승인 2019.01.20 1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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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승필 지방부국장

2019년 새해 벽두(劈頭)부터 정치권과 온 사회가 혼란스럽다. 더불어민주당 손혜영 의원의 목포 부동산 투기 의혹을 둘러싼 여야 공방의 불씨가 국회 상임위원회 소집 여부로 옮겨 붙고 있다.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 등 야당은 손 의원의 의혹을 ‘권력형 게이트’ 등으로 규정, 상임위에서 진상규명을 요구하고 있다.

문화재청, 문화체육관광부, 국토교통부, 전남 목포시 등을 상대로, 문화재 지정과 관련, 예산 배정과정 등을 짚어 손 의원의 투기 및 압력 행사 여부를 가려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투기가 아니라며, 손 의운의 해명에 힘을 실어주고, 상임위 소집에 반대하고 있다.

시민단체인 서민민생대책위원회와 자유연대는 손 의원을 직권남용, 공무상비밀누설죄 등의 혐의로 서울 남부지검에 고발하기도 했다.

이들은 “손 의원 지인이 부동산을 다수 보유한 목포의 거리가 통째로 문화재로 지정됐다”며 “정치적 권력이 막강한 문화체육관광위원회 간사인 손 의원이 문화재청에 압력을 행사하는 등 직권을 남용해 공무원들이 의무 없는 일을 하도록 했을 가능성이 있어 수사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또, 목포의 특정 지역이 문화재 거리로 지정되기 전에 손 의원이 이 사실을 지인들에게 알렸으며, 이를 미리 알게 된 지인들이 시세 차익을 얻었다는 주장이다.

손 의원의 투기 의혹 내용을 살펴보면, 목포시가 역사적으로나 문화재로서 가치가 있는 오랜 건물들이 있는 1.5km 구간을 통째로 문화재로 지정하고, 복원과 보전에 500억 원의 예산을 투입하기로 했는데, 이 근대역사문화 공간 안에 손 의원의 조카와 남편이 운영하는 재단, 보좌관 가족 등이 건물 17채와 땅 3곳 등을 매입했다는 것이다.

문제는 손 의원이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으로, 문화재 지정과 관련된 정보를 누구보다 빠르고 쉽게 취득할 수 있는 위치에 있었다는 것이다. 손 의원의 주변 인물들이 목포 거리가 문화재로 지정되기 전에 건물 여러 채를 사들인 게 절절한지 여부에 관심이 모아지는 내용이다. 이른바 ‘손혜원 랜드’라는 말이 나올법한 이유다.

그러나 손 위원은 최초 의혹 제기 당시 “재산증식 욕심은 없다. 목포의 역사와 문화적 가치를 느껴 주변인들에게 집을 사게 했다”며 투기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또, 20일 열린 기자회견을 통해 “당적을 내려놓고, 최초 의혹을 보도한 방송사와 제보자 등을 허위사실 유포와 명예훼손 혐의 등으로 고소하겠다”며 최근에 제기된 여러 의혹들에 대해 명확하게 정리하겠다고 밝혔다.

이 같은 내용이 정치적·사회적인 ‘갑론을박(甲論乙駁)’으로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동물보호단체 중 하나인 ‘케어’의 박소연 대표가 구조한 동물 수 백 마리를 안락사 시킨 것으로 드러나 또 다른 논란이 일고 있다.

손 의원이나 박 대표의 정치적·사회적 논란이 더욱 커진 것은 최초 의혹 제기 당시 모든 사실을 투명하게 밝히지 않고, 국민정서를 제대로 읽지 못한 채 합리적으로 의심할 만한 내용들이 속속 드러나고 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중국 추(鄒)나라의 유교 사상가인 맹자(孟子) 양혜왕편(梁惠王篇 )에 ‘왕이 좌우를 돌아보며 다른 말을 한다’는 뜻의 ‘왕고좌우이언타(王顧左右而言他)’라는 말이 나온다.

맹자가 차근차근 물어가는 질문에 아무 생각 없이 느낀대로 대답해 가던 제(齊)나라 양혜왕은 이야기가 막상 자기 문제에 부딪치자 그만 말문이 막혀 당황한 나머지 좌우를 두리번거리며, 엉뚱한 말을 하며 위기에서 탈출하려고 했다는 내용이다.

맹자가 제선왕(齊宣王)을 찾아가 “왕의 신하가 자기의 처자식을 친구에게 맡기고, 초나라에 놀러간 사람이 있었는데 돌아와 보니 처자식이 추위와 굶주림에 시달렸다면 왕께서는 어찌하겠습니까?”라고 물었고, 이에 선왕은 “그런 관리는 파면할 것이오”라고 답했다고 한다.

이어 맹자가 “그러면 나라 안이 잘 다스려지자 못한다면 어찌하겠습니까?”라고 하자 선왕은 좌우를 돌아보면서 엉뚱한 말로 얼버무렸다고 한다.

이는 다른 사람이 제기하는 곤란한 문제에 대해 대답을 회피하거나 어물어물 말꼬리를 돌리는 것을 비유하는 말로 쓰이게 됐다고 한다.

손 의원은 지난 19일 목포의 문화재 거리 부동산 논란과 관련, “미꾸라지 한 마리가 온 저수지 물 다 흐린다. 이제라도 늦지 않았으니 이실직고하고 당당하게 검찰조사를 받아 사실을 밝히길 바란다”며 진상조사를 촉구한 박지원 민주평화당 의원을 겨냥해 페이스북에 “누가 미꾸라지고 누가 곰인지 진검승부 한번 가려보자”고 했다.

이어 “검찰조사 가는데 박 의원님을 빠뜨렸다. 방송사와 건설조합관련자, 박 의원님 검찰조사 꼭 같이 받자. 궁금한 게 많다”는 글을 남겼다.

동물보호단체 ‘케어’의 박 대표는 “케어의 안락사는 지자체 보호소에서 매일같이 행해지는 대량 살처분과 달랐다”며 인도적 안락사였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시설에서 안락사 시킨 동물의 사체는 의료폐기물로 간주해 폐기물처리업체가 소각해야 하지만 박 대표는 동물 사체를 암매장 했다.

정치인의 목포 투기의혹과 동물보호단체의 안락사 논란이 쉽게 사라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국민들의 정서를 역행하지 않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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