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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생 5·6학년 漢字학습 잘한 정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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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생 5·6학년 漢字학습 잘한 정책
  • 경기도 취재본부장
  • 승인 2017.03.12 13: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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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 상당수가 한자(漢字)를 포함하고 있는 이상, 어휘를 풍부하게 만드는 방법 중 하나는 확장성을 가진 최소한의 한자를 알아야 이해력을 한층 더 높일 수 있다.

한자표기를 찬성하는 쪽에서는 교과서의 용어 대부분이 한자어이기 때문에 그 뜻을 정확히 전달하기 위해 한자가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자표기를 반대하는 입장에선 용어의 뜻은 글자가 아닌 상황과 맥락을 통해 터득하기 때문에 한자로 표기해야만 뜻을 파악할 수 있는 것은 아니라는 반론을 제기하고 있다.

그런데도 교육부는 47년 동안 초등학교 학생들이 한글전용교육을 이어오던 것을 2년 후인 오는 2019년부터 초등학교 5·6학년 교과서에 300자내에서 한자를 표기하기로 했다.

교육부의 초등교과서 한자표기기준에 따르면 단원의 주요학습용어에 한해 교과서집필진과 심의회가 한자 뜻이 용어 이해에 도움이 된다고 판단한 경우 한자로 표기할 수 있도록 했다고 문화일보가 1월 1일자로 보도했다.

이 신문에 따르면 초등 5·6학년 교과서에 표기할 한자는 미리 선정한 300자내로 제한하고, 교과서 밑단이나 옆단에 이 한자와 음·뜻을 모두 표기하기로 했다.

표기한자는 초등학교 5·6학년 국어·도덕·사회·수학·과학과목의 학습용어를 추출한 다음 출현빈도와 기초한자 1800자를 기준으로 370자를 고르고, 전문가평가를 통해 최종 300자를 선정했다고 한다.

교육부는 교과서 한자표기로 초등학생들의 학습부담이 늘어날 것이라는 우려를 반영해 교과용 지도서에 ‘교과서에 표기된 한자를 암기하거나 평가하지 않도록 한다’는 내용을 실기로 했다.

2년 전 한글교과서 장례식을 치르는 장면이 TV방송에 방영된 적이 있다.
당시 교육부가 2018년부터 초등학교 3~6학년 교과서에 한자병기를 하겠다고 발표하자, 한글문화연대 등 한글관련단체가 모인 초등교과서 한자병기반대 국민운동본부가 서울도심에서 한글교과서의 장례식을 치른 것이다.

이들 단체들은 “교육부는 일본식 한자혼용 주장자들의 말만 듣고 그것도 광복 70주년에 한자병기정책을 추진하고 있다”며 “신문과 대학논문도 한글로만 쓰는 세상에 어처구니없는 일이 일어났다”고 지적했다.

초등학교 교과서에 한자를 나란히 쓰자는데 반대하는 단체의 주장도 일리가 있다고 본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1300년 전에 중국에서 한자를 들여와 써와 영어와 함께 한자역시 우리말에 많은 영향을 끼쳐오고 있다.

일부 한자라도 알아야 우리말 뜻을 깊이 알 수 있고, 이해하는데 큰 도움이 되는 게 우리의 현주소다.

박경미 홍익대 교수는 “교과서에 한자를 병기할 때는 읽는 속도가 느려질 수 있다는 것은 일정부분 사실”이라며 “가독성을 떨어뜨리지 않으려면 한자를 교과서본문이 아니라 보조단에 적어주면 된다”고 최근 한 신문에 기고했다.

박 교수는 “각 교과의 지식을 함축해 담아낸 용어는 학습의 출발점이자 종착점이 된다”면서 “한자병기가 한자교육을 위해서가 아니라 지식습득의 효율성을 높이는 차원에서라면 한글전용과 한자병기 사이에서 적절한 타협점이 되지 않을까 싶다”고 조언했다.

안재철 한국언어문화정상화추진회 공동대표는 문화일보와 인터뷰를 통해 “국어의 약 70%룰 구성하는 한자의 병기가 이뤄져야 국어도 살아날 수 있다”며 “중·고교에서 한자를 배울 수 있다고 하지만, 선택과목이기 때문에 배우지 않고 졸업할 수 있고, 이 경우 국어어휘를 이해는 데 어려움을 겪을 것”라고 말했다.

교육부는 이번 결정을 지나치게 확대해석할 필요가 없다는 입장이다.

이미 2009 개정교육과정에서도 개념이해에 필요하다고 인정될 경우 한자를 표기할 수 있도록 규정돼있기 때문에 정부정책이 한자병행으로 전환된 것은 아니라는 해명이다. 한자교육 활성화는 최근 화두가 되고 있는 인문학적 소양을 제고하기 위한 국가 사회적 요구사항이기도 하다.

해묵은 어문논쟁이 다시 가열되고 있다고 하는 층도 없지 않지만, 한글전용에 따른 뜻을 명확히 하기 위해선 일부한자라도 알아야만 이해력이 빨라질 수 있을 것이다.

필자는 주요교과 학습용어에 한자를 병기해 초등학생들이 언어이해능력을 높이는 방편으로 활용하고, 학교시험의 평가내용으로 다루지 않기에 300자이내의 한자병기를 환영하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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