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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돈이란 과연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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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돈이란 과연 무엇일까?
  • 최재혁 지방부 부국장 정선담당
  • 승인 2017.12.14 13:5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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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이란 무엇인가'라는 책을 쓴 일본 파이낸셜 아카데미 그룹 대표 이즈미 마사토는 ‘돈은 신용을 가시화한 것'이라고 정의했다. 그렇다면 신용이란 무엇인가. 금융 세계에서는 ‘돈을 갚는 힘' 즉 지불 능력을 신용으로 부른다. 자산이나 수입이 높으면 경제적 신용은 높아진다. 더불어 내 수입은 나의 신용을 수치화한 것이다.
 
내가 오늘 지킨 약속이 작은 신용이 되고 그 신용이 미래에서 본 과거로 쌓여 커다란 인간적 신용이 되는 식이다. 작업 기일을 지킨다, 말한 것은 행동으로 옮긴다, 대체로 좋은 결과를 낸다 등등으로 쌓인 신용에는 엄청난 파워가 있다. 신용이 있으면 경력을 높이기 쉽고 신용이 있으면 신용이 좋은 동료들이 다가온다. 신용이 좋은 친구들과 가까이하면 믿을만한 좋은 기회가 많이 열린다. 이것이 신용 경제의 본질이다.
 
100년쯤 전엔 네덜란드에서 튤립을 놓고 역대급 투기 바람이 불었다. 화가 얀 브리헐 2세는 튤립 광기를 그림으로 남겼다. 화면엔 원숭이들이 가득다. 그중 한 원숭이는 똥값이 된 튤립에 오줌을 누고 있다. 법정에 끌려오는 원숭이, 손수건으로 눈물을 훔치는 원숭이도 있다. 저 멀리에선 원숭이 장례식이 한창이다. 브리헐 2세가 사람 대신 원숭이를 소재로 삼은 것은 의미심장하다.

왜 튤립 투기가 나왔을까. 학자들은 두 가지 이유를 든다. 먼저 희귀성이다. 튤립 중에서도 색이 섞인 줄무늬 모양을 최상급으로 쳤다. 알뿌리가 바이러스에 감염된 튤립에서 이런 모양이 나왔다. 그런데 바이러스에 걸린 튤립은 쉽게 번식을 못했다. 당연히 품귀를 빚었고, 부르는 게 값이었다. 흰 바탕에 진홍색 줄무늬가 새겨진 튤립엔 '셈페르 아우구스투스', 곧 영원한 황제라는 별명이 붙었다. 또 하나는 신종 금융기법이다. 당시 암스테르담은 국제금융센터 역할을 했다. 새로 등장한 선물.옵션 거래에 매혹된 투자자들은 앞뒤 안 재고 튤립 거래에 뛰어들었다.

올 들어 가상화폐 비트코인 열풍이 무섭다. 값은 1만달러를 훌쩍 넘어섰고, 수천달러 널뛰기는 예사다. 비트코인을 보면서 남해 버블이나 튤립 광풍을 떠올리는 것은 자연스럽다. 비트코인 채굴량은 갈수록 줄 수밖에 없는 구조다. 마치 바이러스에 걸려 번식을 못한 튤립과 비슷하다. 금융위기를 파헤친 찰스 킨들버거 교수(전 MIT대)는 "맨 뒷사람이 개한테 물린다"고 경고한다('광기, 패닉, 붕괴-금융위기의 역사'). 재수 없이 물리기 전에 재주껏 도망치라는 얘기다.

반대로 "이번엔 다르다"고 말하는 이들도 있다. 미국 시카고상품거래소(CME)는 곧 비트코인 선물을 상장한다. 비트코인을 금.원유 같은 제도권 상품으로 취급한다는 뜻이다. CME는 세계에서 가장 큰 파생상품 거래소다. 그만큼 파장이 크다. 아니나 다를까, 뉴욕 나스닥도 비트코인 선물을 취급할 움직임을 보인다. 일본에선 변호사 이시즈미 간지가 쓴 '비트코인이 금화가 된다'라는 책이 베스트셀러다. 이시즈미는 "비트코인이 투기 상품에 불과하다는 생각은 완전한 오판"이라고 단언한다. 국내 서점 가판대에는 비트코인 투자로 돈을 번 이들의 실전투자서가 즐비하다.

바야흐로 암호화폐 열풍이 불고 있다. 비트인이라는 가상화폐에 투자하겠다는 광풍(狂風)이다. 이 바람은 유독 우리나라에서 더 거세다. 전 세계 비트코인 거래의 20% 정도가 원화로 결제되는데 그것도 국제 시세보다 20% 정도 높게 거래된다고 한다.
 
누구도 보증하지 않고 책임지는 이도 없는데 가격은 급등락을 거듭하고 있다. 올해 초 한 개 100만원 선이었던 비트코인 가격은 최근 2천400만원을 넘었다가 1천400만원대로 추락했다. 옙섬 주민들이 바다에 빠진 돌 화폐를 만지거나 볼 수 없는 데도 부잣집이 돌 화폐를 갖고 있다고 믿는 것과 마찬가지 현상이다.

경제학자들은 가상화폐 시장을 `위험한 도박판`이라 말한다. 비트코인 열풍이 황금알을 낳는 거위라는 믿음에서 시작된 일종의 집단환각이란 얘기다. 인플레이션 폐해를 알면서도 돈을 찍어내는 것을 알코올 중독에 빗대기도 한다.

`돈이란 무엇인가`를 쓴 일본 파이낸셜 아카데미그룹 대표 이즈미 마사토는 “돈은 신용을 가시화한 것”이라고 정의했다. 돈(money)과 화폐(currency)의 차이를 분명히 해야 한다는 뜻이다.
 
사태가 심각해지자 정부는 비트코인 투기를 규제하겠단 입장을 밝혔다. 이낙연 국무총리는 지난달 28일 “청년이나 학생들이 가상 통화에 뛰어든다거나 마약 거래 같은 범죄나 다단계 같은 사기 범죄에 이용되는 경우도 있다”면서 “이대로 놔두면 심각한 왜곡 현상이나 병리 현상이 벌어질 것 같은 느낌이 든다”고 말했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화폐를 대하는 신(新) 풍조를 외면만 하는 것도 옳지 않다. 다만 이것으로 떼돈을 벌겠다는 도박적 풍조와 범죄 이용에 관한 대책이 필요한 시점이다. 막무가내식 규제가 먹히지 않는 시대다.

현재 속도로는 비트코인에 대한 `믿음`을 허물기 어렵다. 정부는 하루빨리 비트코인 시장의 거품과 투기 열기를 빼고 비트코인 거래를 정상화할 방안을 찾아야 한다.

비트코인을 향한 믿음이 왜 허상인지부터 알려야 한다. 미성년자 거래는 금지하고, 본인 확인 절차도 강화해야 한다. 헛된 투기 열망을 올바른 투자 심리로 이끌만한 더 좋은 투자처도 알릴 때다. 믿음을 쌓는 것도, 허상을 허무는 일도 하루아침에 되지 않는다.
 
누구 말이 옳을까. 글쎄다. 두고 보는 수밖에. 나 같은 새가슴은 비트코인에 손댈 엄두가 안 난다. 누가 몇 달 만에 몇 억을 벌었다는 얘기는 꼭 아라비안나이트 이야기를 듣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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