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매일신문
지면보기
 표지이미지
지방시대
지면보기
 표지이미지
설상가상
상태바
설상가상
  • 최승필 지방부국장
  • 승인 2017.02.08 14:2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요즘 ‘엎친 데 덮친 격’이라는 속담이 딱 들어맞는 위기에 위기를 몰고 오는 형국이다.

 

소강 국면에 접어들었던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 의심 신고가 13일 만인 지난 6일 전북 김제시 소재 산란계 농장에서 접수된 가운데 구제역까지 발생했기 때문이다.

 

이처럼 AI와 구제역 등 겨울철 가축 전염병이 확산하면서 피해액은 눈덩이처럼 불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 등에 따르면 지난 2011년부터 2015년 초까지 소와 돼지, 닭, 오리 등 가축 살처분 보상금으로, 피해농가에 지급한 예산만 1조8500억 원이 넘는다.

 

이 중 AI와 구제역이 동시에 발생한 2011년의 살처분 보상금은 1조632억 원에 달한다.

 

2010년 11∼2011년 4월 당시 소와 돼지 등 가축 347만여 마리를 도살 처분하는 과정에서 살처분 보상금과 소독·방역비용, 농가 생계안정자금 등으로 총 2조7383억 원의 재정부담이 발생했다.

 

2010∼2011년 유행한 AI로 가금류 647만3000여 마리를 살처분했는데, 보상금으로 822억 원이 지급됐으며, 2012년, 2013년에는 가금티푸스, 결핵 등 다른 가축 질병에 따른 살처분 보상금으로 각 993억 원, 227억 원이 들었다.

 

AI는 지난 2003년 국내에서 처음 발생한 이후 2∼3년 주기로 발생하다가 2014년 이후부터는 매년 발생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중순 발생한 AI는 발생 50일 만에 전국 10개 시·도의 37개 시·군으로 확산된 가운데 지난달 초 현재 국내 전체 사육 가금류(1억6525만 마리)의 18.3%인 3033만 마리가 살처분됐다. 이는 매일 60만 마리씩 살처분 된 것으로, 역대 최단 기간 내 최악의 피해 기록이다.

 

경제적 피해는 정부가 추산한 살처분 보상금 소요액만 2300억 원을 웃돌고, 농가 생계안정 자금과 육류·육가공업, 음식업 등 연관 산업에 미치는 간접적인 기회손실 비용까지 모두 합치면 피해 규모가 1조원에 육박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이처럼 역대 최악의 피해를 기록한 AI의 충격에서 채 벗어나기도 전에 지난 5일 충북 보은에 이어 7일 전북 정읍에서 구제역이 발생, 또 다른 축산재앙의 공포가 시작됐다.

 

정부의 허술한 방역체계와 농가의 소홀한 대처가 구제역 확산의 원인이 되고 있다는 점에서 국민 불안은 더욱 가중되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가 전북 정읍에서 발생 농가의 소 20마리를 검사했더니 고작 1마리만 항체가 형성돼 있어 항체 형성률이 5%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농가에서 사육 중이던 젖소 49마리는 도살·매몰됐다.

 

앞서, 올 처음 구제역이 발생한 충북 보은 농장 젖소들의 바이러스 항체 형성률도 20%에 불과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대해 농식품부는 해당 농가에서 백신접종을 소홀히 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하고 있지만 농가에서는 정상적인 백신접종을 실시했다고 주장하는 등 백신 접종을 놓고 정부와 축산농가 간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

 

또, 지난 2014년, 2015년 구제역 파동 발생 당시 백신이 제 효과를 내지 못해 불거졌던 ‘물백신’ 논란도 재연될 조짐도 보이고 있다.

 

이처럼 구제역 백신 접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을 뿐 아니라 항체 형성률을 점검하는 정부 표본 조사도 엉망으로 드러나면서 정부의 허술한 방역체계에 대한 비난을 피할 수 없게 됐다.표본 수 자체가 적을 뿐 아니라 정부가 조사 결과만 믿고 안이하게 대처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정부가 소의 구제역 바이러스 항체 형성률은 97.5%로 발효했으나 이는 지난해 소 사육 농가 9000 곳에서 2만8000마리만을 골라 조사했다고 한다. 전체 농가의 9% 정도로, 마릿수로는 1%에도 못 미친다.

 

그나마 현장에서 검사를 더 했기 때문에 이 정도였고, 원래 방역 지침은 고작 0.3%에 그쳤다는 것이다.

 

마조(馬祖) 도일선사(道一禪師)의 법사 중에 대양화상(大陽和尙)이라는 스님이 있었다. 당시 이(伊)선사라는 중이 대양선사에게 인사하러 온 적이 있었는데, 대양선사는 이 선자에게 “그대는 앞만 볼 줄 알고 뒤를 돌아볼 줄은 모르는구나”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이 선사는 “눈 위에 다시 서리를 더하는 말씀입니다(雪上加霜)”라고 답하자 대양선사는 “피차 마땅치 못 하도다”라고 말했다고 한다.

 

‘설상가상’은 내린 눈 위에 다시 서리가 내려 쌓인다는 뜻으로, 어려운 일이 거듭해 일어남을 비유한 한자 성어다.

흔히 ‘엎친 데 덮친 격’, ‘눈 위에 서리 친다’ 등으로 풀어 쓰며, 계속해서 좋지 않은 일이 일어날 때 많이 쓰는 표현이다.

 

또, 앞문의 호랑이를 막으니 뒷문에서 승냥이가 들어온다는 ‘전호후랑(前虎後狼)’이라는 성어도 있다. 하나의 재난을 피하자 또 다른 재난이 나타난다는 것을 비유하는 말이다.

 

국내에서 발생한 AI는 초동대처의 실패로 사상 최대 피해를 낳았으며, 이어 발생한 구제역은 엉터리 표본 조사만 믿고 현장을 외면하다가 구멍이 뚫린 셈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