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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51] ‘제2의 노무현 돌풍’은 가능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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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51] ‘제2의 노무현 돌풍’은 가능할 것인가
  • 서길원 호남취재본부장
  • 승인 2017.02.15 14: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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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길원 大記者 세상읽기]

-‘문재인은 밀어주면 될 것 같은데 그러기에는 마음이 내키지 않고, 안철수는 밀어주고는 싶은데 가능성이 없을 것 같은’ 딜레마가 호남의 고민이다. 이런 고민을 최근 안희정지사가 급속히 파고들고 있다. -

 

야권 대선주자들의 ‘호남 대전’이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다. 탄핵정국을 맞아 정권교체의 가능성이 어느 때 보다 높아지고 있어 더욱 그렇다. 야권의 본거지인 ‘호남 승리’는 청와대 행 티켓이 될 수도 있다. 호남민심을 잡기 위해 야권의 모든 후보들이 사활을 걸 수밖에 없는 이유다.

여기에는 과거 ‘노무현 돌풍’의 학습효과도 작용하고 있다. 당시 ‘이인제 대세론’에 가려 모든 정치권에서 ‘가능성 제로’로 여겼던 후보가 노무현이었다. 노무현 자신도 대선승자가 되리라고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 하지만 노무현 후보는 광주의 승리를 기반으로 판세를 뒤엎었다. 그리고 대통령에 당선됐다. 야권에게 노무현 신화는 과거형이 아니라 여전히 미래형이다.

만약 여야간 정권교체가 이뤄진다면 ‘호남의 지지를 얻는 자가 대통령에 당선 된다’는 가정은 가정이 아니라 확실한 변수가 될 수 있다.

호남은 역대 대선에서 전략적 투표를 해왔다. 이길 수 있는 후보, 정권교체를 할 수 있는 후보에게 몰아주는 투표는 매번 나타났다. 이번 대선에서도 예외는 아닐 것이다.

하지만 정권교체의 키를 쥐고 있다시피 한 호남은 아직 탐색중이다. ‘누굴 내세워야 정권교체가 이뤄질 것인가’하는 숙제를 하느라 바쁘다.

그 중에 현재로서는 10%를 넘는 지지율을 보이고 있는 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와 안희정 충남도지사, 국민의당 안철수 의원 등을 놓고 목하 고민중이다.

대세를 형성하고 있는 문재인에 대해서는 적극적 지지 못지않게 그만큼의 비판이 여전히 상존하고 있다. 비판의 핵심은 ‘내놓고 지지하기에는 불편하다’는 쯤으로 정리할 수 있다.

불편함은 그가 갖고 있는 사상이다. 보수언론이나 여권에서 바라보는 좌편향의 사상이 아니다. 그의 근저에 깔려있는 호남에 대한 생각을 말한다. 그가 ‘호남’을 하루가 멀다 하고 찾고 있지만 진정성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 선거가 끝나면 ‘내가 언제 그랬느냐’며 호남을 무시할 것이라는 의구심을 떨구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그는 억울할 지도 모르나 그의 과거 행보는 이러한 의구심을 갖게 하기에 충분했다.

호남인은 박정희정권 이래 ‘호남 차별’이라는 설움을 피부로 느끼며 살아가고 있다. 그 설움이 차별의 대물림에 이르러 유전자처럼 뼈에 새겨져 있을 정도다. 지금껏 그런 한을 읽는데 실패했기 때문에 그에게 열렸던 호남인들의 마음이 다시 열리는데 불편함을 느끼고 있는 것이다.

안철수는 ‘새누리당은 싫고, 그렇다고 민주당도 아닌’ 호남의 정서를 비집고 들어가 성공한 정치인이기도 하다. 지난번 총선에서 호남인들이 그가 이끄는 신생 정당인 국민의당에 몰표를 준 이유는 민주당에 대한 불편함의 표시였다.

때문에 아직 안철수를 바라보는 호남인의 시선에는 여전히 애정이 남아 있는 것은 사실이다. 다만 그 애정이 애정에 머무를 뿐 표로는 쉽게 이어지지 않는 ‘짠한 애정’이라는데 문제가 있다.

그와 그가 속한 국민의당이 지난 총선이후 보여준 정치행보는 그를 지지한 호남인들에게 큰 영향을 주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는 무엇인가 부족한, 역량에 대한 의문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그에게 약이 되었던 호남의 전략적 투표 행태는 어쩌면 이제 그에게 독이 되고 있는지도 모른다.

다시말해 ‘문재인은 밀어면 될 것 같은데 그러기에는 마음이 내키지 않고, 안철수는 밀어주고는 싶은데 가능성이 없을 것 같은’ 딜레마가 호남의 고민이다.

이런 고민을 최근 안희정지사가 급속히 파고들고 있다. ‘문재인과 안철수 말고 누구 없나’하고 찾고 있던 호남의 민심이 안 지사에 관심을 보인 것이다.

지난 10일 한국갤럽이 발표한 대선 후보지지도 조사에서 안 지사는 전국적으로 19%를 얻었다. 반면 문 의원은 29%를 기록했다. 전주에 비해 안 지사는 9%가 상승하고 문 전 대표는 3%가 하락했다.

주목할 점은 호남민심의 흐름이다. 안 지사는 호남에서 20%의 지지율을 기록했다. 지난 2월 첫째 주 조사에서 9%에 불과했던 지지율이 일주일 새 두 배 넘게 폭등했다. 반면 문 전 대표의 지지율은 지난 주 41%에서 30%로 폭락했다.

안 지사의 바람이 제2의 노무현 돌풍이 될 것인가는 호남 민심에 달려있다. 그 호남민심이 안 지사에게서 어떤 가능성을 찾으려 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다만 진영 논리에서 벗어나려는 그의 개인적 행보에도 불구하고 ‘노사모’나 ‘노빠’ 등의 배타적 집단 이미지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 흠이기도 하다.

이래저래 대선정국으로 가는 기점에서 호남대전은 뜨거워질 수밖에 없다.

 

[전국매일신문] 서길원 호남취재본부장
sgw@jeonm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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