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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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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권
  • 최재혁 지방부 부국장 정선담당
  • 승인 2017.02.23 1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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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주의의 역사는 선거권 확대의 과정이었다. '뇌가 작은 흑인은 정치적 사안을 제대로 이해할 수 없다'는 터무니없는 논리로 흑인의 참정권과 인권을 제했던 적도 있었다. 오늘날 우리사회에는 '18세 청소년에게 참정권은 입시 준비와 학업이라는 학생의 의무에 반하는 것'이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다. 선거권으로 본다면 우리나라는 정치 후진국, 민주주의 후진국이다.

최근 선거권 연령을 만 18세로 확대하자는 논의가 활발하다. 지난해 8월 중앙선관위도 선거권 연령 18세 확대를 제안했다. 중앙선관위는 "정치 사회의 민주화와 교육수준의 향상, 인터넷 등 다양한 대중매체를 이용한 정보교류가 활발해진 사회 환경으로 인해, 18세에 도달한 국민은 이미 독자적 신념과 정치적 판단에 기초해 선거권을 행사할 수 있는 능력과 소양을 갖추고 있다"라고 했다.

선거연령을 현행 만 19세에서 18세로 낮추는 방안을 놓고 정치권의 갑론을박이 격하다. 선거연령이 낮을수록 야당 지지성향이 강하다는 점에서 야권은 이를 즉각 수용하자는 입장인 반면, 여권은 반대하고 있다. 국민들 사이에서도 이에 대한 찬반의견이 팽팽해 당장 올해 대선에 적용할 수 있을 지는 미지수다.

선거 연령 확대는 세계적인 추세다. 전세계 232개국 중 215개국이 16~18세 이상을 선거권 부여 기준으로 삼고 있다. 경제협력기구(OECD) 35개 회원국 가운데 선거권 부여 기준이 19세 이상인 나라는 대한민국뿐이다. 일본도 젊은 세대의 목소리를 반영하기 위해 2015년 선거 연령을 18세로 확대했다.

선거연령을 낮추자는 취지는 참정권 확대다. 또 OECD 국가 중 한국만 만 19세 이상에게 선거권을 주고 있다는 점에서 세계적 추세에 뒤쳐진다는 문제의식도 작용했다.

중앙선관위에 따르면 OECD 34개국 중 32개국이 18세 선거권을 부여하고 있다. 오스트리아에는 16세부터 투표권이 있다. 독일과 뉴질랜드, 스위스 일부 주에서도 선거권 연령이 16세다. 단순 나이 비교로는 한국의 선거연령이 뒤쳐진 게 맞다.하지만 만 18세에 고등학교 졸업 여부를 비교하면 한국의 19세 선거권이 합리적이란 분석도 있다.

현재 한국은 ‘6-3-3-4’학제를 택하고 있다. 만 18세엔 고등학교 3학년에 재학 중인 경우가 절대 다수다.반면, 18세 선거권을 시행 중인 호주나 프랑스의 경우 해당 나이엔 이미 고등학교를 졸업한 상태다. 이 문제가 국내에서 핫 이슈가 되고 있는 것은 당장 올해 대선정국과 맞물려 있기 때문이다.만 18세 이상으로 선거연령을 확대할 경우 1999년생 약 61만명에게 투표권이 부여된다.

통상 젊은 층에선 야당 성향을 보이는 이들이 많다는 게 중론이다. 이들의 표심이 대한민국의 운명을 바꿀 수 있다는 점에서 정치권의 셈법이 복잡하다.역대 대선의 경우를 보자. 2002년 대선 당시 노무현·이회창 후보 간 표차는 57만980표였고, 1997년 대선 때 김대중·이회창 후보 간 표차는 39만557표에 불과했다. 박정희·윤보선 후보가 맞붙은 5대 대선에선 15만6026표 차이로 역대 대선 최소 표차를 기록키도 했다.

후보 간 경쟁이 박빙으로 흐를 수록 60여만 표의 힘은 막강할 것이다.그런 의미에서 정치권은 이 제도 도입 여부를 놓고 사활을 걸고 있고 국민들 사이에서도 찬반논쟁이 뜨겁다. 선거권은 선거에 참여하여 투표할 수 있는 권리를 말하는 것으로, 우리나라는 지난 48년 정부수립 당시 21세로 시작돼 지난 60년 민주당 정권이 들어서면서 민법상 성인 기준을 만 20세로 낮췄다. 이후 2005년 6월 선거법 개정으로 선거권 연령이 만 19세로 하향 조정됐다.

이 선거권 연령이 대선을 앞두고 뜨거운 감자로 급부상하고 있다. 만 19세에서 18세로 선거권을 하향 조정하는 법안을 두고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이 ‘개혁입법’으로 분류해 처리를 요구했지만 자유한국당이 부정적 입장을 밝혀 난항을 거듭해왔다. 하지만 바른정당이 18세 선거권에 찬성입장을 밝힘에 따라 이달 임시국회에서 급물살을 탈지 주목된다.

18세 선거권은 세계적인 추세이기도 하지만 OECD 34개국 중에서 한국만이 유일하게 18세 선거권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만 18세는 고3 수험생으로, 불완전한 존재라는 이유를 들고 있지만 각 당의 이해득실 때문에 개정을 미뤄온 것 아니냐는 관측이 우세하다.

대한민국의 18세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민법, 병역법, 공무원임용시험령에 의해 결혼도 가능하고, 군대도 갈 수 있으며, 공무원이 될 수도 있다. 보육원에 있던 청소년은 퇴소해 의식주는 물론 정치, 경제, 교육의 모든 문제를 스스로 해결하며 자립해야하는 나이다. 그런데 선거권만 없다. 공무원이 돼 공무를 수행할 수 있다면, 선거가 갖는 법적 정치적 의미와 후보자를 선택할 수 있는 판단 능력도 갖추었다고 봐야 할 것이다.

법률이 현실을 따라가지 못한다면 개정해야 한다. 선거법도 마찬가지다. 선거권 연령 인하는 민주주의 확대발전과 미래를 이끌어갈 청소년의 국가에 대한 책임의식을 높이는 측면에서 검토해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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