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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괴물'이 된 가상화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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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괴물'이 된 가상화폐
  • 최재혁 지방부 부국장 정선담당
  • 승인 2018.01.18 13: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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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화폐 규제를 둘러싼 논란이 대한민국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가상화폐시장을 거대한 투전판으로 매도하면서 투기를 뿌리 뽑겠다는 정부와 한풀이라도 하듯 이 시장에서만은 목돈을 벌어 보겠다는 투자자들이 첨예하게 맞서는 형국이다. 가상화폐 투자가 적절한 것인지, 여기에 규제를 가하는 게 타당한 것인지를 놓고 갑론을박도 뜨겁다.

가상화폐 광풍이 거세다. 지난해 11월 말 기축통화격인 비트코인 1개당 가격이 2500만원까지 올라 역대 최고치를 달성했다. 9월 말 430만원대였던 것에 비해 약 6배 이상 오른 것으로, 1년 기준으로 따졌을 때에는 약 25배나 폭등했다. 정점을 찍었던 비트코인은 열흘도 채 안 된 12월 초 1400만원대로 주저앉았다. 하지만 올 초 다시 급등세가 연출되면서 2900만원 가까이 올라 역대 최고치를 경신하는 등 롤러코스터를 타고 있다.
 
암호 화폐의 투자 열풍에 사회적 논란이 되자 정부의 각 부처가 앞 다투어 규제 의도를 분명하는 과정에 많은 혼란을 초래하고 있다. "가상화폐 거래소의 거래를 금지하는 법안을 준비 중이다"라는 박상기 법무부장관의 발표는 가격이 폭락하고 투자자가 몰려서 거래소 시스템이 마비되는 사태를 만들었다. 비트코인은 돌덩이라며 폭락에 내기를 걸어도 좋다는 최종구 금융위원장 조심성없는 발언과 또한 부처간 협의된 사항이라고 규제 지지에 열을 올렸지만 이에 분노한 투자자들이 청와대 청원자수가 17만을 넘는 것으로 나서자 "가상화폐 거래소 폐쇄는 정부차원에서 조율된 입장이 아니다"고 청와대가 발을 빼며 시장의 혼란은 계속되고 있다.
 
우리나라는 위험한 투자가 사고가 나면 그 투자의 책임을 정부에게 떠 넘기려는 후진적 경험을 종종 갖고 있다. 환 위험을 대비하기 위한 키코가 환 투기의 대상이 되어 은행의 불완전 판매여부는 오랜 법정 시비가 되었고, 위험한 후순위 채권에 노후자금을 투자했던 투자자들이 동양증권의 부도 당시 정부의 관리감독 소홀을 이유로 배상을 요구하는 사태로 사회적 문제로 발전했었다. 일부는 현재의 비트코인을 정치적 의혹으로 번졌던 오락을 가장한 사행성 도박 바다이야기와 비교하기도 한다.
 
하지만 가상화폐의 투자는 우리나라만이 아니라 미국에서 서시히 시작해서, 일본을 거쳐, 한국에서 투자열풍이 옮겨 다니는 글로벌 현상이다. 특히 우리나라는 가상화페의 원조라고 할 수 있는 온라인 게임머니와 아이템의 거래소가 발달해서 지금의 2030세대는 아주 어릴 때부터 가상 화폐에 친숙하고, 그 때도 지금의 채굴과 유사한 게임머니를 벌어서 현금화하는 소위 작업장들이 우후죽순처럼 활동했던 경험을 갖고 있다. 잘 발달한 PC방과 채굴업자들에 의한 채굴로 판매할 가상화폐가 많이 생성되는것도 우리나라에서 거래가 활발한 이유가 되고 있다. 이렇듯 우리나라는 가상화폐의 경제에 익숙한 세대를 지난 20년간 양성해 오고 있었기에 그 세대들은 매우 익숙하게 이 현상을 받아들이고 있다.
 
문제는 가상화폐가 빌 게이츠의 찬사처럼 '돈의 혁명'으로 진화할 것인지는 우리의 정책당국자들의 확신처럼 돌덩이일 뿐인 사기로 조만간 폭락할 것인지는 누구도 단정하기 어렵다. 다만 기술적 혁신은 한번의 시도로 성공하지 못하고 반복된 실패를 딛고 요소기술이 성숙되면 대중화에 성공하 경향이 있다. 스마트폰이 세상을 바꾸기 전에도 PDA 폰과 같은 수 많은 실패한 시도가 있었던 것처럼 암호화폐가 실험과 진화를 통해 일정부분 안전하고 혁신적인 지급결제의 수단에 될 것이라는 전망은 가능하다. 그리고 많은 가상화폐를 통해 급속도로 자금을 투입되며 발전하고 있는 블록체인의 잠재성에 대해 의심을 하지 않고 있다. 가상화폐의 금지는 결국 우리나라에서 블록체인 혁신이 빗겨갈 가능성이 크다. 이런 이유로 선진국의 그 어느 공무원도 우리나라의 법무장관이나 금융위원장과 같은 극단적 확신을 이야기하지 않고 기존 금융 제도권안으로 규제를 제도화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고위관리들이 다른 나라의 관리들에 비해 기술적 식견이 탁월하다는 어떠한 증거도 없다.
 
문제는 이러한 기술의 전망의 불확실성 이전에 이번 사태를 초래한 정책당국자들의 시장에 대한 태도와 정부의 역할이 전근대적이고 권위적이라는 점에 있다. 암호화폐도 개인자산이고 그 것을 불법화할 수 있는 명시적인 법도 존재하지 않는다. 거래소 폐쇄나 징세의 법적 근거도 매우 희박하다. 그런데 국회나 수백만의 투자자의 이해나 의견 수렴의 과정도 없이 소수의 관료들이 밀실 회의 한번 하면 개인의 경제적 자유와 재산권을 불법화할 수 있다는 발상을 갖고 있다는 것이 이번 사태의 핵심이다. 법무부 장관은 법을 집행하는 사람이지 행정부가 없는 법으로 시장을 협박하는 것이 정상은 아니다. 금융감독 위원회도 금융감독의 체계 내에서 관리할 의무를 넘어 입법이 전제되고 사법적 시비의 대상의 최종 결정권자를 자임하는 것은 결국 삼권분립의 체제 자체를 부정하는 것이다.
 
이번 정부들어 권위적이고 무소불위의 권력 과시가 잦고 이런 자의적이며 남용적인 권한해석에 의한 시장개입과 관치의 확대가 계속되는 가운데 이번 암호화폐 규제 혼란은 오만한 권력의 자세가 빚은 참사라고 볼 수 있다. 이런 빅브라더를 자임하는 권위적이고 절제되지 권력 과시형 정부 아래서는 4차산업혁명도 혁신성장도 숨쉴 곳이 없다.
 
얼마 전 한 방송에서는 280억원을 번 23세 청년 등 인터넷에 떠도는 비트코인 대박 신화 소문의 주인공이 소개됐다. 이 청년은 가상화폐 시작 당시 8만원의 초기 자금을 투자해 280억원을 채굴했다. 인터뷰를 진행하는 2시간 동안만 약 30억원이 늘어났다면서 2000만원을 현금화하는 모습을 제작진에게 보여주기도 했다. 이들을 보면서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는 ‘코인 우울증’을 호소하는 사람도 늘고 있다.

가상화폐 과열과 부작용이 표면화되자 정부는 실명제 도입, 신규자금 차단 등 각종 규제책을 내놓지만 한 번 달아오른 투기 열기는 좀처럼 식을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다. 급기야 지난 11일 박상기 법무부 장관이 가상화폐 거래소 폐지 방침을 밝히면서 주요 가상화폐 시세가 30% 이상 폭락해 애꿎은 투자자들은 패닉에 빠지기도 했다. 이에 젊은층을 중심으로 거래소 폐쇄를 반대한다는 청와대 국민 청원이 쇄도하고 있다.

벌어진 일은 어쩔 수 없고 중요한 것은 지금부터다. 한 가상화폐 거래소 이용자 중 20, 30대가 약 60%를 차지하고 있다고 한다. 일자리 문제 등 암담한 현실과 불투명한 미래 때문에 가상화폐를 사실상 ‘흙수저의 마지막 탈출구’로 여기고 있다. 안정적인 소득 보장이 어려워진 현 세태를 반영하고 있는 셈이다. 어차피 블록체인 자체가 분산원장이고 탈중앙화, 글로벌화돼 코인 시장을 특정 국가가 규제하긴 사실상 어렵다. 가상화폐 관련 규제 초점이 극약처방보다 거래 투명성 확보와 투자자 보호에 맞춰져야 하는 이유다.
 
가상화폐를 제도권 내에 받아들이고 있는 많은 선진국들이 어떤 정책적 판단을 하고 있는지 학습만 해봐도 알 일이다. 시장 하나쯤 없애는 것이야 어려운 일이 아니겠지만 그 이후 우리가 떠안아야할 비용이 얼마나 클지 가늠해보는 신중함이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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