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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이제 올림픽의 본질로 돌아가야 할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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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이제 올림픽의 본질로 돌아가야 할 시간
  • 최재혁 지방부 부국장 정선담당
  • 승인 2018.01.25 15:1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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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현송월 삼지연관현악단장이 이끄는 북한 예술단 사전 점검단 7명이 지난 21일 강릉을 방문해 공연장을 둘러봤다.경의선 육로를 통해 들어온 현송월 일행은 대형버스 2대에 순찰차 4대 사이드카 8대의 호위를 받으며 요란하게 서울에 도착 곧장 고속철도(KTX)를 타고 강릉에 도착했다.

당초 19일날 오전 10시 오기로 통보 했다가 당일 오후 10시에 취소 했다가 다음날 방문일정을 통보 하는등 북한측 멋대로다. 그러고도 북한측은 이렇다 저렇다. 해명도 없이 방문했다. 
 

남북 관계에서 북한 당국의 안하무인 행동은 어제 오늘 일많은 아니다. 남북간 합의한 일정도 자기들 멋대로 바꾸는일이 이번 뿐만 아니라 전에도 있었던 일이다.

김대중 김정일 1차 남북정상 회담때도 하루 늦췄다. 노무현 김정일 2차 정상회담때도 2개월 일정을 연기하기도 했다. 1차때는 4만5천불을 북한에 송금 하던중 1만불이 타계좌에 입금이 잘못되어 그랬고 2차 회담때는 "준비부족과 수해복구"라는 이유라도 있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왜 연기 했는지 정부도 모른다.

그런데도 정부는 현송월 일행의 경유지마다 수백명의 경찰을 배치하고 KTX도 통채로 내주는등 국빈급 대접을 하는 상황이니 어처구니가 없다. 현송월이 평창에 오는 직분은 삼지연관연악단장이라고 하지만 북한에서의 직책은 노동당 선전선동부부장이라는 직함을 갖고있다.

그런 현송월 일행이 오는데 경호인력 1000명이 동원됐고 강릉 주민들은 환영까지 했다. 기자들이 질문 공세를 하자 철통같은 경호를 하던 국정원 관계자는 "현 단장 불편해 하시니 자꾸 질문하지 말라" 고 강력 제재까지 했다고 한다. 국정원이 무엇하는 곳인가? 간첩잡아 수사하는곳 아니던가?

이런 가운데 20일 스위스 로잔에서는 남북간 대표와 IOC 관계자와의 협의결과 남북 단일팀에는 북한선수 5~6명이 합류 할거라던 예상을 깨고 12명이 포함되며 경기마다 3명의 출전을 보장하기로 했다.

우리 선수단은 입장식때 태극기도 못들고 국적불명의 한반도 기를 들고 입장하는 것도 원통한데 아이스하키 우리선수단은 KOREA 라는 대한민국 명칭도 못쓰고 정체불명의 급조된 COREE 라는 명칭을 사용하기로 했다고 한다.

당초 10여명으로 예상 했던 북한 선수단도 22명으로 늘었다. 선수단 22명이 오는데 천지연관현악단 140명 응원단 230명 500여명에 조종련방문단 까지 북한측 700여명이 평창 올림픽에 온다고 한다. 

이런걸보고 "밥보다 고추장이 많다" 는 우리의 속담이 있다. "길을 닦아노니 문둥이가 먼저 지나간다" 는 속담도 있다. 평창올림픽을 위해 20여년이 걸렸다. 그런데 비용도 우리가 댄다면서 주객이 전도됐다. 김정은이 마음대로다. 이래서 북한의 선전선동 놀이마당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높다.

2018평창동계올림픽 개막이 얼마 남지 않았다. 북한선수단은 5개 세부종목에 선수 22명 등 총 46명으로 결정됐다. 관심을 끌고 있는 여자 아이스하키는 북한선수 12명을 엔트리에 넣되 이 중 3명이 경기에 출전하는 것으로 귀결됐다. 여야 정치권은 개막식 때 남북이 `한반도기`를 들고 공동 입장하는 것과 관련해 연일 날선 공방이다. 한국당 홍준표 대표는 “이 정부는 평창올림픽이 아니라 평양올림픽을 하고 있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민주당 추미애 대표는 이에 대해 “평화올림픽을 색깔론으로 몰고 간다”며 맹비난했다.

우리는 지금 북한의 `핵전쟁 협박`이라는 살얼음판 위에서 세계인들을 초청해 잔치를 벌여야 하는 절박한 상황에 놓여 있다. 올림픽을 망쳐서도, 북한의 음모에 놀아나서도 안 되는 형편이다. 연초 북한 김정은의 신년사에서 비롯된 딜레마는 뱉자니 달콤하고 삼키자니 쓴 고약한 왕사탕이다. 마식령스키장 합동훈련도, 금강산 전야제도 모두 우리 정부가 먼저 내놓은 걸 보면 정부가 지금 도박을 하고 있음이 자명하다. 북한의 평화공세는 국제제재의 예봉을 무디게 하고, 한미동맹을 흔들고, 핵무기와 미사일 기술 완성의 시간을 벌기 위한 것이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그런데도 이 정부는 지금 북한의 올림픽 참가에 온 밑천을 다 걸고 있다. 여자 아이스하키 남북단일팀 논란에서 드러난 가장 흥미로운 민심은 이제 우리 국민들이 더 이상 `불공정`에 대해서 인내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여론조사에서 2030세대가 단일팀 구성에 반대하는 비율이 가장 높은 현상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젊은이들은 선수들의 절망을 남의 것으로 인식하지 않음을 뚜렷이 드러내고 있다. 조금 더 큰 눈으로 바라보면 한반도기를 들고 입장하는 일 정도는 받아들일 만하다. 삼수(三修) 끝에 겨우 따낸 올림픽에 북한이 막판에 밥숟갈 얹는 것이 다소 얄밉기는 하다. 그래도 전례가 없는 것도 아니니 받아줄만 하다. 하지만 마식령스키장, 금강산 행사를 우리가 제안했다는 대목은 자존심이 좀 상한다. 

정직하게 말해서, 북한에는 `선동선전대`는 있을망정 순수한 `예술단`은 없다. 평양에서 온통 사상교육용으로만 공연하던 콘텐츠라면 더욱 그렇다. 예술단이든 응원단이든 북한의 많은 젊은이들이 대한민국의 번영된 모습을 보는 게 나쁠 이유가 없다는 견해에는 일리가 있다. 그들이 어떤 모습을 보일런지 흥미롭다.

대통령과 총리, 장관의 인식부족에 따른 말실수들이 귀에 걸린다. 선수촌으로 달려간 문재인 대통령이 `불공정·불통`에 속이 잔뜩 상한 선수들 앞에서 `역사의 명장면` 운운한 것은 마땅한 위로가 아니었다. 이낙연 국무총리가 여자 아이스하키 팀을 일러 “메달권에 있지 않다”고 한 말은 올림픽의 기본정신마저도 몰각한 실언이다. 아이스하키를 잘 모르는 도종환 문체부장관의 언급들도 부실하기는 마찬가지였다.  

이제 올림픽의 본질로 돌아가야 할 시간이다. 우리가 무진 애를 써서 만들어낸 올림픽 무대가 북한의 선동선전 굿판이 돼서는 안 된다. 까마득한 옛날, 기원전 776년 그리스에서 열린 첫 올림픽이 그랬듯이 평화를 위한 올림픽, 평화가 시작되는 올림픽이 되었으면 좋겠다. 그나저나 올림픽이 끝나면 북한은 필경 완성도 높은 미사일을 다시 쏘아댈 텐데, 그때 우리는 또 무슨 말을 내놓아야 할까 그게 벌써부터 걱정이다.

그렇기에 북한의 평화공세가 진정성이 있는 것인지, 일시적 전술인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 남북한 단일팀은 민족화해의 상징일 수 있다. 또한 한반도 기를 들고 입장하는 것도 의미있는 화해의 장 일 수도 있다. 과거에도 있었기에 또 한다고 이상할 것도 없다. 그러나 지금은 핵무기의 끊임없는 개발로 세계 안전을 위협하는 북한과 상대하는 순간이다. 과거와는 다른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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