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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제천 스포츠센터, 밀양 세종병원 화재 참사를 보며 같은 비극 다시는 없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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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제천 스포츠센터, 밀양 세종병원 화재 참사를 보며 같은 비극 다시는 없어야!
  • 최재혁 지방부 부국장 정선담당
  • 승인 2018.02.01 13: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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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대형 화재 참사가 터졌다. 지난달 26일 밀양 세종병원에서 화재 참사가 발생했다. 병원에서 발생한 화재이다 보니 거동이 불편한 환자들을 덮쳐 사망자가 많이 발생했고, 부상자 역시 150여명이 넘는 대형 사고로 번졌다. 더우기 해당 병원은 요양병원까지 붙어 있던 건물이라 자칫 더 많은 인명피해가 발생할 뻔 했다. 잊을만 하면 터져 나오는 대형 사건, 사고는 대한민국에서는 어쩔 수 없는 현상인가?

1993년 7월 26일 아시아나 항공이 추락하여 66명이 사망한 사고, 1993년 10월 10일 서해 훼리 여객선 침몰 사고로 292명사망한 사고, 1994년 성수 대교 붕괴 사건으로 49명 사망 사고, 1995년 삼풍 백화점 붕괴 사고로 1천여명 사망 사고, 2003년 대구 지하철 사고로 192명 사망 사고에 이어 얼마 전 세월호 사고에 이은 제천 스포츠센터와 밀양 세종병원 화재 사건은 국민들을 절망으로 몰아 가기에 충분했다.

‘소방출동로는 생명로’라는 말이 있다. 그만큼 화재 등 각종 재난상황 발생 시 소방출동로 확보는 생명과 직결된다는 뜻이다. 소방서에서는 소방출동로 확보를 위해 지속적인 캠페인과 홍보를 실시하고 있지만, 운전자들의 양보의식 부족과 불법 주·정차 차량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화재의 패턴 및 다양한 화재 사건을 분석한 결과를 보면 화재발생 5분 이내에 현장에 도착하는 것이 초기진화에 가장 효과적이고, 이와 마찬가지로 응급환자 발생 시에도 현장에서 4∼6분 이내에 초기응급처치를 실시해야 소생률을 높일 수 있다.
 
이번 제천 화재 사건의 가장 큰 이유는 소방차로 불법 주차와 비상구 물건 적치라고 할 수 있다. 일본을 처음 가본 사람은 불법주차가 없어서 도로가 깨끗함이 사뭇 우리와 다르게 느낀다. 일본도 불과 30년 전만 해도 우리처럼 불법주차 천국으로 소방차와 구급차가 진입이 어려워 큰 골치였다. 일본의 불법주차가 없는 이유는 주차라 함은 무료가 아닌 유료라는 인식이 자리 잡았기 때문이다.

일본은 불법주차 과태료가 우리나라의 5배 수준이다. 그렇기 때문에 시민들은 불법 주차를 엄두도 내지 못한다. 일본의 불법주차가 없는 이유로는 엄격한 처벌도 영향이 크다. 우리의 불법주차는 벌점 없이 과태료 4만원이나 일본은 최대 20만원 과태료에 벌점도 있다. 일본은 아무리 급해도 불법주차는 할 수 없다.

제천 스포츠센터에서 발생한 화재를 생생히 기억할 것이다. ‘소방차를 가로막는 불법 주차, 막혀 있는 비상구’는 대형 화재 참사에서 빠지지 않는 주범으로 지탄받아 왔지만, 피눈물 나는 절통한 사건들은 반복적으로 우리 주변을 강타한다. 사실 화재가 발생하면 소방차 진입이 어려운 곳이 단지 이곳만의 일일까? 비좁은 도로에 양쪽에 꽉 들어찬 주차차량으로 인해 대형소방차 진입이 어려움을 겪는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며 전국적인 현상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국인의 집단 망각증 때문일까, 제도적 장치의 미비 탓일까. 일본의 차고 증명제는 불법 주차를 근본적으로 막는 제도적 장치다. 주차장이 확보되지 않으면 차를 살 수 없다. 자동차 산업이 일본을 지탱하는 대표 산업이지만 차 소유에 대해서는 적잖은 부담을 지게 했다.

아파트 등 공동 주택이라면 차 소유자는 별도의 주차비를 내야 한다. 한국처럼 아파트를 사거나 세든다고 자동적으로 주차장이 제공되지 않는다. 도쿄라면 3만~5만엔(약 29만~48만원)은 훌쩍 나온다. 회사 건물에 주차하기 위해서도 따로 비용이 든다. 집, 회사, 볼일 보러 다니는 곳 등의 주차비 등을 계산하면 한 달 주차비로만 대략 10만엔 이상을 각오해야 한다.

차고제 증명과 예외 없는 단속 등 엄격한 법 집행은 불법 주차를 막고 도심 혼잡을 획기적으로 줄이는 근간이다. “돈 있는 자만 차를 몰라는 말이냐”는 반론이 나올 법하지만 도시 집중도가 우리보다 심각하고, 지진 등 재난 위협 속에서 긴급 상황을 염두에 둬야 하는 일본에서는 아무도 문제 삼지 않고 이를 받아들인다.

“내수 살리기에 역행한다”란 구실로 우리처럼 차고 증명제를 반대하는 정치인도, 관료도 보이지 않는다. 인간 선의에 기대하기보다는 제도적 장치, 시스템을 통한 문제 해결을 더 신뢰한다.

불법 주차는 생활 속 문제라는 점에서 사회 질서와 준법 정신에도 직접적 악영향을 준다. 우리 아이들은 불법 주차를 당연한 것으로 보고 배우며 자란다. 주차 딱지를 떼이고, 시비하고 삿대질하는 사람들…. “내가 뭘 잘못했느냐. 다른 사람들도 늘 그렇게 하는데….” 길거리에서 매일 보는 장면은 한국 사회 전반에 만연한 ‘원칙을 압도하는 상황 논리의 승리’를 상징한다.

불법 주차가 우리의 안전과 생명을 아무리 위협해도, 선거로 뽑힌 지자체 단체장들은 인기 없는 정책을 쓰지 않으려고 못 본 체한다. 결국 한국은 불법 주차 하나도 제대로 해결하지 못하는 그런 수준의 나라로 굳어져 간다.

‘깨진 유리창 법칙’의 지적처럼 경미한 범죄의 방치가 큰 범죄를 부르듯, 불법 주차의 용인이 한국 사회의 준법 정신 하락을 부른다면 지나친 비약일까. 주기적으로 되풀이되는 참사를 막기 위해 일본과 같은 차고 증명제의 도입 같은 결정은 불가능한 걸까. 이런 조치가 공동체를 위해 불편과 부담을 개인들이 나눠 져야 함을 일깨우는 시발점이 될 수 있지는 않을까.

제천 참사는 지켜져야 할 것이 외면되고 무시되는 우리 사회의 수준이고, 현실이다. 일본인들은 엘리트들이 짜놓은 틀 안에서 안심하고, 순응하면서 그 질서를 목숨처럼 지키면서 산다. 한국의 공동체와 공공질서는 개개인들의 제각각 역주행 속에서 무너져 내린다.

우리의 불법 주차는 시민 준법의식 미흡과 고질적 주차 공간 부족이 합쳐져 생기는 문제다. 지금이라도 차고지 증명제와 함께 공공기관·종교시설·은행 등의 부설 주차장을 개방해야 한다. 공원·학교운동장의 지하 공영 주차장 건설, 대형 건물 옥상 주차장 규제 완화 등 주차시설을 일본 같이 대폭 늘리는 대책이 시급하다.
 
일본은 영업용차량 뿐만 아닌 개인 차량도1962년 차고지 증명제를 도입하여 주차를 할 수 있는 공간이 있어야 차량이 출고된다. 심지어는 아파트거주자도 한 달에 20만~60만원 주차비를 지불하는 곳도 있다. 사복경찰을 동원해 단속을 강화했고, 바퀴 고정 장치를 도입했다. 상습 위반자는 과감히 체포도 했다.

우리 사회의 고질병을 치료하고, 법치 사회의 질적 하락을 더이상 용인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전과 같은 미봉책에서 이제는 벗어나야 한다. 현장에 답이 있지만, 또 그것을 외면할 것인가. 제도와 시스템 구축을 통해 한 걸음 전진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기 위해 우리 모두 절치부심해야 한다.

 

[전국매일신문] 최재혁 지방부 부국장
jhchoi@jeonm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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