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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리석은 선택’은 누구의 몫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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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리석은 선택’은 누구의 몫인가
  • 大記者
  • 승인 2018.08.01 1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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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부끄러움을 모르는 정치인이 가득한 시대에 부끄러움을 아는 한 정치인을 이 더운 계절에 보냈다. 보내면서 다짐한다. 우리가 지켜내야 할 정치인은 우리 손으로 지켜내야 한다는 것을.-
 

노회찬의원이 우리 곁을 떠났다. 표면상은 그렇다. 그가 속한 정의당은 역대 최대 지지율을 보였다지만 겨우 10% 선을 겨우 넘었을 뿐이다. 진보정치의 선두에 있었지만 국민들에게 정의당은 가깝지 않았다. 노 의원 역시 그랬다.
 
하지만 노회찬의원은 죽음으로 우리 곁으로 다가왔다. 이제 그가 죽어 우리에게 왔고 함께 숨 쉬고 있음을 국민들은 회한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노 의원의 영결식이 열렸던 지난달 27일 그가 속했던 정의당은 일간 집계로 지지율이 15.5%P까지 올랐다. 창당 이래 최고의 지지율이다. 미처 몰랐고, 지켜주지 못한데 따른 미안함과 회한이다.
 
그가 남긴 유서처럼 그가 경공모로부터 돈을 받은 것은 어리석은 선택’이었지만 그가 택한 극단적인 행동은 어리석은 것이 아니었다.
 
그는 알지 못했겠지만 그의 극단적인 선택은 결국 죽음으로서 사는 길이었다. 마치 노무현 전 대통령의 자살이 한국 진보정치의 부활을 위한 불쏘시개가 된 것과 같은 이치다.
 
그는 국회의원은 선수(選數)에 비례하며 부유층이 되고 귀족층으로 변신하는 천박한 정치인들과는 다른 특이한 정치인이었다.
 
한 결 같이 노동자와 가난한 서민들을 위해 분투하면서 불의와 부패와 싸워온 정치인이었다. 여느 정치인과 달리 그 자신이 또한 정치현장에서도 노동자였고 양복 두 벌과 구두 한 켤레로 스스로 가난했다.
 
1980년 5·18광주항쟁에 충격을 받아 평생 민주화 운동에 몸담기로 다짐한 뒤 용접기술을 배워 노동자 생활을 했고, ‘사회주의자’가 악마처럼 취급되던 시대에도 고문과 징역을 감내하며 자신의 소신을 지켰다.
 
2005년 삼성으로부터 뇌물을 받은 것으로 의심되는 검사들의 명단을 공개해 의원직을 잃기도 했다. 삼성과 검찰이라는 거대 권력에 맞선 다윗이기도 했다.

 

그는 이로 인해 국가의 법정에서 유죄를 받았지만 국민의 법정에서는 무죄 판결을 받았고, 그를 단죄한 검찰과 사법부는 유죄판결을 받았다.
 
그러면서도 그는 건조하고 성마른 투사를 거부했다. 따뜻하고자 했고 견결한 진보주의자로 살고자 했다. 확신에 찬 사회주의자였지만 난삽하고 현학적인 개념운동에서 탈피하고자 했고, 강퍅한 독선의식에서 벗어나고자 했다.
 
교양과 여유를 잃지 않은 그에게서는 정치의 품격이 베어 나왔다. 그가 대변하고자 하는 가난한 사람들과 노동자와 소통할 줄 아는 몇 안 되는 정치인이었다. 그래서 그는 정치인 불신의 시대에 함께 싸잡아 평가할 수 없는 낯선 정치인으로 살았다.
 
그런 그가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것을 후회하다 죽음으로 책임을 졌다. 그는 작은 허물도 부끄러워했고 그 허물을 스스로 크게 짊어졌다.

 

그가 ‘나는 여기서 멈추지만 당은 당당히 앞으로 나아가길 바란다’고 했다. 그의 책임지는 모습으로 그가 속했던 정의당은 다시 나아가고 있다.
 
어찌 정의당뿐이겠는가. 한국정치가 그로 인해 다시 나아가고 있다. 현실적인 문제로 논의되고 있는 정치자금법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정치인은 누구이며 정치란 무엇인가 하는 물음과 이에 대한 해답을 그가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국민들이 무엇을 원하는가 하는 질문을 정치인들이 명확히 인식한 것만으로도 우리의 정치는 그로 인해 한 걸음 더 나아간 것이다.
 
정치인 노회찬의원의 죽음이 가져온 현상을 보며 정치인들은 자신의 죽음을 한번쯤 생각해봐야 한다. ‘내가 죽으면 국민들은 어떻게 생각할 것인가’라는 물음으로 산다면 우리에게 정치인은 절망의 대상에서 희망의 대상이 될 수 있다. 권력의 자리가 높을수록, 정치경력의 선수가 많을수록 스스로에 대한 질문은 더 엄격해야 한다. 시장이나 군수라고 예외일 수 없다.

 

우리는 부끄러움을 모르는 정치인이 가득한 시대에 부끄러움을 아는 한 정치인을 이 더운 계절에 보냈다. 보내면서 다짐한다. 우리가 지켜내야 할 정치인은 우리 손으로 지켜내야 한다는 것을. 그럴만한 정치인도 있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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