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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돔에 갇힌 지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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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돔에 갇힌 지구
  • 최승필 지방부국장
  • 승인 2018.08.05 1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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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승필 지방부국장

전 세계가 역대급 폭염으로 신음하고 있다. 연일 최고 온도를 경신하고 있는 올 여름은 111년 만에 최악의 폭염이라고 한다.
 
노르웨이와 핀란드, 스웨덴, 러시아 등 북극권 국가의 한 낮 기온이 33℃를 넘나들며 수십 건의 산불이 발생, 화재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스웨덴의 경우 지난 한 달간 평년보다 3~5도 높은 기온을 보이면서 곳곳에서 발생한 산불로 200만㎡의 산림이 파괴되고, 6천700만 달러(756억 원)가 넘는 피해를 입었다고 한다.
 
스웨덴의 7월 평균기온은 260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고, 산봉우리의 눈과 얼음이 녹으면서 최고봉인 케브네카이세 산의 해발고도가 2천101m에서 4m 가량 낮아지기도 했다.
 
독일에서는 불볕더위로 공항 활주로가 변형돼 이용이 중단되는 사태가 빚어졌으며, 미국 캘리포니아 데스벨리는 낮 최고 기온이 52.7℃를 기록하면서 102년 만에 최고 기온을 경신했고, 로스앤젤레스 외곽에서도 48℃가 넘는 기온이 관측됐다.
 
캐나다에서도 동부 퀘백주에서도 지난 한 달간 폭염으로 90명 이상이 온열질환으로 사망했으며, 이웃 나라 일본에서도 40℃를 웃도는 기록적 폭염이 지속되면서 100명 이상이 사망하고, 수천 명의 온열질환자가 발생했다고 한다.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다.

역대 최악의 폭염이 지속되면서 온열질환 사망자도 35명을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무려 5배 규모라고 한다.

질병관리본부 ‘온열질환 응급실감시체계’ 운영 결과에 따르면 집계를 시작한 5월20일부터 8월2일까지 발생한 온열질환자는 총 2799명으로 나타났으며, 이 중 사망자는 35명으로 보고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보면 폭염에 의한 피해자는 확연히 증가했다. 올 집계된 온열질환자 수는 지난해 같은 기간 980명에서 비해 2.8배 증가했고, 사망자 수는 7명에서 5배나 증가했다.
 
전체 환자의 31.6%인 885명은 65세 이상 노인이었으며, 50대 573명, 60대 437명, 40대 418명, 70대 366명 등 중년층은 물론, 30대 314명, 20대 242명, 10대 85명, 10세 미만 아동 14명 등 청년층에서도 환자가 발생했다.

직업별로는 노숙인이 아닌 무직자 575명, 기능원 및 관련 기능 종사자 284명, 농림어업 숙련종사자 235명, 장치기계조작 및 조립종사자 128명, 주부 160명, 학생 119명, 기타 1055명이었다.
 
환자의 47%는 온열질환 위험시간대인 정오부터 오후 5시에 발생했으며, 발생 장소는 ‘실외’가 대다수였다.
 
보름 넘게 이어진 폭염으로 농촌에도 비상이 걸렸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3일 오전 9시까지 폐사한 가축은 닭 350만 마리, 오리 18만9000마리 등 총 373만 마리가 넘는다.
 
과수와 채소류 피해 면적도 678㏊가 피해를 입었다. 불볕더위가 길어지면서 폭염에 따른 가축 폐사와 농작물 피해 면적은 하루가 다르게 급증하는 추세다.
 
충북 제천의 화학품 원료 제조공장과 전남 무안의 목재공장, 전남 목포시 석탄 야적장 등 전국 곳곳에서 폭염 속 ‘자연발화’로 추정되는 화재도 잇따랐다.

북한에서도 기록적인 폭염을 피하지 못했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온 나라가 떨쳐나 고온과 가뭄 피해를 막기 위한 투쟁을 힘있게 벌이자’라는 제목의 사설에서 “최근 우리나라에서 고온과 가뭄 피해 현상이 심하게 나타나고 있다”며 “혹심한 고온과 가뭄으로 인해 황해남북도를 비롯한 각지의 농촌들에서 논벼, 강냉이 등 농작물들이 피해를 입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이 처럼 지구촌 곳곳에 막대한 피해를 주고 있는 폭염의 이유에 대해 전문가들은 ‘열돔(Heat Dome) 현상’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열돔 현상은 고기압이 정체된 상태에서 돔 형태의 막을 형성해 뜨거운 공기를 가둬 놓는 현상으로, 강력한 태풍은 열돔을 깰 수 있지만 중소형 태풍의 경우 오히려 열돔의 영향으로 태풍이 진로를 바꾸게 된다는 것이다.
 
열돔 현상의 원인은 구체적으로 밝혀진 바가 없지만 전문가들은 지구 온난화의 영향이라는 것에는 이견이 없다. 전 세계적 폭염 현상도 지구 온난화로 인한 기후 변화 때문이라는 것이 학계의 주류 의견이다.
 
산업 혁명 이후 과도한 개발과 환경 파괴로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급격히 늘었고, 이것이 오존층을 파괴해 지구온난화를 촉진시킨다는 것이다.
 
지구촌 곳곳에서 이어지고 있는 기록적인 폭염이 기후변화가 실시간으로 우리 삶에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다는 것을 반증한다는 분석도 나왔다.
 
마이클 만 미국 펜스테이트대 지구시스템과학센터 소장은 최근 영국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이것이 기후변화의 본모습”이라며 “기후변화가 없었다면 우리는 지금과 같은 극단적인 사태는 보지 못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기후변화의 영향은 더 이상 잔잔한 수준이 아니다”며 “우리는 기후변화의 영향을 실시간으로 목격하고 있고 이번 여름이 그 완벽한 예”라고 말했다.
 
또, 구오 유밍 호주 모나시대 보건대학원 교수와 김호 서울대 복건대학원 교수팀은 세계 20개국 412개 도시의 1984~2015년도 여름 기온 데이터를 수집한 결과 앞으로 수십 년 간 전세계 폭염은 점점 심해지고 있는 가운데 오는 2080년까지 세계에서 폭염에 의한 사망자는 수천 명이 이르고, 온열 질환자 수도 수만 명을 넘어 설 것으로 예측했다.
 
연구에는 서울과 대구, 부산 등 국내 7개 도시도 포함됐으며, 역시 2031~2080년에 폭염에 의한 사망자가 1971~2020년에 비해 최대 2.7배 증가할 것으로 전망하고, 한국은 특히, 폭염이 찾아오는 빈도와 강도, 지속 시간이 모두 늘어난다고 지적했다.
 
이처럼 학자들은 탄소 배출량이 꾸준히 증가하고, 기온 증가을 제어하지 못할 경우 폭염은 더욱 넓은 지역에서 더 자주 나타날 것이며, 강도는 더욱 심해질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개인부터 사회와 국가까지 다양한 규모에서 장기적으로 기후변화를 줄일 수 있는 인프라를 바꾸는 등의 노력을 기울이지 않으면 폭염에 의한 피해를 줄일 수 없을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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