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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92] ‘사상 최대의 사망자’ 와 ‘문재인 케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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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92] ‘사상 최대의 사망자’ 와 ‘문재인 케어’
  • 서길원 호남취재본부장
  • 승인 2018.10.03 10: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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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길원 大記者 세상읽기]

“살길이 막막했던 사람들이 삶의 끝에서 이제는 죽는 길도 막막하다. 그것이 고령자들의 현실이다.”

 

추석 연휴 직전, 신문과 방송의 뉴스가 남북 화해의 기쁨으로 가득 찰 때 관심을 끌지 못한 기사 한 토막이 신문에 실렸다. 지난해 우리나라 사망자 수가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는 통계청의 발표 자료였다. 가족을 잃은 사람들이 사상 최대라는 의미이기도 하다.
 
한 해 농사를 마무리하며 음덕을 기리는 한가위의 참 뜻이 ‘사상 최대의 사망자 수’와 자연스레 오버랩 됐다.

지난달 10일 통계청이 발표한 ‘2017년 사망원인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사망자 수는 28만5천534명으로 전년대비 4천707명이 증가, 통계작성이래 최대를 기록했다고 한다. 하루 평균 782명으로 지난해에 비해 하루 15명이 더 사망했다.
 
사망자 수가 이처럼 증가한 것은 고령화에 따른 80세 이상 노인인구가 늘어난데 따른 것으로 지난해 80세 이상 사망자는 11만9천325명으로 전체 사망자 가운데 44.8%를 차지했다. 고령사회를 맞고 있는 인구분포를 감안하면 향후 수년간 ‘사상 최대의 사망자 수’는 기록 갱신을 거듭해 갈 것이다.

고령자의 사망수치는 사망원인과도 연관되어 생각해 볼 수 있는데 대부분 많은 의료비용이 들어갈 수밖에 없는 질환으로 인한 사망이다. 통계에 따르면 40대 이상은 암으로 인한 사망이 1위를 차지했고, 다음은 심장질환과 뇌혈관, 폐렴 등의 질환이 뒤를 이었다. 암은 2007년부터 줄곧 1위를 차지하고 있다.
 
모든 수치가 그러하듯이 객관화된 수치는 남의 일처럼 건조하기만 하다. 그렇지만 조금만 더 깊이 들어가 생각해보면 사망을 개인적일로 치부할 수만은 없다. 정부의 적극적 의료서비스가 적용돼야 한다는 말이다.

지난 10년간 부동의 1위를 차지하고 있는 암을 예로 들 경우 암은 당사자만의 일이 아니라 한 가족의 일이 된다. 제일 큰 원인은 뭐니 뭐니 해도 치료에 드는 비용이 크기 때문이다.

고령자들은 대부분이 먹고살기 힘들고 자녀들 양육하느라 자신의 노후 대비를 하지 못한 연령층이다. 요즘은 보편화된 보험에 가입돼 있는 경우도 흔치 않다. 살길이 막막했던 사람들이 이제는 삶의 끝에서 죽는 길도 막막하다. 그것이 고령자들의 현실이다.

더구나 우리사회는 부익부 빈익빈의 빈부격차가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 1%와 99%로 갈리는 빈부의 극심한 현실 속에서 중증의 환자는 99%의 절망으로 작용한다.
 
절망의 양태는 여러 가지이다. 수년간의 간병에 지친 자녀가 부모를 죽이고 그 뒤를 따르는 경우를 신문이나 방송에서 듣게 되는 것이 그리 어려운 일도 아니다. 의료비를 감당할 수 없어 치료를 포기하거나, 의료비 부담으로 인해 빚을 내거나 집을 파는 ‘메디컬 푸어(Medical Poor)라는 신조어도 나오고 있다.

이들에게 남북화해의 훈풍은 그저 먼 나라의 이야기 일 뿐이다. 중병에 의한 사망을 언제까지나 개인사 치부할 수 없는 이유다.

문재인 정부는 지난해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를 골자로 한 건강보험 개혁안을 내 놓았다. 환자들의 의료비 부담을 획기적으로 낮춰 가계 파탄을 막겠다는 취지다. 일명 ‘문재인 케어’다.
 
‘문재인 케어’가 발표되자 국민 10명중 8명이 공감하며 박수를 쳤지만 의사들은 ‘결사반대’를 외치며 머리에 띠를 두르고 거리로 나섰다. 의사들의 거리투쟁에 국민들이 분노하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왜냐고 물을 필요도 없다. 죽는 일마저 막막한 사람들을 수익창출의 대상으로 보는 그들의 몰염치에 분노하는 것이다. 그들은 국민들의 눈에 가족 중 누가 암에 걸려도 가정이 파산될 일이 없는 사람들이라고 여기기 때문이다.
 
의사들의 집단 반발에도 불구하고 ‘문재인 케어’는 의료 복지의 시대흐름이자 당위가 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의사들의 호주머니를 위해 미루거나 변질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국민의 의료문제를 국가가 책임질 수 있도록 오히려 더 확대해나가야 한다.

이달부터 뇌 MRI(자기공명영상)에 건강보험이 적용된다고 한다. 당장 40만원에서 70만원까지 들던 비용이 9만원에서 18만원으로 크게 낮아진다. 더구나 기존에는 증증뇌질환으로 진단받은 환자만 건강보험이 적용됐으나 이달부터는 뇌질환으로 의심되는 모든 경우에 적용된다고 하니 예방차원에서도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선택 진료비도 폐지하고 상 복부 초음파도 건강보험을 적용해 나갈 것이라고 한다.

내년 추석명절에는 중증질환으로 인한 슬픔이 ‘문재인 케어’로 케어돼 공통의 기쁨이 개별적 집안에 가득했으면 좋겠다. 

 

[전국매일신문] 서길원 호남취재본부장
sgw@jeonm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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