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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국가 경제를 이끌어가는 허리가 무너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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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국가 경제를 이끌어가는 허리가 무너지고 있다
  • 최재혁 지방부 부국장 정선담당
  • 승인 2018.10.18 13:5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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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은 단기간 나아지는 지표가 아니다. 저출산 고령화, 제조업 구조조정, 신산업 활성화, 기업의 투자 여건 개선 등 복합적 처방이 필요한 분야다."
 
통계청이 지난 12일 발표한 9월 고용동향은 국내 고용상황이 여전히 심각하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두 달 연속 1만명을 밑돌던 전년 대비 취업자 증가 폭이 4만명대로 반등했지만 예년의 30만명 선과는 비교가 안 되는 ‘답답한’ 수치다. 취업자 증가 폭은 올해 2월부터 8개월 연속 10만명대 이하에 그치고 있다.

9월 고용률은 61.2%로 전년 동월 대비 0.2%p 하락했다. 지난 2월부터 8개월 연속 하락세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비교 기준인 15~64세 고용률은 66.8%로 전년 동월 대비 0.1%p 줄었다. 실업자는 전년 동월 대비 9만2000명 증가한 102만4000명을 기록했다. 9월 기준으로는 1999년 9월 115만5000명 이후 19년 만에 최대 규모다.

9월 고용동향은 고용 쇼크를 단기간에 개선하기 어렵다는 것을 보여준다. 정부 고민도 깊어질 수밖에 없다. 이런 고민은 공공기관들의 단기 일자리 확대로 드러나고 있다. 기재부는 지난 4일 공공기관들에 ‘연내 단기 일자리 확대방안 작성 요청’이란 제목의 지침을 내려보냈다. 지침은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4일 일자리위원회 회의에서 고용 부진을 인정한 직후여서 오해를 사고 있다. 야당에서는 연말까지 통계상 일자리 숫자를 개선하기 위해 정부가 억지로 단기 일자리를 양산한다고 비판하고 있다. 공공기관들이 정부 요구로 연내 급조하는 단기 일자리가 1만 개를 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야당 의원은 “단기 일자리를 늘려 고용이 늘었다는 착시현상을 일으키려 하는 게 아닌지 의구심이 든다”고 지적했다. 한쪽에선 무리하게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추진하면서 마찰이 발생했고 다른 한쪽에선 다시 단기 일자리로 비정규직을 양산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 정책이다. 정부가 일자리 부족을 공무원 증원으로 해소하려 하지만 이 정책은 나중에 상당한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 엄청나게 늘어난 공무원들에 대한 임금 및 연금 부담 확대는 머지않아 국가재정 건전성에 심각한 문제를 발생시킬 수 있다.

일자리는 기업 등 민간에서 만들어지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 정부는 민간에서 다양한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도록 지원책을 마련하고 규제를 개혁하는 데 더 노력해야 한다. 올 들어 대내외 여건에 큰 변화가 없는 상황에서 국내 고용 지표만 급격하게 악화됐다. 과도한 최저임금 인상, 주 52시간 근로 제한 등으로 대표되는 소득주도성장론이 상당한 영향을 미쳤다는 것이 경제계와 소상공인들의 일관된 지적이다.
 
옐런 전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 (FRB) 의장도 지난 12일 “최저임금이 중위소득과 가까워질 때 부정적 영향 (10대 노동자·저숙련 노동자 고용 감소)이 커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경제 전문가들은 미중 무역전쟁 장기화, 유가상승, 금리인상 우려 등 대외 불확실성이 가세해 국내 경기 침체를 가중시킬 수 있다고 우려한다. 국내 일자리가 더 줄어들 수도 있다는 의미다.

고용악화를 해소하려면 소득주도성장 방식의 개선 등 다양한 대책이 필요하다. 정부는 고용쇼크가 지속되는데도 소득주도성장이 악영향을 미쳤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정부가 소득주도성장 방식을 고집할 경우 투자위축과 내수 둔화 속에 국내 고용사정은 더욱 악화될 수 있다. ‘고용절벽’이 현실화될 경우 국민들의 우려와 불만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 시기를 놓칠 경우 ‘소득주도성장론’은 문재인 정부를 흔드는 매우 위험한 정책이 될 수 있다.
 
올해 2월 취업자 증가수가 10만4000명에 그친 뒤 매달 악화되는 고용 상황에 대한 조언을 구할 때마다 전문가들로부터 반복적으로 들어온 말이다. 이후 매달 기사를 쓰면서 '쇼크'나 '참사' 등 표현의 수위만 올라갔을 뿐 상황은 여전하다. 오히려 더 나빠졌다. 10월에는 마이너스를 점치는 전문가들조차 많다.

참사로 표현되는 고용 지표는 급속한 산업화 과정을 거치면서 제조업 중심의 성장에 기대어 온 우리 경제의 한계점이 서서히 드러나는 상황으로 이해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누구의 책임이냐가 아니라 앞으로 어떻게 할 것이냐다.

그래서 경제팀은 책임지고 물러나야 한다는 목소리는 해답이 되지 못한다. 무언가 책임을 지고 물러난다는 것은 상황을 개선시키기 위한 1차적인 조치다. 경제부총리와 청와대 정책실장이 교체된다 해서 상황이 급반전되지는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누가 와도 현 국면을 타개할 완벽한 처방전을 내놓기는 어렵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하나. 결국 거론되는 것은 고부가가치 일자리 창출이다. 정보통신기술(ICT)을 기반으로 한 4차 산업혁명 즉 자율주행차나 드론 그리고 인공지능(AI)과 사물인터넷(IoT) 분야를 발전시켜야 한다. 다만 이는 인력양성, 기술경쟁력 확보, 산업 생태계 활성화, 규제 완화라는 과제를 적절히 수행했을 때 가능하다. 시간이 많이 걸린다.

그런 점에서 정부의 '신북방 정책'은 의외의 해법이 될 수 있다. 대상 국가는 러시아와 중국, 몽골이다. 최근 해양수산부가 러시아와 공동으로 극동지역의 슬라비얀카항 개발 용역에 착수한 것도 신북방 정책의 일환이다.

무엇보다 이들 국가와 철도·항만·가스·전력 개발 사업을 할 경우 북한을 배제하긴 어렵다. 어떤 방식으로든 북한 경제와 연결해야 사업의 시너지 효과를 기대할 수 있어서다. 따라서 정부는 러시아나 중국과의 사회기반시설(SOC) 사업을 보다 더 적극적으로 추진해야 한다.

고부가가치 일자리를 만들기 위한 4차 산업혁명 분야 발전에는 시간이 필요하지만, 제조업의 기반이 되는 이들 사업은 비교적 단기간내에 효과를 볼 수 있다. 당장 신산업에서 획기적인 수의 일자리를 만들기 어렵다면 기존 산업의 장점을 최대한 활용해야 한다는 얘기다. 유엔제재의 틈바구니 속에서 북한을 염두에 둔 러시아와 중국과의 경협은 경제적 효과와 함께 정치적으로도 북한의 비핵화 조치의 속도를 빠르게 가져가는 촉매제가 될 가능성이 크다. 이제 러시아와 중국에서의 사업 성공은 북한의 비핵화가 전제조건인 상황이 됐기 때문이다.

본론으로 돌아가 철도·항만·가스·전력은 물류와 에너지를 기반으로 하는 제조업의 가장 기본적인 구성요소다. 정부가 산업화 이전의 우리 경제와 비슷한 북한을 기반으로 제2의 제조업 혁명을 기한다면 고용 문제는 의외로 쉽게 해결 고리를 찾을 수 있다. 나아가 'H축'으로 설명되는 환동해 경제벨트, 환황해 경제벨트, 비무장지대(DMZ) 평화경제 프로젝트의 신경제지도 구축도 덩달아 탄력을 받을 수 있다.

북핵 위기가 있을 때마다 금융시장과 한국 경제에 충격파를 던진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사라지고 이제는 '코리아 어드밴티지'라는 용어가 신북방 정책을 계기로 자주 쓰이는 경제 용어가 됐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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