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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신용사회에 살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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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신용사회에 살고 있는가
  • 박희경 지방부국장 포항담당
  • 승인 2019.01.22 13: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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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희경 지방부국장 포항담당

요즘 경제가 어렵다는 보도를 보면 나라가 곧 망할 것처럼 들리기도 한다. 경제위기론을 퍼뜨리는 측은 왜 경제가 어려운지 어떻게 해야 좋아질 것인지 분명하게 밝히지 않고 있다. OECD국가 중에서 대한민국의 성장률 3%는 제일 높은 편이고 실업률 3%는 가장 낮은 편에 속한다. 국민소득 3만 달러 시대를 열면서 인구 5천만 명 이상 국가 중 7번째로, 2차 대전 후 신생독립국가로는 최초로 30-50클럽에 가입하게 되었다.

수치만 놓고 보면 경제는 반드시 나쁘다고 할 수는 없다.오히려 문제는 낮은 성장률이 아니라 심각한 불평등에 있다. 상위 10%가 금융소득 90%, 부동산의 45%를 갖고 있는 자산의 불평등, 억대 연봉자 72만 명과 한 달 소득 백만 원 남짓의 일하는 빈곤층 간 소득의 불평등, 인구의 절반이 살며 기업과 대학이 몰려 있어 돈과 권력, 결정권을 쥐고 있는 수도권과 지방의 불평등이 심각하다. 최근 정부에 대한 불만은 불평등을 해소할 수 있는 실효 있는 정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 토지보상금 22조 원 중 71%가 수도권에 집중되어 있다고 한다.

과감한 수도권 분산정책 대신 3기 신도시 건설과 같이 수도권에 주택 공급물량을 늘리는 정책으로 다시 환원되는 것이 안타깝다. 수도권 분산으로 더 많은 일자리를 지역에서 만들어내면 초집중으로 인한 수도권 교통과 주거 문제를 일거에 해결할 수 있다. 후퇴해서는 안 된다. 진짜 혁신은 지역에서 일어나야 한다. 혁신성장-소득주도성장-공정경제라는 정부정책기조에 균형발전을 포함시켜야 한다. 균형발전은 국가발전전략이자 새로운 혁신성장전략이다. 혁신이 수도권에서만 일어나서는 안 된다. 지방에서 태어나고 학교 나온 것이 죄가 아니지 않은가? 지방이 잘사는 것이 공정사회를 실현하는 길이다.

2008년의 금융위기는 2007년도부터 시작된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가 도화선이 되었다.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는 미국의 초대형 모기지론 대부업체들이 파산하면서 미국만이 아닌 국제금융시장에 연쇄적인 신용경색을 불러온 경제위기를 말한다. 쉽게 이야기하면 차주의 원금 상환 능력을 따지기 보다는 주택부동산의 가격의 상승을 확신하고 주택담보대출을 안정적 채권이라고 여기며 금융회사들이 무분별하게 비우량주택담보대출을 취급하였던 것이다. 미국인들은 모기지 대출의 이자만 낼 수 있다면 수십만 달러 상당의 집을 가질 수 있었고 1~2년 뒤에는 집값이 상승하여 부실화될 우려가 적다는 인식이 팽배했다.

그러나 현실은 달랐다. 여기저기 대출의 연체율이 오르기 시작했으며 금융기관들이 만들어낸 증권화된 파생 투자 상품들의 손실이 발생했다. 모기지 대출 회사들이 파산하고 마침내 부채 규모가 6130억 달러에 달했던 리먼 브라더스의 파산으로 전 세계 금융가는 공포에 휩싸였다.당시 주택 가치의 80%=90%에 달하는 대출로 집을 소유하는 미국인들의 심리는 왜 그러했을까? 훗날 전문가들의 분석이 흥미롭다. 그 원인의 하나로 정치권의 포풀리즘 정책이 거론되었다. 당시에 부실 모기지를 취급하는 금융회사들에게 미국 정부는 서브프라임 모기지 대출을 독려하고 압박했다고 한다.

주거 환경이 취약한 하위 계층의 생활수준을 향상시키고 경기를 부흥하기 위한 선한 의도라지만 결국에는 정부 정책의 실패로 봐야한다는 것이다. 우리에게도 이와 비슷한 아픔이 있었다. 2002년 가계 신용카드 대출 부실 사태가 바로 그것이다. 90년대 말부터 정부는 외환 위기로 거의 결단 나다시피 한 경제를 되살리면서 세수를 확대하기 위하여 당시 사회에 만연해 있던 탈세를 규제하는 방법으로 신용카드를 통한 경기 부양을 시도했다. TV에서는 카드사들의 광고가 넘쳐났는데 멋진 생활, 멋진 쇼핑을 하는 카드 사용자들의 모습을 보여줬다. 당시의 신용카드 사용은 폭발적으로 증가하였다.

2002년에는 현금서비스 이용액이 357조에 이르게 되었는데 무분별한 신용카드 발급과 현금서비스는 신용사회가 아닌 외상사회로 변질되어 소비자들이 파산하는 일이 급증하게 되었다. 당시 무분별한 카드 사용으로 파산에 직면한 한국인들의 심리는 어떠한 것이었을까? 필자는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와 한국의 신용카드 대출 부실 사태에 대하여 어쩌면 몇몇 위정자들은 그 부작용을 예상하고 있었을 것이라 생각한다. 위정자들의 정책은 선의였고 그러하기에 그 결과에 대하여 큰 책임을 지우지 않았다. 하지만 막대한 금액의 공적 자금은 국민의 혈세로 만들어졌고 경기 불황의 몫은 서민들에게 돌아갔다.

요즈음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우려감으로 시설 투자와 고용이 늘어나지 않는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경제는 심리다‘라는 말이 자주 회자된다. 지금이 빚내어 집을 장만할 적기라고 했던 때가 4~5년 전이다. 이제는 빚을 내어 집을 사면 투기꾼으로 불리기 십상이다. 우리의 이런 불확실성은 어디에서 기인한 것인가? 이제 위정자들의 새로운 정책에 대한 막연한 기대감은 금물로 해야 할 때이다. 우리는 각자의 자리에서 본연의 일에 대한 근면함과 성실함을 되돌아 봐야한다. 그리고 냉철한 가슴으로 국가 경제를 지켜봐야 한다. 그것이 우리가 품어야 할 진정한 심리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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