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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목민관의 바른 자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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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목민관의 바른 자세’
  • 최재혁 지방부국장 정선담당
  • 승인 2019.01.24 1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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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소속 손혜원 의원의 투기 의혹이 일파만파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나랏돈 1100억 원이 투입되는 목포 구도심 근대역사문화공간 안의 25건 부동산 매입에 남편과 조카, 주위의 사람들이 동원되었다.

전 정권을 무너뜨린 최순실의 도도함에 비견되는, 거리낌 없는 행적과 언행이 새해 벽두를 강타하며 연일 상한가를 치고 있다. 오만을 넘어선 저런 자신감과 당당함은 도대체 어디서 나오는 것인가?

손 의원은 공직자로서 직권남용 공무상비밀누설죄 등으로 고발당한 상태인데 여론의 공분을 살 만한 충분한 행위에도 사과 한마디 없었다. ‘목포 구도심을 살리기 위해서’ 연고도 지역구도 아닌 곳에 사재를 털었다 하며, ‘본인 명의로 재산이 증식되는 것을 원치 않아서’ 차명했다고도 한다.

당을 위해 탈당을 하고 모든 의혹을 밝힌 후 복귀하겠다며 지난 20일 가진 탈당 기자회견장에 더불어 민주당의 홍영표 원내대표가 함께 자리했다. 집권 여당의 실세가 초선 의원의 기자회견에 호위무사인 양 두둔하고 나선 것은 전례를 찾기가 어렵다. 두고두고 비아냥 꺼리로 회자할 사건이다.

이 건 투기 의혹이 처음 보도된 직후 민주당은 ‘투기로 보지 않는다.’라며 신속하고도 이례적인 입장을 표명했고, 홍 원내대표의 비호 들러리가 당의 입장을 거듭 확인한 결과가 되었다. 탈당을 만류했으나 워낙 본인의 뜻이 강경해서 어쩔 수 없었다고 한다. 참으로 어쭙잖고 듣기에 역겹다.

남에게 의혹을 살 행동은 처음부터 하지 말라는 뜻의 고사성어로 ‘과전불납리(瓜田不納履·오이밭에서 신을 고쳐 신지 않는다)’와 ‘이하부정관(李下不整冠·오얏나무 밑에서는 갓을 고쳐 쓰지 말라)’이 있다. 문선(文選)의 악부(樂附) 군자행(君子行)에 나오는 교훈이다.

중국 제나라 위왕이 간신인 주파호의 말만 믿고 나라를 잘못 다스리자 후궁인 우희가 “파호는 속이 검은 사람이니 등용해서는 안 된다”고 간청했다가 오히려 파호의 모함으로 위기를 맞자 이 교훈을 인용하면서 널리 알려졌다고 한다.

우희가 모함을 받게 된 이유는 위왕에게 “북곽 선생은 현명하고 덕행이 있는 분”이라며 천거했기 때문이다. 이 말을 전해들은 파호는 “우희와 북곽 사이가 수상쩍다”고 모함을 했고 평소 파호의 말을 잘 믿었던 위왕이 우희를 신문했다. 그 자리에서 우희는 자신의 결백을 주장하면서 ‘과전불납리’의 교훈을 따르지 않고 의심받을 수 있는 행위를 했지만 죽음을 당한다고 할지라도 변명은 하지 않겠다고 했다. 이에 위왕은 파호가 모함을 했다는 것을 깨닫게 됐다.

이른바 ‘목포 손혜원 타운’을 둘러싼 의혹이 증폭되고 있다.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여당 간사를 맡았던 손 의원과 관련있는 인사들이 목포 근대문화공간 일대에 부동산 20여 건을 매입해 투기 의혹이 있다는 것이다. 이 중 14건은 근대역사문화공간이 등록문화재로 지정된 지난해 8월 이전에 집중 매입돼 의혹을 사고 있다. 특히 게스트 하우스인 ‘창성장’은 손 의원 조카 등 3명이 공동명의로 구입했지만 이들이 서로 알지 못하는 사이인 것으로 알려져 차명 의혹까지 제기됐다.

2019년 정초부터 부동산 문제로 시끄럽다. 손혜원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관계자들이 투자한 전남 목포의 수십 채 부동산 때문이다. 투기냐, 아니냐는 비본질적인 논쟁이다. 손 의원이 부동산을 투자와 관련해 자신의 지위를 이용했느냐의 여부다. 국회의원이 아니었다면 이런 논쟁이 벌어지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직간접으로 영향력을 행사한 데 따른 문제가 있다. 여기엔 세금이 들어가는 곳이다. SBS가 집중적으로 초점을 맞추고 있는 ‘이익 충돌 금지 원칙’(conflict of interest)에 어긋난다.

손 의원의 잘못은 이렇게 요약된다. 가족, 조카, 보좌관들에게 부동산을 사게 했다. 차명 거래인데, “차명이 있으면 의원직을 내놓겠다”며 차명이 아니라고 강변한다. 의정활동 와중에 해당 지역을 강력하게 지원하도록 요구했지만, 그것은 다 목포를 위한 ‘선의’라고 강변한다. 목포 지역에서는 손 의원을 두둔한다. 손혜원이 아니었더라면, 그렇게 쇠락해가는 시골에 투자했겠느냐는 거다. 일각에선 리모델링 비용이 10억원 이상 들어간다며 그의 이런 행위를 두둔하기도 한다.

언뜻 들을 때 헷갈린다. 문제는 그 지구에 세금이 들어간다는 점이다. 손 의원 측이 사들인 부동산의 규모가 어느 정도인지 현재로서도 정확하게 다 파악이 되지 않았다. 추가로 계속 드러나고 있다. 연합뉴스 1월21일 보도에 따르면 손혜원 의원과 함께 목포 근대역사문화공간 일대에 부동산을 보러 다닌 60대 여성과 그 가족이 해당 지역에 최소 7채의 건물을 보유한 것으로 보도됐다.

손 의원과 가까웠던 홍보업계 한 고위 관계자는 “손 의원은 공적인 기업 PT 자리에서 자신이 취득한 부동산 가격 상승을 자랑할 정도로 부동산에 관심이 많았다. 업계에서는 이번 일을 다분히 의도적으로 보고 있다”며 “문재인 대통령이 나서서 정리하면 될 것을 저렇게 놔두는 걸 이해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보였다.

그러면서 SBS 음모론도 나온다. SBS 대주주인 태영건설이 이 같은 보도를 사주했다는 거다. 현 심석태 SBS 보도본부장은 SBS의 대주주 문제를 앞장서서 비판했던 노조위원장 출신이다. 10년 전, 그는 노조 위원장 시절 대주주의 개입을 막기 위한 제도를 구축하기 위해 사측과 싸웠고 민영방송으로서는 드물게 90.9%의 압도적 찬성률로 파업 안까지 가결하며 대주주와 대척점에 서왔다.

그로 인해, 그는 노조위원장을 끝낸 뒤 현업 부서로 복귀한 뒤 유배지나 다름없는 부서를 전전했다. 그러다 방송사 최초로 사원들이 보도 책임자를 뽑는 임명동의제에서 93%의 지지로 보도본부장에 올랐다. 심 본부장 뒤에 대주주가 있다는 말은 그의 인생을 부정당하는 모욕적인 언사다.

하지만 손 의원은 친인척·측근들을 통해 부동산을 매입한 것은 “투기가 아닌 도시재생을 위한 것”이라며 “의혹이 사실이라면 재산을 모두 걸 뿐 아니라 국회의원직도 내놓겠다”고 했다. 지난 20일 더불어민주당 탈당을 선언하고 공정한 수사를 위해 국회 문체위도 떠나 있겠다고 밝혔다. 결백을 주장하는 방식에 있어 우희와 손 의원이 비슷한 것 같지만 차이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말이 많으면 변명처럼 들릴 수 있다.

다산 정약용 선생은 전남 강진에서 유배 생활을 하며 ‘목민관의 바른 자세’로 청렴한 자세를 강조했다. 청렴이란 관리의 본무요, 갖가지 선행의 원천이요, 모든 덕행의 근본이니 청렴하지 않고서는 목민관이 될 수 없다고 했다. 자신이 쓰는 돈이 백성의 피와 땀이라는 것을 한시도 잊어서는 안 된다는 말이었다. 손 의원은 자신의 이익과 자신의 지위를 너무 손쉽게 연결했고, 이를 ‘선의’라는 이름으로 포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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