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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사실 앞에 겸손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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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사실 앞에 겸손해야
  • 박희경 지방부국장 포항담당
  • 승인 2019.08.27 15: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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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희경 지방부국장 포항담당
<전국매일신문 박희경 지방부국장 포항담당>

검찰이 27일 조국 법무부장관 후보자를 둘러싼 여러 의혹과 관련 대대적 압수수색에 들어갔다.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는 이날 조 후보자 딸의 논문 제1저자 등재 의혹, 대학원 장학금 수혜 의혹 등과 관련 검사와 수사관을 보내 단국대, 고려대, 서울대 환경전문대학원, 부산대 의학전문대학원 등을 동시다발적으로 압수수색 했다.

검찰은 또 조 후보자 모친이 이사장으로 있는 ‘웅동학원’과 조 후보자 가족이 투자한 사모펀드인 코링크프라이빗에쿼티가 지분을 매입한 가로등 전멸기 업체 ‘웰스씨엔티 ’본사도 압수수색 했다.

검찰이 국민적 관심이 큰 공적 사안으로 객관적 자료를 통해 사실관계를 규명할 필요가 크고 자료 확보가 늦어질 경우 객관적 사실관계를 확인하기가 어려워질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검찰의 압수수색은 참으로 시의적절한 공권력 행사다. 홍익표 더불어민주당 수석대변인의 말을 빌리지 않더라도 빠른 시일 내에 수사해서 문제를 보는 것이 나쁘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 법무장관이 되어 자신과 가족을 수사하는 검찰을 자신이 지휘하는 볼썽사나운 일도 사전에 막을 수 있다.

조 후보자에 대한 논란은 문재인 정부 중반기의 최대 분수령이 될 것이 뻔하다. 문재인 정부에 대한 국민 신뢰의 지표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마침 아베 정권에 분노한 의병들이 일어나 이 땅의 들불이 되고 있다. 조국 후보자는 자칫 의병들의 죽창이 거꾸로 돌아설 수 있음을 직시해야 한다.

그 보다는 문 대통령이 먼저 지명 철회를 통해 정부의 단호한 의지를 대내외에 천명하는 것이 어떠했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지금 정부에 대한 국민의 신뢰와 바꿀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는 사실 앞에 청와대는 겸손해야 한다.

조후보자에 대한 이런 문제가 불거지기 전에는 기자는 참 괜찮은 학자로 알고 있었다. 부족한 것 별로 없는 부유한 가정에서 태어나 최고 수준의 공부까지 마친 젊은 학자가 한국사회의 모순과 비리에 침묵하지 않고 일관되게 깐깐한 목소리를 낸다는 것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게다가 미국에서 공부했다는 점에 주목한다면 그의 시선이 얼마나 예리했으며 그의 애국심이 얼마나 단단했는지는 의심할 필요조차 없다.

청춘의 시절, 사노맹 일원이 돼 대한민국을 통째로 바꿔보겠다는 그 결기가 지금도 여전히 살아있음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최근 조국 후보자가 TV드라마 녹두꽃을 본 뒤 그 느낌으로 죽창가를 언급한 적이 있다. 변절과 배신, 온갖 망언들이 판치는 요즘인지라 그래서 조 후보자가 쏘아올린 죽창가의 울림은 더 클 수밖에 없었다. 게다가 일본 아베 정권의 무모한 무역보복과 맞물리면서 조국 후보자의 꼿꼿한 목소리는 많은 국민에게 기꺼이 죽창을 들 수 있게 만든 작은 동력이 되기도 했다. 얼마 후 조 후보자가 법무장관 후보자로 내정됐을 때 그에게 거는 기대와 관심은 남다를 수밖에 없었다.

혹자들은 차기 총선과 대선까지 관통할 수 있는 문재인 정부의 최대 승부수로 평가하기도 했다. 그러나 국민은 조 후보자의 속살을 몰랐다. 아니 속았다고 보는 것이 옳을 것이다. 평소 깔끔한 스타일에 정의와 도덕, 양심과 상식 그리고 역사와 진보를 강조했던 조 후보자였던 만큼 자기관리는 더욱 철저했을 것으로 믿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민정수석 시절 조 후보자가 진두지휘했던 적폐청산과 검찰개혁 등에 아낌없는 박수를 보냈던 것이다. 하지만 역시 사람은 겉만 보고는, 말만 듣고는, 학식만 보고는 그 사람을 제대로 평가할 수 없다. 최근 자고나면 불거지고 있는 조국 후보자 일가의 행적들을 보노라면 실망을 넘어 분노가 치밀 정도다.

물론 조 후보자 일가의 도덕적, 법률적 일탈에 대한 실망만이 아니다. 그 보다 더 큰 것은 조 후보자에 보냈던 신뢰에 대한 배신이다. 정말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 그동안에 보였던 그의 언행들이 그에 대한 폄훼나 조롱이 아니다. 조 후보자는 촛불혁명으로 이뤄낸 문재인 정부의 상징과도 같은 인물 아니던가. 청와대 민정수석 취임 두 달 만에 조 후보자의 아내와 자녀들이 74억원이 넘는 돈을 특정 사모펀드에 투자 약정을 했다. 그 배경이야 뒤에 밝혀지겠지만 공직기강을 책임져야 할 민정수석의 부인과 자녀들이 이처럼 전 재산을 쏟아 붓는 식의 돈벌이에 나섰다면 국민을 기망하는 것에 다름 아니다.

조국 후보자 딸 문제는 사안이 더 엄중하다. 외고에 입학한 딸이 갑자기 고등학교 1학년 때 병리학 관련 논문에 제1저자로 이름이 올랐다. 과학고에서도 나오기 어려운 천재적인 능력이다. 그러나 특정 교수 밑에서 2주 동안 인턴으로 일한 것이 전부라면 상황이 다르다. 이는 과학을 짓밟고 학문을 모독하는 반지성적 작태다. 한편의 논문을 위해 박사급 석학들이 실험실에서 밤을 지새우며 얼마나 많은 노력을 하고 있는지를 잘 안다면 사실상 범죄행위나 마찬가지다. 심지어 그 대학의 내부 시스템에는 조 후보자 딸이 박사로 등재돼 있다는 보도도 나왔다. 가히 역대급이다.

조국 후보자는 모 의과대 연구소 소속으로 돼 있는 제1저자인 딸의 논문을 못 보지는 않았을 것으로 생각된다. 그렇다면 그 때 그는 무슨 생각을 했을까. 자신도 교수이니 그 논문이 얼마나 큰 범죄가 될 수 있는지도 모르진 않았을 것이다. 지난 21일 대한의사협회는 이를 위조라고 규정했다. 조 후보자가 자신의 딸과 함께 이제 대학진학은 따놓았다며 박수치며 기뻐했을까. 예상대로 그 딸은 수시전형으로 유명 대학에 그것도 이과에 진학할 수 있었다. 그 비법이 참으로 궁금할 따름이다.

지금 이 시간, 조국 후보자의 딸 소식을 접한 이 땅의 수험생들과 학부모들, 또 수많은 젊은이들이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지가 참으로 두렵고 또 두렵다. 하루가 멀다 하고 쏟아져 나오는 의혹 의혹들, 이글을 통해 일일이 열거하기조차 버겁다. 지면이 모자랄 뿐만 아니라 입에 올리기조차 싫은 탓이다. 과연 이같은 비리 백화점을 방불케 하는 조국이 검찰 수사를 무사히 넘어설지 두고 볼 일이다.  

포항/박희경기자 (barkhg@jeonm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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