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매일신문
지면보기
 표지이미지
지방시대
지면보기
 표지이미지
조국 후보자는 신뢰를 상실했다
상태바
조국 후보자는 신뢰를 상실했다
  • 최재혁 지방부국장 정선담당
  • 승인 2019.08.29 14:5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최재혁 지방부국장 정선담당
<전국매일신문 최재혁 지방부국장 정선담당>

민심이 들끓는다. 조국 법무장관 후보자를 둘러싼 의혹이 꼬리를 물고 있어서다. 위법 여부를 떠나 보통사람에겐 하나같이 생소한 ‘그들만의 세계’ 이야기다. 딸 조모 씨는 고교와 대학, 대학원을 필기시험 없이 입학했다. 50억 원대 자산가의 자제로 두 번이나 유급을 하고도 장학금을 받았다. 고교생으로 2주 인턴을 하고 제1저자로 이름을 올린 논문 관련 의혹은 가관이다. 대한민국 ‘1%의 반칙과 특혜’라는 말 외에는 달리 설명할 길이 없다. ‘기회의 평등과 과정의 공정, 결과의 정의’라는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철학과는 거리가 멀다. ‘조로남불(조국이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이라는 신조어까지 등장했다.

“20· 30대는 상실감과 분노를, 40·50대는 상대적 박탈감을, 60·70대는 진보진영에 대한 혐오를 표출하고 있다.” 심상정 정의당 대표의 촌철살인이다. 이 한마디에 국민 정서가 고스란히 녹아 있다. 공정과 정의를 앞세운 조 후보자의 시원한 쓴소리에 열광했던 청년들은 “장학금과 논문 스펙, 이게 공정이냐”고 분노한다. 서울대와 고려대 학생들이 문재인 정부를 탄생시킨 촛불까지 든 건 아이러니다. 4050에선 “난 아이에게 해준 게 없는데…”라며 허탈감을 토로한다. 60대 이상에선 “강남 좌파의 민낯을 봤다”는 얘기가 나온다.

민심 이반이 심상치 않다. 대통령 지지율 하락이 잘 보여준다. 지난 26일 리얼미터조사에서 ‘지지하지 않는다(50.4%)’가 ‘지지한다(46.2%)’를 역전했다. 중앙일보 조사에선 ‘조 후보자 임명 반대’가 60%를 넘었다. 그간 해명 없이 “더 낮추겠다” 등의 유체이탈 화법과 ‘사회 기부카드’로 버티던 조 후보자가 결국 딸 의혹에 대해 사과한 이유다. 그런데도 여당에선 “언론이 정권을 흔든다”는 말이 나온다. 그 연장선상에서 나온 게 법에도 없는 국민청문회다. 민심 왜곡이다. 총리도 2일 하는 청문회를 3일 하자는 한국당도 억지다. 다 정략적 꼼수다. 블랙 코미디가 따로 없다. 진실에 목마른 국민은 속이 터진다.

‘조국 논란’은 국회 인사청문회에 대한 근본적인 의문을 갖게 한다. 이런 상황에서 청문회가 과연 필요하냐는 것이다. 청문회는 대통령의 인사권 견제를 통해 대통령과 국회의 ‘견제와 균형’의 원리를 구현하기 위해 2002년 도입됐다. 고위 공직자의 도덕성과 자질, 업무 역량을 공개 검증해 국민의 행정부에 대한 신뢰를 제고한다는 게 당초 취지였지만 빛이 바랜 지 오래다. 청문회 무용론이 끊이지 않는다. 문제점은 대체로 두 가지다. 우선 진보와 보수 이념을 앞세운 정치권의 진영논리다. 후보자 낙마로 여권에 타격을 가하겠다는 야당과 문제 후보자를 무조건 감싸는 여당의 행태는 17년 전 레코드다. 이성이 마비된 진흙탕 싸움이 반복되고 있다. 청문회는 더 이상 검증의 장이 아닌 이념의 전쟁터로 전락한 지 오래다.

아울러 청문회 후 대통령의 장관 임명은 대통령 인사권과 국회의 견제권이 충돌하는 구조적 문제를 안고 있다. 국회 동의를 요하는 자리가 아닌 장관들에 대해서는 청문회 후 대통령이 임명하면 막을 방법이 없다. 그러니 후보자들에겐 ‘청문회만 버티면 된다’는 게 공식이 됐다. 후보자들은 의혹 해명을 무조건 청문회로 미룬다. 정작 청문회 때는 “기억이 안 난다” “송구하다”는 답변으로 얼버무린다. 하루만 버티자는 심산이다. 청문회에서 의혹이 해소될 리 만무하다. 야당 반발로 청문보고서 채택이 안 되고 대통령은 임명을 강행하는 악순환이 되풀이된다. 문재인 정부 들어서만 벌써 17명(장관급 포함)이다. 노무현 정부(3명)와 이명박 정부(16명), 박근혜 정부(10명)를 이미 넘어섰다. 조국 후보가 버티는 이유다.

결국 청문회는 통과의례에 불과하다. 후보의 낙마 여부를 결정하는 것은 청문회가 아니다. 국민 여론이다. 청문회 전에 의혹들이 쏟아지는 배경이다. 낙마자는 청문회 전 여론에 의해 결정된다. ‘청문회 전 의혹 공방 → 문제 후보 낙마 → 청문회 → 임명 강행’의 악순환이 17년째 반복되고 있다.

이젠 이런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야 한다. 이런 청문회라면 계속할 이유가 없다. 실효성 있게 보완해야 한다. 우리가 모델로 삼는 미국의 제도를 참고할 만하다. 사전 의혹 제기를 차단해 정쟁을 막는 대신 국민적 의혹 해소를 위해 청문회 횟수를 늘리고 “기억이 안 난다”는 등 불성실한 후보자는 국회모독죄로 사법처리할 수 있도록 기준을 명확히 해야 한다. 이게 어렵다면 차라리 청문회를 없애고 공개 검증과정을 길게 가져가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

딸의 고교 시절 논문 제1저자 등재 등 의혹으로 사퇴압박을 받고 있는 조국 법무부장관 후보자가 최근 사과입장을 밝혔다. 그는 “아이 문제에는 불철저하고 안이한 아버지였음을 겸허히 고백한다”면서 “당시 존재했던 법과 제도를 따랐다고 하더라도 그 제도에 접근할 수 없었던 많은 국민들과 청년들에게 마음의 상처를 주고 말았다”고 밝혔다. 이어 “기존의 법과 제도에 따르는 것이 기득권 유지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간과했다”면서 “국민 여러분께 참으로 송구하다”고 말했다.

장관 후보자로 지명된 이후 터져나온 각종 의혹에 대해 그가 명시적으로 사과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전에는 “가족 모두가 더 조심스럽게 처신했어야 했다”는 표현 등으로 에둘러 유감을 표해왔으나 여론이 날로 악화하자 지난 23일 배우자·자녀가 투자한 사모펀드 전액과 가족이 운영해온 웅동학원을 사회에 환원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딸 문제에 대한 입장이 빠져있다는 지적이 나오자 이날 처음으로 사과를 한 것으로 보인다.

조 후보자가 사과입장을 표명하자 네티즌들은 그의 과거 발언을 되새기고 있다. 2010년 유명환 외교통상부장관이 딸의 외교부 특채 문제로 사퇴했을 때, 페이스북에 “파리가 앞발을 싹싹 비빌 때 사과한다고 착각하지 말라. 파리가 앞발 비빌 때는 뭔가 빨아먹을 준비를 할 때이고, 우리는 이놈을 때려잡아야 할 때이다”고 올렸다. 이에 네티즌들은 “조국은 이제 ‘뭔가 빨아 먹을 준비’를 하는 것이고, 국민들은 ‘때려잡아야 할 때’냐”고 비꼬았다.

조 후보자의 각종 의혹이 불거지면서 과거 그가 했던 말이나 글이 회자돼 “조국의 적(敵)은 조국”, “조로남불(조국이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이라는 비아냥을 받고 있다. 2012년 트위터에 “장학금 지급 기준을 성적 중심에서 경제상태 중심으로 옮겨야 한다”고 했지만 자신의 딸은 부산대의전원에서 낙제를 하고도 장학금 을 받은 게 대표적이다. 국민들이 얼마나 분통이 터졌으면 일각에서 “정유라는 아시안게임 금메달이라도 땄는데”라는 소리까지 나오겠나.

“'능력 없으면 니네 부모를 원망해. 있는 우리 부모 가지고 감 놔라 배 놔라 하지 말고. 돈도 실력이야'. 바로 이것이 박근혜 정권의 철학이었다.” 조 후보자는 2017년 1월 트위터에 정유라의 발언을 ‘박근혜 정부의 철학’이라며 비판하는 게시글을 올렸다.

이를 기억했던 이준석 바른미래당 최고위원은 조 후보의 딸 특혜 논란이 불거지자 그의 트위터에서 이 글을 찾아냈다. 그러고는 “정유라의 말을 박근혜 정부의 철학이었다고 주장했으니, 이제 문재인 정부의 철학을 본인이 보여줄 차례인 것 같다”고 꼬집었다. 조 후보자를 둘러싼 이 같은 논란을 두고 모 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국민과 여론, 언론마저 (조 후보자의) 낙마쪽으로 여론이 기울었는데 유독 민주당만 끝까지 조국 지키기에 몰두하고 있다”며 “역시 정치권은 국민들보다 더디고 느리다”고 비판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2017년 5월 10일 19대 대통령 취임사를 통하여 ”기회는 평등할 것입니다. 과정은 공정할 것입니다. 결과는 정의로울 것입니다.“라고 강조하였는가 하면 "낮은 자세로 일하겠습니다. 국민의 눈높이를 맞추는 대통령이 되겠습니다."라고 말했다. 그런데 이 말은 온데간데없고 오직 있다면 네 편이냐? 아니면 내 편이냐? 만 있을 뿐이며, 편파와 불공정이 사회전반을 무겁게 누르고 있음이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에게서 연일 불거지고 있다. 이래서 지금 우리의 정치 현실이 너무도 참담하다는 것이다.

국민보다는 내 편에, 국가의 미래나 국익보다는 정권 재창출에 올인하고 있다는 합리적인 의심을 하게 만들고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 같은 현실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 것인가?  미국의 제인스라는 학자는 이 같은 현상을 '집단사고(group think)이론'으로 설명한 바 있다.

집단사고(group think)란 집단 구성원 간에 존재하는 지나친 의견의 일치(concurrence) 현상이다. 집단은 2인 이상의 상호작용에서 형성되는 지속적인 '우리'라는 개념으로 형성된다. 집단은 사회적으로 정체성을 갖게도 하고, 개인의 필요들을 대변해 주기도 한다.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집단적 사고는 사회나 단체를 획일화의 위험에 빠뜨릴 수도 있고, 비합리적이고 비생산적인 결정이나 판단을 할 수 있도록 하기도 한다.

이를 바로잡고 예방하기 위해서는 국민들이 제기하는 의문에 귀를 기울이고 이를 고치고 바로 잡는 데 대통령부터 앞장서야 한다. 대통령은 여당의 대통령이 아니라 국민의 대통령, 대한민국의 대통령이어야 한다.

  

정선/ 최재혁기자 (jhchoi@jeonmae.co.k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