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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영 논리로 번지는 검찰개혁 경계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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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영 논리로 번지는 검찰개혁 경계해야
  • 윤택훈 지방부 부국장 속초담당
  • 승인 2019.09.16 14: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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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택훈 지방부 부국장 속초담당
<전국매일신문 윤택훈 지방부 부국장 속초담당>

조국 법무부장관을 둘러싼 각종 논란이 결국 '정치 게임'으로 귀결되면서 정치권과 여.야 양 진영의 대결의 장으로 번지고 있다. 창과 방패의 싸움이 아닌 창과 창의 싸움의 결과는 상처뿐일 것이다. 이를 지켜보는 국민들로 혼란스럽다. 내년 총선을 앞둔 시점에서 진영 대결로 불길이 옮아 붙었다. 이 때문에 정국은 끝 모를 블랙홀로 빠져들게 됐다.

윤석열 총장이 지휘하는 검찰의 수사와 조국이 추진하는 검찰개혁은 서로를 겨냥한 창과 창의 대결이다. 중세 시대 검투사처럼 한쪽만이 살아남는 싸움이 될 공산이 커 보인다.
 
검찰은 조국 장관동생의 전 부인 집을 압수수색을 하는 등 수사에 더 열을 올리고 있는 가운데 해외로 도피했던 조 장관 5촌 조카가 귀국과 동시에 공항에서 체포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핵심 의혹은 '가족 사모펀드'도 조 장관측과의 연결고리 등 수상한 정황이 확인될지 주목되고 있다. 이에 맞서 조 장관은 검찰 수사 기능을 줄이겠다고 공언했고, 검찰 개혁을 위한 별도의 조직도 꾸렸다. 문재인 대통령은 조 장관을 임명하면서 '법무부는 법무부 일을, 검찰은 검찰의 일을 하면 된다'고 했다.

이 말대로 양측이 본업에 충실하면 될 일이기도 하다. 그런 의미에서 법무부 차관이 조 장관 가족을 수사할 새로운 수사팀을 대검에 제안한 것은 매우 부적절했다는 비난을 받았다. 조 장관은 "몰랐다. 언행에 조심해야 한다"고 선을 그었지만, 조 장관 주변에 대한 수사와 검찰 개혁이 첨예하게 맞물린 상황에서 불길한 예감을 준다.

불길함은 명분과 가치는 뒤로 밀리고 정치적 이해득실을 위한 '진흙탕 싸움'이 된 게 아니냐는 의문에서 출발한다. 조 장관이 임명 이후 예상됐던 최악의 시나리오다. 조 장관의 인사권 행사나 감찰 활동 강화는 '검찰 수사에 영향을 주려는 게 아니냐'는 논란을 일으킬 것이다.

그때마다 검찰은 반발할 것이다. 정치권도 핏대를 세우며 싸울 것이다. 검찰 수사도 논란의 중심이 서기는 마찬가지다. 이미 호랑이 등에 올라탄 검찰 역시 성과를 내기 위해 더욱 수사에 매진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를 놓고 여권에선 검찰 개혁에 대한 저항이라는 프레임이 씌울 것이다. 또 적지 않은 국민들이 그리 믿을 것이다. 어느 쪽이 이기더라도 상처투성이의 승리가 될 공산이 크다. 국민들은 계속 이 싸움을 어지러운 마음으로 지켜봐야 한다. 언제 끝날지 모르는 치킨 게임이다.
 
검찰 개혁의 최전선에 선 조 장관을 둘러싼 전방위적인 수사가 정치개입일까, 성역 없는 수사일까. 이런 와중에 검찰 개혁이라는 명분으로 다른 가치(공정·평등·정의)를 훼손시키는 게 옳은 일일까? 시대의 역행일까? 국민들은 혼란스럽기만 하다는 반응이다. 뫼비우스 띠처럼 꼬여버린 작금의 모습에 대해 여권 핵심 인사는 "옳고 그름의 싸움이 아니"라고 했다. 서글픈 진단이 아닐 수 없다. 많은 국민들도 원치 않은 싸움에 강제 소환돼 감정을 소비하면서 반으로 갈려 치열하게 싸우고 있다. 여론 조사를 보면 갈수록 진보와 보수 양 진영이 결집해 팽팽하게 맞서는 모습이다. 명분과 가치를 놓고 벌이는 전투가 아니지만, 진영논리로 그렇게 포장됐기 때문이다.
 
그 진영 논리에 국민들의 눈과 귀가 가려지는 일이 없어야 한다. 이보다 좀 더 희망적인 시나리오는 없을까. 검찰은 검찰대로 수사하고 조 장관은 숙명과 같은 과제인 검찰 개혁을 추진하는 게 지금으로서는 최상이다. 시대적 과제인 검찰개혁이 또 좌초된다면 대한민국은 검찰공화국이란 소리를 들을 것이 뻔하다.

그러려면 조 장관이 각종 의혹에서 자유로워야 하고, 검찰은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등 개혁을 상당 부분 수용해야 할 것이다. 전자 건, 후자 건 장담하기가 어렵다. 검찰 칼날의 끝은 점점 조국 가족을 향해 조여가고 있고, 검찰의 생존 논리는 수사가 성과를 낼수록 더욱 빛을 발휘할 것이기 때문이다. 아니면 패스트트랙 관련 검찰의 수사가 자유한국당을 자극해 검찰 개혁의 필요성을 상기시켜주지 않을까. 여야를 넘는 동병상련의 마음에서 말이다. 그럼 검찰은 정치권을 수사를 하고 정치권은 검찰 개혁을 하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지금의 한국당 태도를 보면 이 역시 우연에 기댄 전망일 뿐이다. 해법은 누가 줄 수 있을까, 지켜보는 국민들은 답답할 뿐이다.

속초/윤택훈기자 (younth@jeonm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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