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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촛불 정신이 곧 민의" 잊어서는 안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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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촛불 정신이 곧 민의" 잊어서는 안돼
  • 최재혁 지방부국장 정선담당
  • 승인 2019.09.19 14: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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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혁 지방부국장 정선담당
<전국매일신문 최재혁 지방부국장 정선담당>

조국 법무장관에 대한 검찰 수사가 돌아올 수 없는 다리를 건너고 있다. 검찰은 이미 조 장관 자택 PC의 하드 디스크까지 물증으로 확보했다. 게다가 ‘조국 펀드’로 알려진 비리 의혹의 핵심 인물인 조 장관의 5촌 조카마저 구속됐다.조국 장관의 유무죄는 검찰 수사와 법원 재판에서 명명백백하게 밝혀질 것이다. 이번 조국 참사는 역대 대통령들이 행했던 인사 실수와는 차원이 완전히 다른 문제다.

조국 장관의 사례는 위장전입이나 군 미필, 논문 표절 등으로 지탄받던 도덕성 시비와는 근본적으로 결이 다르다. 이렇게 심각한 하자가 있는 인물을 국무위원, 그것도 법치(法治) 수호에 앞장서는 중요한 자리에 임명했다는 것이 말이 되는가? 이것은 국정운영에 참여한 유경험자가 아니라 시중의 필부필부(匹夫匹婦)들이라도 너무나 간단하게 이해할 수 있는 문제다.

이것은 상식의 선과는 거리가 멀어도 한참 멀다. 따라서 대통령 입장에서는, 문제의 인물을 그 자리에 임명하지 않으면 안 되는 필연적인 사연이 있지 않으면, 도저히 해석이 난감한 인사였다. 그 필연적 이유는 무엇인가? 문재인 대통령은 이 의문에 답해야 할 때가 왔다.
 
과거 우리 역사가 정쟁이 과격해 질때 최고통치자인 왕의 그릇된 판단으로 얼마나 많은 비극이 초래되었는지를 알 수 있다. 조선시대 16세기경 사림과 사화파의 당파싸움으로 인해 사화(士禍)가 발생해 피의 정쟁이 초래됐고 이는 임진왜란과 같은 국난으로 이어졌다는 것이 역사적 사실이다.그 때도 피해자는 결국 국민이었고 위정자들의 반성은 없었다.
 
더욱이 지금처럼 일본과의 갈등문제나 미중간의 무역전쟁, 북핵갈등 등으로 침체된 경제위기와 같은 가뜩이나 어려운 시기에 장관임명을 두고 벌어지는 정쟁은 마치 과거를 보는듯하다.또 전직 대통령을 탄핵한 사건만 해도 그렇다. 대통령의 측근이 국정에 너무 깊이 개입하고 사익을 챙겨왔다는 것으로 이는 국민으로부터 권한을 위임받지 않은 사람이 권한을 남용한 사건이다.

이 일로 분개한 국민들이 촛불을 들고 부당함을 항의했고 결국 대통령이 탄핵됐다.이번 조국 임명과정에서 불거진 가족들의 문제도 그렇다. 자신은 깨끗하게 살아왔다지만 ‘수신제가’를 하지 못한 사례가 검찰을 통해 드러나고 있다. 그의 잘잘못을 떠나 우리 사회가 기득권을 지녔다는 사람들의 삶의 방식을 통해 일반 국민들의 괴리와 낙심이 얼마나 큰 지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대통령의 측근으로 권한을 남용하여 그릇된 방식으로 자녀를 위한 수많은 부정의혹을 받게 되었다는 사실은 이번 과정에서도 많이 닮아 보인다.왜곡된 부모사랑이 기득권 계층과 경쟁으로 내모는 이런 사회에서는 정당하게 보일 지 몰라도 대다수의 서민들에겐 너무 큰 충격을 주는 것들이다.이 때문에 후보의 모교인 서울대학교 학생들의 70%가 임명을 반대하고 있다.

이는 전국 대학생들의 대표성은 아니지만 최고의 지성인들이 모인 대학의 객관적 의견을 표현한 것이어서 귀를 기울여야 한다. 또 우호적이었던 여론도 반대로 돌아선 상태다. 게다가 임명절차가 진행 중에 벌어진 대대적인 검찰수사도 이례적이다. ‘아니 땐 굴뚝에 연기나랴’는 속담이 틀리길 바라지만 검찰의 판단도 틀리지 않길 바란다.

밑바닥 민심이 이럼에도 불구하고 임명을 강행, 대통령은 후폭풍을 감안해야 한다. 그 고통은 고스란히 국민의 몫이 될 것이다.문재인 대통령은 이런 국민들의 태생적 고통을 이해해야 한다. 촛불로 탄생한 정부이니 만큼 촛불의 정신이 곧 민의라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된다.
 
최근 개봉한 영화 ‘광대들:풍문조작단’은 세조 때의 조선시대판 여론조작 사건을 다루고 있다. 세조실록에 실린 40여 건의 기이한 이적현상을 모티브로 풍문을 조작하는 광대들이 한명회에 발탁돼 세조에 대한 미담을 만들어내면서 역사를 뒤바꾸는 이야기를 담았다.

쿠데타로 왕권을 빼앗은 세조는 정통성 시비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따라서 이적현상을 통해 성군으로 추앙받기 위한 여론조작이 필요했을 것이다. 광대들이 연출한 이적현상을 통해 진실을 감추려는 권력층의 야욕과 광대놀음에 춤을 추는 백성들의 모습은 600여 년이 지난 현재에도 여전하다.

대표적인 것이 지난 2008년 발생한 ‘광우병 괴담’이다. ‘미국산 쇠고기를 먹으면 광우병에 걸려 죽는다’는 괴담으로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촛불집회가 100번이 넘게 열렸고, 그로 인한 사회적인 비용은 3조7000여억원으로 추산되기도 했다. 천안함 침몰과 연평도 사태 때의 괴담은 국가의 정체성마저 흔들었다.
 
괴담의 진앙은 대부분 인터넷 공간이다. 인터넷은 자유롭게 의견을 제시할 수 있지만 사실여부를 검증하기 어렵다. 또 선동적인 경우가 많아 빠르게 확산된다. 더욱이 조작 수단도 다양해지고 있다. 기계로 여론을 조작할 수 있어 힘들게 광대를 동원하지 않아도 된다.

국민 80%가 포털을 통해 뉴스를 접하다 보니 ‘실시간 검색어’(실검) 순위로 1시간이면 여론도 바꿀 수 있다. 최근 조국 법무장관을 둘러싼 ‘실검 전쟁’에서 드러났듯이 특정 세력이 순식간에 인터넷 여론을 왜곡할 수 있는 이른바 ‘디지털 여론조작 시대’이다. 게다가 문제가 발생하면 극단적으로 세력화되면서 사회분열과 갈등을 심화시키고 있다.
 
이런 왜곡된 여론을 정치인들은 ‘민심’이라며 입맛에 맞게 악용하고 있다. 여론과 민심은 차이가 크다. 사전적 의미의 여론은 사회대중의 공통된 의견이다. 민심은 백성의 마음, 즉 민정(民情)이다. 여론은 감성에 치우치는 경향이 있어 왜곡되거나 조작될 우려가 높고 또 포퓰리즘적 성격이 강해 해프닝으로 끝난 사례도 많다. 반면에 민심은 이성에 기초하다 보니 ‘부화뇌동(附和雷同)’하지 않아 제대로 파악하기 힘들다.

예로부터 ‘민심은 천심’이라고 한다. 백성의 마음이 곧 하늘의 마음과 같다는 뜻으로, 백성의 마음을 저버릴 수 없음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다. 정치는 여론을 좇기보다는 민심을 따라야 한다. 그리고 국민의 ‘일반의지’를 소중하게 여겨야 한다.
 
여론이란 개념을 처음으로 제기한 루소는 ‘우리가 유일하게 기댈 수 있는 희망이 일반의지’라고 했다. 일반의지는 시민 각자가 이기심을 배제하고 전체의 선을 생각할 때 모아지는 의지를 말하는데, 정치인들이 평범한 사람들의 양심적인 소리를 중요하게 생각해 국가정책에 반영하고 실행해야 한다는 것이다.
 
어느 시대에나 민심을 듣지 못하고, 일반의지를 외면하는 나쁜 정부나 사회가 존재한다. 그러면 여론몰이로 진실을 감추는 현재는 어떤 사회라고 할 수 있을까.영화 ‘광대들:풍문조작단’은 여론 조작이 부메랑이 돼 돌아오는 모습을 통해 ‘거짓은 진실을 이길 수 없다’는 교훈을 관객에게 전달한다.

민심은 왜곡되고 감춰진 진실을 결국 알아낸다. 그것이 역사가 주는 가르침이다. 정치는 민심을 따라야 한다.권력은 영원할 수 없는 것이다. 임기 절반이 지난간 상황에서 박수받고 떠날 수 있는 가장 현명한 방법은 ‘민심이 곧 직언’이라는 사실을 깨닫는 것이다.‘이 사람이 아니면 이룰 수 없다’, ‘조국이 아니면 안 된다’ 하더라도 국민의 뜻이 아니라면 임명을 강행해서는 안 된다. 곧 민심이 천심이라는 진리가 바른 역사의 길이기 때문이다. 대통령이 촛불정신의 초심을 잃지 않기를 바란다.
 
지금 이 순간에도 기독교계 인사들을 중심으로 문재인 대통령 하야 서명운동이 벌어지고 있다. ‘문재인 하야 범국민 추진운동’도 가속화되고 있다. 때마침 추석 연휴 마지막 날인 지난 15일 오후 2시, 광화문광장에서 ‘조국, 문재인 퇴진행동’이라는 단체의 발대식이 열렸다. 이것을 우연이라고 보시는가? 민심은 천심이라고 어느 누가 말했던가.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사를 통해 ‘평등한 기회, 공평한 과정, 정의로운 결과’ ‘특권과 반칙이 없는 세상’을 약속했다. 그런데 대통령의 최측근인 조 장관에 의해 공정의 가치가 흔들리고 있다. 특권이 상식을 뛰어넘었고, 공정과 정의를 배신했다.

정선/ 최재혁기자 (jhchoi@jeonm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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