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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혁의 데스크에서] 뜬구름만 잡고 있는 민간체육회장 선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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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혁의 데스크에서] 뜬구름만 잡고 있는 민간체육회장 선거
  • 최재혁 지방부국장
  • 승인 2019.10.17 15: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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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혁 지방부국장 정선담당

<전국매일신문 최재혁 지방부국장 정선담당>

내년부터 체육계가 확 바뀐다. 지금까지 광역단체 시·도체육회장은 광역단체장이 맡았다. 시·군체육회도 대부분 기초단체장이 회장을 겸직하고 있다. 하지만 내년부터는 지자체장이 체육회장직을 겸직할 수 없다.

강원도체육회 등 지역체육회의 민선 체제 시행을 앞두고 그동안 지자체 지원금에 의존해온 체육회 재정 확보 방안이 발등의 불이 되고 있다. 창립 100년을 맞는 한국체육계가 요동이다.

내년 부터 지자체장의 체육회장 겸직 금지에 따라 전국 17개 시도, 228개 시군은 늦어도 내년 1월 중순까지 민간 체육회장을 선출해야 한다. 지난 2월 발족한 스포츠혁신위원회는 체육계 개선안을 쏟아내고 있지만 현장의 반응은 싸늘하고 냉소적이다.

지역체육회가 예산 대부분을 지자체에서 지원받다 보니 어쩔 수 없이 지자체에 예속되거나, 심지어 지자체장 선거조직이라는 오명도 감수해야 했다. 이에 정부는 국민체육진흥법을 개정, 내년 1월 16일부터 체육과 정치를 분리시키는 독립 체제를 도입키로 했다.

그러나 당장은 체육을 정치로부터 분리한다는 법 개정 취지를 실현하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관련법은 지자체장이 체육활동을 지원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지만, 예산 지원 범위에 대해서는 명확한 규정이 없기 때문이다.

만약 현직 지자체장과 정치적 코드가 맞지 않는 체육회장이 선출될 경우, 체육회 예산 삭감과 함께 지자체가 운영해오던 비인기 종목 팀을 해체하는 사태까지 우려할 정도다. 오히려 정치권 줄 대기나 혼탁선거를 걱정하는 목소리마저 나오면서 체육회의 정치적 독립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따라서 정치 바람에 흔들리지 않고 안정적인 재정을 확보할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가장 시급하다.

지구촌 최고의 스포츠축제인 제32회 하계올림픽(7월 24 ~ 9월 8일)이 2020년 일본 도쿄에서 열린다. 일본의 강제징용 판결이 한일의 무역전쟁으로 이어지더니 스포츠에 까지 그 영향이 미치고 올림픽까지 계속될 것 같다. 한국 체육 100년! 그리고 한국체육의 앞으로 100년을 준비하기에는 정리안된 현안이 너무나 많고 핵심에서도 빗겨가고 있다.

지난 9월2일 대한체육회는 이사회를 열어 민간단체장 선거에 대한 방법을 확정했다. 시도체육회장의 경우 인구100만명 미만 시도는 최소 선거인수 200명 이상 인구 100만~200만명은 최소 300명이 참가하는 선거인단을 마련해 선거를 치러야 한다.
 
선거 방식은 두가지다. 자체적으로 선거를 진행하는 방법과 선관위에 의뢰해 선출하는 방법. 공정성 시비 및 불복사태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후자를 택해야 잡음을 줄을 것이다. 문제는 선거비용. 최소 몇천만원의 예산이 필요한데다 지역 선관위와 사전협의를 거쳐 선거일정 등을 조율해야 하지만 사전에 논의한 지자체는 없을 것이다.  선거비용은 어찌해야 하나 예산이 남아 있는 곳은 전용을 해서 사용해야 하지만 예산이 없는 곳은 난감하기만 하다.
 
행정 기관은 요즘 2020년 예산을 편성중이다. 100% 재정지원을 했던 지자체 입장에서 민간체육회를 앞으로 어디까지 지원해야 하는지, 민간체육회가 담당해야 할 재정항목은 어떤 것들인지 등 가이드가 없다. 당장 예산을 짜야 하고 담당자의 볼멘 소리에 답답함이 묻어난다. 민간체육회는 수익사업을 할 수 있는 기구인지, 법적 근거는 무엇인지, 민간체육회장의 역할과 재정적 지원 등에 대한 내용도 전혀 없다.
 
민간체육회장의 역할이나 출마 조건, 재정부담 등이 정리안되다 보니 지역적으로 6~10명의 입후자가 자천타천 출마를 공식화 하며 줄서기, 줄세우기 양상을 보인다. “기존처럼 100% 예산지원이 이뤄지겠지”라는 막연한 기대감에 체육회장에 취임해 폼만 잡겠다는 사람이 대다수일지 모른다. ‘단체장으로부터 낙점을 받겠다’는 생각에 평소 보이지 않았던 인사들이 부지런히 체육현장으로 발걸음(?)을 옮기는 것도 심심치 않게 목격된다.
 
한국 스포츠 발전을 위해 공헌하겠다는 사람보다 체육회장을 밑걸음으로 인맥을 관리하고 평판을 쌓아 또다른 부귀영달을 목표로 하는 인사가 휠씬 많아 보인다. 2020년 4월 15일 열릴 제21대 국회의원 선거와 맞물려 스포츠를 이용하거나 거래하려는 불순한 세력도 있을 것이다. ‘스포츠와 정치’를 분리하고자 시작된 민간체육회장 선출이 반대로 체육의 정치도구화와 또다른 혼란을 조장하고 있다.
 
그러나 이런 문제점들은 이미 예견돼 있었다. 조금만 들어다 보면 쉽게 대비할 수 있는데도 1차원적인 내용만 발표하고 후속에 대한 논의는 너무나 느리다. 국민체육진흥법 개정을 발의한 국회의원도, 주무부서인 문체부도, 실행을 담당하는 대한체육회 어디에도 ‘한국체육을 위해서’라는 명제는 보이지 않는다.

민간체육회장 문제가 나왔을 때, 체육회의 예산확보, 체육회의 법적 문제 등이 함께 논의 됐어야 한다. 시군구의 체육회장 선거 문제가 나왔을 때는 선거비용 등에 대한 대책도 마련돼 있어야 했다.

지역체육회는 그동안 우리나라 엘리트·생활 체육의 저변을 떠받들어 온 것이 현실이다. 지역체육회가 자치·주도적 역할을 계속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선 국민체육진흥법 개정과 함께 지자체 조례 제정이 선행돼야 한다. 이에 지난 7월 지역체육회의 재정 지원을 담보하는 내용의 법률 개정안이 국회에 발의된 상태다.

그러나 의회정치가 ‘조국 정국’에 매몰되면서 개정안은 국회에 내팽개쳐져 있다. 지역체육회는 민간 체육회장 선출을 불과 2개월 앞둔 시점인데도 불구하고 선거 유예를 요청할 정도로 반발이 거세다. 조속한 시일 내에 국민체육진흥법 개정안을 통과시켜 지역체육회가 재정을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길 기대한다.

대한민국 스포츠는 관주도에서 민간 주도형으로 변하는 전기를 맞고 있다. 어찌보면 이번에 처음 실시 예정인 광역 시·도 및 기초 시·군·구 체육회장 선거가 새로운 100년을 지향하는 전환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어찌됐든 체육계가 정치에 휘둘리지 않고 오로지 체육 발전을 위해 일념할 수 있도록 법을 개정한 것은 유의미하다. 그러나 막상 법의 시행이 다양한 문제를 탈피하는 사전 대처가 선행되기도 전에 이뤄져 많은 우려를 낳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체육계의 일을 논하기에 앞서 체육계의 목소리도 더 귀 기울여야 할 필요가 있다.  

[전국매일신문] 최재혁 지방부국장
jhchoi@jeonm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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