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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급한 기소 사회적 혼란 부추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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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급한 기소 사회적 혼란 부추겨
  • 박희경기자
  • 승인 2019.11.26 15:1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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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희경 지방부국장 포항담당

 

▲박희경 지방부국장 포항담당

해외에 진출한 중소건설업체가 검찰의 무리한 기소와 법원의 납득하기 어려운 판결로 해외 투입금 회수에 비상이 걸렸다고 한다.

포항 지역에 기반을 두고 있으면서 해외 공사를 했던 한 건설사 대표가 현지에 투자한 자금을 국내로 회수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절차상의 문제로 검찰에 기소돼 횡령죄 유죄판결을 받았기 때문이다.

대법원 제3부(주심 이동원 대법관)는 최근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법률 위반(횡령) 등 혐의로 기소된 배성로 전 동양종합건설 회장의 상고심에서 횡령죄 유죄판결을 한 원심을 확정했다.

앞서 원심인 서울고법은 검찰이 기소한 9개 공소사실 가운데 이 횡령죄에 대해서만 유죄를 인정하고 특경가법위반(배임), 업무방해,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 위반 등 나머지 8개 공소사실에 대해서는 무죄를 선고했다.

이 사건의 쟁점은 국내 모기업 동양종건이 인도네시아 건설공사에 참여하면서 현지에 설립한 법인인 ‘동양인도네시아’에 투자한 자금을 국내로 들여오는 과정에서 계약 미비 등의 절차상 문제를 횡령으로 처벌할 수 있는 지였다.

동양인도네시아는 인도네시아 법규에 따라 한시적으로 설립한 현지 법인이다. 실제 건설공사를 위한 인력과 물자, 기술은 동양종건이 모두 제공했다. 사실상 동양인도네시아는 동양종건의 현장사업소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그렇다면  동양종건이 인력과 물자, 기술 등을 제공한 투입금은 국내로 들여오는 게 당연한게 아닌가. 하지만 동양인도네시아와 동양종건은 특수관계여서 곧바로 동양종건으로 송금할 경우 현지 세무당국으로부터 세무조사를 받을 가능성이 제기돼 국내 계열사를 통해 기술용역비 명목으로 회수한 게 문제가 됐다.

동양인도네시아에 실제 투입된 우리나라 기술인의 인건비를 명목대로 회수할 경우 한국인 취업비자 1명 당 자국민 10명을 고용하도록 하고 있는 인도네시아 고용관련법을 위반할 가능성이 높아 기술용역 계약을 통해 국내로 회수하는 게 일반적이라고 한다.

이에 동양종건 측은 “다른 회사와 마찬가지로 현지 투입한 비용을 기술용역계약을 체결하는 방식으로 회수했고 그 과정에서 인도네시아 당국에 20% 세금까지 납부했다. 이는 개인적 이익을 위해 해외자금을 은닉 또는 송금하는 일반적인 횡령 사례와는 명백히 구분 된다할 것이다.

실제 동양종건은 동양인도네시아 투자금을 처음 회수할 당시 코트라와 해외건설협회를 통해  자문을 구한결과 합법적인 회수방법으로 택한 것이 기술용역 계약 체결이었다고 항변하고 있다. 그러면서 이 같은 방법이 횡령이라고 한다면 사실상 이른바 환치기 또는 몸에 숨겨서 들여오는 등 불법적인 외환거래 방법뿐이었다고 볼멘소리를 하고 있다.

더욱이 이번 판결은 내국인이 외국에서 한 행위가 국내법에 위반되는 것이더라도 그 행위가 현지의 법령이나 사회규범에 의해 당연히 허용되는 행위이고, 국내법이 보호하고자하는 법익을 침해하지 않는다면 처벌할 수 없다는 판결(서울고등법원 2017노2802)에도 정면 배치된다는 지적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즉, 동양종건은 기술용역비에 대한 세금을 현지에 납부하고 국내로 가져왔으며, 현지 사법당국이 이를 문제 삼지도 않았는데 우리나라 검찰이 애써 기소하면서 사회적 혼란만 야기 시킨 사례라는 것이다.

이 때문에 해외에서 공사를 벌이고 있는 국내 중소 건설사의 경우 이번판결을 크게 우려감을 나타내고 있다. 해외에 진출한 중소 건설사 대부분이 계열사 등으로 우회해서 기술용역비 등 명목으로 해외 투자금을 회수하고 있는 현실에서 동양종건 사례가 유죄로 확정됨에 따라 향후 투자금 회수에 상당한 어려움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동양종건에 대한 수사는 지난2015년 박근혜 정부 당시 검찰이 포스코 비자금 수사에 나서면서 협력업체들을 상대로 포스코 임직원의 비리를 캐기 위해 시작됐다. 검찰은 배 전 회장을 상대로 별건 수사를 펼친 끝에 9가지 혐의로 기소했으나 횡령죄만 유죄를 받았다.

당초 검찰은 배 전 회장이 인도 현장에서 300억원 규모의 비자금을 조성해 포스코 고위층이나 이명박 정부 실세 등에 로비자금으로 사용했을 것으로 보고 수사를 벌였으나 이 같은 의혹의 실체는 밝히지 못했다.

동양종건 측은 검찰의 장기간에 걸친 수사와 회장이 재판에 회부되면서 경영에 누수가 생겨 수주가 급감해 2016년 549억원이던 매출이 2017년 249억원으로 반토막이 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박근혜 정부 시절 청와대 하명수사가 비자금 수사와 별건수사로 이어지다가 결국 횡령혐의만 유죄를 받았다. 그나마 판결 내용도 현실과 동떨어졌다. 결국은 해외진출 기업들이 투자금 회수에 차질을 빚게 될 것이고 배회장의 사례(횡령)에서 보듯 범법자를 양산할 위험도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복잡하고 다양화 되어 있는 사회에서 성문법만으로 법을 적용하는 것은 한계가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로 꼽힐 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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